할머니의 아픔을 함께하는 변호사

좌충우돌변호사일기 2011. 5. 6. 10:04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징검다리 연휴를 하루 앞둔 날이지만, 오후 내내 재판일정이 잡힌 나는 다소 짜증이 났던 하루였다. 간단한 공시송달 사건이지만, 여러개의 사건이 시간을 달리하며 잡혀 있었기에 오후시간 모두 법정에서 소비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고 소송기록을 챙겨 무거운 마음으로 법정으로 향했으나. 머리속에는 여전히 사무실에 쌓여만 있는 복잡한 사건들이 빙빙 돌았다.

 오후 2시 30분 재판이어서 2시 20분 정도에 법정에 도착하니, 연휴를 하루 앞둔 날이어서 그런지 변호사, 소송 당사자들로 붐볐다. 오늘도 재판이 늦게 끝나겠구나 하는 불길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역시 예상은 적중했다. 2시30분 사건은 3시가 넘어서 끝났다. 그리고 3시 15분 사건은 3시 40분이 넘어서 끝났다. 다음 사건은 4시 예정이었으나. 재판의 진행 속도로 보아 4시 30분이 넘어서 진행될 것이 분명해보였다.그래서 3시 15분 사건을 마치고 법정을 나와 자판기에서 쓰디쓴 커피한잔을 뽑아 잠깐 동안의 휴식을 취했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도중에 나이가 많이 드신 할머니와 젊은 여성 한분이 법정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젊은 여성은 할머니에게 항상 밝은 웃음을 보이며, 이것저것 설명을 하고, 걷기가 불편하신 할머니를 부축해주기도 했다. 얼핏 보기에 그 할머니의 딸이나 손녀처럼 보이기도 했다.

과연 그들은 어떠한 사연으로 법정에 온 것일까? 하는 잠시 동안의 궁금증이 있었지만,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나의 궁금증도 사라지고, 커피를 모두 마시고 기지개를 펴고 4시가 거의 다되어 다시 법정에 들어섰다.

법정은 여전히 복잡했고, 4시가 되었지만 여전히 3시 40분 사건이 진행되고 있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사무실에서 가져온 민법관련 서적을 읽고 있었다. 수많은 당사자, 변호사들이 재판을 진행하고 법정에 들어오고 나가고를 반복하며 그렇게 더디게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4시 30분 경 더디게 흘러가는 시간에 온몸이 꼬이며 내 재판은 언제 진행되나 하며 지루해하고 있을때, 법정의 피고석에 휴식을 취하며 눈여겨 보았던 할머니와  젊은 여성 한분이 나왔다.

재판의 진행과정을 들어보니 할머니의 가족중 한명이 할머니 명의의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고 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발생한 소송인 듯했다. 할머니를 부축해 피고인 석에 앉은 밝은 표정의 젊은 여성을 보고 재판장은 처음의 나의 생각처럼 할머니의 따님이냐고 물어보았다. 누가 보아도 젊은 여성의 할머니에 대한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고 딸이나 손자 등 가족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젊은 여성은 법률구조공단 소속의 여성 변호사였다. 그 변호사는 우선 신용카드신청서 등 처분문서에 대해 진정성립을 인정하지 않고, 소멸시효 완성을 항변하였고, 재판장은 다음기일을 잡고 재판은 끝났다.

  그리고 나의 간단한 재판이 진행되었다. 마지막 남은 한건을 위해 긴긴시간을 기다렸으나. 채 5분도 안되 마지막 사건의 재판 진행은 끝났다. 시계를 보니 시간은 4시 50분을 지나가고 있었다.

서류가방에 피곤에 지쳐, 소송관련 서류를 넣고 법정을 나와 힘없이 걸어갔다. 여전히 황사의 영향으로 하늘은 뿌옇기만 했다. 그런데 내 앞에 방금전에 보았던 할머니와 법률구조공단 소속 여성 변호사가 같이 걸어가고 있었다.

변호사는 할머니에게 재판이 끝나고 나서도 이것저것 재판 진행과정을 다정하게 설명해주었고, 재판의 결과에 대해 걱정하는 할머니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위로의 말도 다정다감하게 건냈다. 할머니는 연신 이렇게 도와주어서 고맙다는 표현을 했고, 변호사는 마치 딸처럼 다정하게 자신이 해야 할일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변호사는 법원에서 나와 아마도 할머니와 반대방향인 정문쪽으로 나와야 하는 듯 했으나, 할머니가 안쓰러웠는지 할머니에게 길을 안내해주겠다며 할머니를 부축하여 후문쪽으로 사라져갔다.

지루하게 진행되었던 재판에 다소 짜증이 났던 나는, 마치 모녀지간 같았던 할머니와 여성 변호사를 보며 마치 한여름의 짜증나던 무더위 속에 시원한 소낙비를 만난 것 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아마도 그 여성 변호사는 진정하게 만족하는 변호사의 삶을 살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그 변호사는 나에게 앞으로 나의 변호사의 삶에 대한 과제를 던져 주었다.

사형제도의 비문명성과 피해자 눈물의 딜레마

형법여행 2011. 4. 29. 11:47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얼마전 세상을 부산에서 여중생을 납치. 살해하여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김길태에 대해 무기징역형이 선고되어 사형을 당해 마땅한 중대한 범죄자에 대해 무기징역형으로 감경시키는 것에 대해 법원의 판결이 잘못 되었다는 사회적 비난 여론이 형성되었다.

반면에 사형페지론자들은 바람직한 판결이라는 입장이다. 김길태가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연쇄살인을 한 것도 아니고, 당시 1심 재판부가 사회적 여론에 떠밀려 사형을 선고한 측면이 있으므로, 이번 판결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사형은 인류가 탄생한 이래 지속되어온 원시적이고 가장 잔혹한 형벌이다. 그리고 가장 확실한 범죄자의 제거 수단이다. 하지만 인류가 문명화 됨에 따라 사형제도의 잔혹성에 대한 논란이 가시화 되면서 사형제도를 페지하는 국가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럽은 이미 사형제도를 페지하여, 사형제도를 유지하는 국가를 비문명국으로 보아. 각종 통상협상에서도 사형제도의 페지를 조건으로 내걸 정도이다. 최근에 대한민국과 유럽연합 사이의 FTA 협상과정에서도 대한민국의 사형제도가 문제되기도 했었다.

개인적으로 나 또한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사형제도는 우리 헌법에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헌법 10조의 인간의 존엄성에 기초한 생명권을 본질적으로 박탈하는 제도이고, 교화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형법의 이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또 사형제도는 정치적으로 반대파를 제거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고, 오판이 있을 때에는 시정이 불가능하다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최근 나는 피해자의 눈물을 생각하며 사형제도에 대한 기존의 입장에 대해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연수원 시절,또는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직. 간접적으로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아픔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잔혹한 살인범에 의해 사랑하는 딸, 아들이 희생된 부모의 마음...그것은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커다란 비극으로, 단란한 가정을 산산 조각낸 그 범죄자를 찾아가 죽이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피해자의 가족에게 가장 확실한 보상수단은 내 아이가 너로 인해 고통에 몸부림 치게 죽은 것처럼 너도 고통을 당하며 죽어야 한다는 것일 지 모른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을 것이다.

형벌은 본질적으로 응보형의 성격을 가진다. 즉 복수이다. 내가 당한 만큼 너도 당해봐라. 하지만 국가가 나서서 무기징역형을 선고했으니 피해자의 가족은 배신당한 기분일지도 모른다.

사형제도는 기본적으로 비문명적이고 비인권적이다. 하지만 피해자의 눈물을 과연 누가 닦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사형제도의 폐지문제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대한민국은 형법이나 군형법에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집행되지 않아. 사형폐지국가에 해당한다. 그러나 여전히 사형수는 늘어나고 있다.

늘어나는 사형수의 처리문제도 국가의 고민일 것이다. 피해자의 눈물과. 사형제도의 비문명성의 딜레마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조상천도제 협박 무속인 공갈죄일까?

형법여행 2011. 2. 1. 06:30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며칠 전에 조상천도제를 지내지 않으면 가족이 화를 입는다고 협박하여 177억이라는 거대한 돈을 꿀꺽한 무속인이 구속되어 화제가 되었다.무속인은 자신을 찾아온 손님에게 가족에게 화가 있으니 조상천도제를 지내라고 하였고 이에 속은 손님은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의 공금을 횡령하여 무속인에게 바쳤다.

 몇년전에도 이와 유사한 판례가 있었다.아마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꽤 있는 모양이다. 조상천도제가 무속인의 유용한 영업수단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조상천도제를 지내지 아니하면 가족에게 큰 화가 미친다고 하여 돈을 뜯어낸 경우 무속인은 무슨죄를 질까? 어찌보면 죄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달리 보면 무속인이 점꽤를 읽어 보니 자신을 찾아 온 손님이 큰 화를 입을 것이라는 것을 보았다면 무속인의 입장에서 조상천도제를 권유하는 행위는 자신의 직업을 충실히 이행한 무속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김말순이라는 중년의 여성은 최근 자신의 가족에게 좋지 않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 고민이 많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대학을 졸업한지 몇년이 지났는데도 취업을 하지 못하고 빈둥빈둥 놀고 있고 또 며칠전에는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하였다. 남편 또한 최근에 사업이 잘되지 않고 있다.

 김말순은 평소 미신을 믿어 무속인을 찾아가 상담을 하였는데, 이번에도 단골 무속인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무속인은 한참 김말순을 바라보더니
" 아들이 자동차를 운전하면 교통사고가 나 크게 다치거나 죽거나 하게 된다. 조상천도를 하면 교통사고를 막을 수 있고 보살도 아픈 곳이 낫고 사업도 잘 되고 모든 것이 잘 풀려 나간다. 조상천도비용으로 780만원을 내라."고 말하였다.

평소 무당말을 신뢰하고 있던 김말순은 조상천도제를 지내지 않으면 하나뿐인 아들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겁이나 즉시 무속인에게 현금을 건내고 정성을 들여 천도제를 지냈다. 

 조상 천도제를 정성스럽게 지냈으니 이제 아들에게 큰 화도 없고 남편사업도 잘될거라고 생각한 김말순은 이제야 안심을 했다. 그러나 김말순은 며칠전에 다시 무속인을 찾아가 청천병력같은 말을 들었다. "
묘소에 있는 시아버지 목뼈가 왼쪽으로 돌아가 아들이 형편없이 빗나가 학교에도 다니지 못하게 되고 부부가 이별하게 되고 하는 사업이 망하고 집도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게 된다. 조상천도를 하면 모든 것이 다 잘 된다. 조상천도를 하지 않으면 큰일난다."

 무속인의 말에 김말순은 다시 한번 큰 쿵격을 받고 무속인이 요구하는 돈 100만원을 주고 정성스럽게 천도제를 지냈다.이와 같이 김말순으로부터 조상천도제를 미끼로 180만원을 뜯어낸 무속은은 무슨죄일까?

이에 대해 우리 판례는 사기죄, 공갈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우선 사기죄에 대하여는 비록 미신이기는 하나 피고인이 조상천도제를 올리더라도 피해자 집안에 좋은 일이 생길 수 없다는 점을 알고서도 피해자들로부터 금원을 편취할 의사로 조상천도제를 지낸다는 명목으로 금원을 교부받았다고 볼 수 없거나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즉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기망행위, 상대방을 속이는 행위가 필요한데 위 사례와 같은 경우 무속인은 조상천도제를 지내도 김말순의 집에 좋은 일이 생길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고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김말순을 속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공갈죄가 성립되는 지가 문제된다.

그러나 판례는 역시 공갈죄가 성립되지 않는 다는 입장이다.

[1] 공갈죄의 수단으로써의 협박은 객관적으로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하고, 그 해악에는 인위적인 것뿐만 아니라 천재지변 또는 신력이나 길흉화복에 관한 것도 포함될 수 있으나, 다만 천재지변 또는 신력이나 길흉화복을 해악으로 고지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행위자 자신이 그 천재지변 또는 신력이나 길흉화복을 사실상 지배하거나 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믿게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행위가 있어야 공갈죄가 성립한다.
[2] 조상천도제를 지내지 아니하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는 취지의 해악의 고지는 길흉화복이나 천재지변의 예고로서 행위자에 의하여 직접, 간접적으로 좌우될 수 없는 것이고 가해자가 현실적으로 특정되어 있지도 않으며 해악의 발생가능성이 합리적으로 예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협박으로 평가될 수 없다(2002. 2. 8. 선고 2000도3245)

우리 형법상의 공갈죄는 상대방을 협박하여 재물을 빼앗을 때 성립한다. 그러나 우리 판례는 위와 같은 경우 무속인이 김말순을 협박하였다고 보지 않았다. 즉 협박이란 상대방에게 해악을 고지하여 공포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말한다. 물론 이러한 협박에도 천재지변 길흉화복에 관한 것이 포함될 수 있으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행위자가 그 천재지변이나 길흉화복을 사실상 지배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하는 행위가 있어야 공갈죄의 협박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위 사례의 경우 비록 무속인이 조상천도제를 지내지 않으면 김말순의 가족에게 큰 화가 미친다고 말하였지만 무속인의 행위는 길융화복이나 천재지변의 예고에 불과하지 무속인 자신이 그 길융화복이나 천재지변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상대방으로 하여금 믿게 한 것이 아니므로 공갈죄의 협박에 해당하지 않아 공갈죄에 해당하지 않는 다는 판단을 하였다.

얼마전에 화제가 되었던 무속인이 조상천도제를 미끼로 177억원을 꿀꺽한 사건은 일단 사기죄의 혐의로 구속이 된 듯하다. 무속인이 기망행위를 통해 자신을 찾아온 손님의 재물을 편취하였다는 혐의이다.

과연 이번에는 법원이 어떠한 판결을 할지 그 귀취가 주목된다.

소말리아 해적 처벌의 국내법적 근거

형법여행 2011. 1. 25. 18:18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청해부대의 해적소탕작전 성공으로 인해 오래간만에 전국민이 즐거운 소식을 들었다. 또한 그동안 북한의 무력도발행위에 대해 무기력한 대응으로 다소 국민의 신뢰를 잃었던 군은 이번 작전의 성공으로 다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한명의 사망자도 없이 작전을 성공한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 할것이다. 그러나 생포한 해적의 처벌방안이 문제되고 있다. 그동안 생포한 해적을 범죄인도협정의 미체결 등 국제법적 문제로 많은 국가에서 90%이상 처벌없이 석방해왔기 때문이다.

많은 국가의 상선과 선원들을 위협하여 재물을 강탈한 해적을 처벌없이 석방하는 것은 법적 정의에도 어긋나는 것이기에 생포한 해적을 반드시 처벌해야 할 것이고 또 그것이 국민의 뜻이라 할것이다. 그러나 생포한 해적을 법적 근거도 없이 처벌하는 것 또한 죄형법정주의에 명백히 반하는 행위이기에 반드시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할것이다.

그렇다면 법적 근거는 무엇일까?

우선 국내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있어야 한다.
우리 형법은 우선 속지주의에 근거한 속인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형법 제2조 본법은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용한다.
형법 제3조 본법은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다.


우리 형법 제 2조는 속지주의, 3조는 속인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속지주의란 자국의 영역내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 범죄인의 국적여하를 불문하고 자국형법을 적용하는 원칙이고, 속인주의란 자국민의 범죄에 대해서는 범죄지 여하를 불문하고 자국 형법을 적용하는 원칙이다. 그러나 소말리아 해적의 행위는 대한민국 영토에서 벌어진 행위가 아니고 또한 해적의 국적이 대한민국이 아니기에 속지주의, 속인주의는 적용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형법 제 4조의 기국주의가 적용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형법 제4조 본법은 대한민국 영역 외에 있는 대한민국의 선박 또는 항공기 내에서 죄를 범한 외국인에게 적용한다.

기국주의란 국외를 운항중인 자국의 선박 또는 항공기 내에서 행한 범죄에 대해서는 자국형법을 적용한다는 원칙이다.삼호 주얼리호의 선적이 대한민국이라면 기국주의에 의해 국내법적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삼호 주얼리호의 선적은 몰타로 되어있어 역시 기국주의에 의해서도 처벌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보호주의에 의해 처벌이 가능한지 문제된다.

형법 제6조 본법은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국민에 대하여 전조에 기재한 이외의 죄를 범한 외국인에게 적용한다. 단 행위지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소추 또는 형의 집행을 면제할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우리 형법 제6조는 보호주의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자국 또는 자국민의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행위에대해 범인의 국적을 불문하고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다. 소말리아 해적의 경우 자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침해하는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형법 제6조에 의해 처벌이 가능하다.

또한 우리나라가 가입한 1982년 제정된 유엔 해양법협약(UNCLOS)에 따르면, 모든 국가는 공해상의 해적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협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만큼 유엔 해양법협약을 근거로 처벌도 가능하다.

이렇게 처벌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있다면 과연 무슨죄로 처벌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우선 먼저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우리 형법 제340조 해상강도죄이다.

형법 제 340조 제 1항 다중의 위혁으로 해상에서 선박을 강취하거나 선박 내에 침입하여 타인의 재물을 강취한 자는 무기 또는 7년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제2항 1제항의 죄를 범한 자가 사람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제3항 제1항의 죄를 범한 자가 사람을 살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부녀를 강간한 때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


우리형법 제340조의 해상강도죄의 규정인데, 이는 쉽게 말해서 해적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규정이다.다중의 위력으로 해상에서 선박을 강취하거나 선박내에 침입하여 타인의 재물을 강취한 경우에 처벌하는 규정으로 소말리아 해적의 경우 전형적인 해적행위로 해상강도죄의 구성요건을 충족시킨다.

행상강도죄에 대해 일반인도 다 아는 유명한 페스카마호 사건 판례가 있다. 이는 해상에서 일부 선원이 처우에 불만을 품고 페스카마호를 점령해 반항하는 선원을 살해한 사건으로 우리 법원은 해상강도죄 규정을 적용하여 처벌하였다.

또한 선박및해상구조물에대한위해행위의처벌법등에관한법률 제6조 선박납치죄를 근거로 처벌도 가능하다

선박및해상규조물에대한위해행위의처벌등에관한법률 제6조(선박납치죄)  ① 폭행 또는 협박 그 밖의 방법으로 운항중인 선박 또는 해상구조물을 강탈하거나 선박의 운항을 강제한 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②제1항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다만, 그 목적한 죄의 실행에 이르기 전에 자수한 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



위와 같이 소말리아 해적의 경우 국내법적인 처벌근거 규정은 충분하다. 하나 범인인도 협정의 미체결 등 국제적 공조 등의 어려움으로 이들을 국내에 송환하는데에는 여러가지 행정적 법률적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들 처벌에 대한 정부의 고민을 깊에질 것으로 보인다.

티스토리 초대장 배포합니다. (5장)

카테고리 없음 2011. 1. 25. 18:15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티스토리 초대장이 5장있습니다.
블로그 운영하실 분들은 받아가세요^^

티스토리 초대장을 받으가실 분은 다음과 같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 이메일 입력
2. 블로그 개설 목적을 간단히 기재해주세요

특별한 사유 없으면 댓글 순서대로 배포하겠습니다.

모두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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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 친 고스톱과 도박죄

형법여행 2011. 1. 22. 06:30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요즘 신정환 사건으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해외원정 도박 후 도박사실을 숨기기 위해 뎅기열로 위장한 행위, 또 바로 입국하여 법의 심판을 받지 아니하고, 5개월이상을 해외에 도피한 행위, 또 입국당시 명품 옷을 입고 온 행위 등 때문에 많은 이들 특히 네티즌 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한때 예능프로그램의 대표주자로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주던 이이기에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설이 얼마 안남았다. 설은 모든 가족이 하나로 모이는 대표적은 한국의 명절이다. 설에 가족이 모여 조상님께 정성껏 제사를 지내고 가족들은 오래간만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그동안의 안부를 묻는 등 대화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전국민의 오락거리인 고스톱을 치기도 한다.

 고스톱은 어느덧 전국민이 사랑하는 오락거리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금액이 작으면 별문제가 되지 아니하나, 금액이 크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고스톱은 엄연한 도박이기 때문이다. 우리형법은 도박죄를 규정하여 처벌하고 있다.

형법 제246조 제1항 재물로써 도박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 단 일시오락정도에 불과한 때에는 예외로 한다.

우연성

위와 같이 도박은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도박은 필연적으로 우연성을 요건으로 한다. 즉 당사자에게 주관적으로 불확실성이 있어 누가 이길지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경우이어야 성립한다.

 그렇다면 이른바 타짜에 의한 사기도박은 도박죄에 해당할까? 타짜는 도박실력도 우수하지만 또 보통 화투바꾸기 등 사기수단을 써 상배방을 반드시 이긴다. 타짜의 꾀임에 빠져 도박의 늪에 빠져 버리면 아무리 이기려 해도 결국 자신의 모든 재산을 탕진한 후에야 자신이 속았구나 하는 것을 깨닭는다.

 이런 경우는 흔히 편면적 도박이라고 하는데, 도박죄라기 보다는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볼수 있다. 한마디로 도박의 필연적 요건인 우연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박은 민법상 계약.합동행위이고 사기도박의 경우에는 우연성이 결여되어 있어 결국 사기도박자에게 사기죄가 성립되는 것을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사기죄의 피해자인 상대방은 범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

우리가 설에 흔히 치는 고스톱도 형법 제 246조의 도박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단서에서 일시오락의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여 우리가 흔히 치는 고스톱에 대해 처벌을 비껴갈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 놓았다.

일시오락의 판단기준

 그렇다면 일시오락의 판단기준은 무엇일까?

이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보통 도박의 시간과 장소, 도박에 건 재물의 가액, 도박에 가담한 자들의 사회적 지위나 재산정도 및 도박으로 인한 이득의 용도 등 여러가지 사정을 참작해서 판단해야한다
.

 즉 도박을 하는 사람의 재산정도 또 판돈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판례는 판돈 1,000원 내지 7,000원 에 점 100원짜리 고스톱, 판돈 4만원에 점 100원 짜리 고스톱은 도박이 아닌 일시오락에 불과하다는 판결을 낸 적이 있다.

피고인들이 서로 친숙한 사이로서 이 사건 당일 우연히 다방에서 만나게 되어, 약 3,000원 상당의 음식내기 화투놀이를 약 30분간 한 소위는 피고인들의 친분관계, 화투놀이의 시간과 장소, 도박의 경위 및 그 금액의 근소성에 비추어 일시 오락의 정도에 불과하고 도박죄를 구성하지 않는다.(출처 : 대법원 1984.4.10. 선고 84도194 판결【도박】 [공1984.6.1.(729),866])

피고인 1은 400만원짜리 한옥 한채를 소유하고 목공일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하여 일시 쉬고 있었고, 피고인 2는 남양우유춘천대리점의 운전사로서 금 25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고 있었으며, 피고인 3은 800만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하고 상업에 종사하여 매월 금 30만원의 수입을, 피고인 4는 식육점을 경영하여 매월금 20만원 정도의 수입을 각기 얻고 있었던 사실, 피고인 2는 1988.11.13. 19:45경 근무를 마치고 평소식사를 하러 출입하던 피고인 5 경영의 제일닭갈비집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가, 그곳에 자주 출입하던 피고인 3과 그곳에 놀러온 공소외 전종국등을 만나 이야기를 하던 중, 심심하니 고스톱이나 치자고 의견이 모아져 피고인 5로부터 화투를 빌려, 피고인 2는 가지고 있던 현금 69,000원 중 금 7,000원을, 피고인 3은 가지고 있던 현금 23,000원 중 금 3,000원을, 전종국은 가지고 있던 현금 10,000원 중 금 1,000원을 각기 꺼내어 놓고 한점에 금 100원짜리 속칭 "고스톱"을 30회가량 하고 있었는데, 같은 동리에 살던 피고인 1과 4가 함께 술을 마시러왔다가 피고인 2 등이 고스톱을 하는 것을 보고 잠시 소주나 마시면서 같이 놀자고 인사를 나눈 다음, 피고인 1은 금 2,000원을, 피고인 4는 금 5,000원을 각기 꺼내어 놓고 고스톱에 참가하여 10회정도 화투를 치다가, 20:20경 경찰관에게 적발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 1, 2, 3, 4 등의 이와 같은 도박은 앞서 본 피고인들의 직업, 재산관계, 피고인들이 도박장소에 가게 된 경위, 도박을 하게 된 동기, 도박을 한 시간, 그 규모 등에 비추어 일시 오락의 정도에 불과한 때에 해당하여 도박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 바, 관계증거와 기록에 의하면 원심의 이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이 도박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가 없다. (출처 : 대법원 1990.2.9. 선고 89도1992 판결【도박,도박방조】 [공1990.4.1.(869),698])

또 최근의 수원지방법원에서는 각자의 금액이 2천원 정도이고 판돈이 4만원 정도, 점당 100원의 고스톱을 친 사건에서 일부가 도박전과가 있는 자라고 할지라도 고스톱 횟수가 20회 미만이고 감자탕 값 마련을 위한 친목도모 행위에 불과하여 일시오락의 정도에 불과하여 도박죄의 위법성의 조각된다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

따라서 우리가 설에 치는 고스톱은 가족의 친목도모를 위한 행위로 도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금액이 커지고 고스톱의 횟수가 많아지면 도박죄는 충분히 성립여지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외국카지노 출입행위와 도박죄

또 한가지 주의할 점은 신정환의 경우 처럼 외국의 카지노 출입이 허용되는 장소에서의 행위도 도박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우리 형법 제3조는 "본법은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다."고 하여 형법의 적용 범위에 관한 속인주의를 규정하고 있고, 또한 국가 정책적 견지에서 도박죄의 보호법익보다 좀더 높은 국가이익을 위하여 예외적으로 내국인의 출입을 허용하는 폐광지역개발지원에관한특별법 등에 따라 카지노에 출입하는 것은 법령에 의한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것이지만,  도박죄를 처벌하지 않는 외국 카지노에서의 도박이라는 사정만으로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외국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는 행위도 당연히 도박죄로 처벌받는다.

결국 가족이나 친구들간의 단순한 친목도모를 위한 고스톱은 용인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판돈이 커진다면 이는 명백한 도박이다. 그리고 가족이나 친구들간의 친목도모를 위해 꼭 고스톱을 쳐야 하는지는 고려해보아야 한다. 보다 건전하고 재미있는 친목도모 수단을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다.

낯선 그늘(1)

이야기창작소 2011. 1. 21. 18:01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온갖 서류와 두꺼운 법서들로 책상은 어질러져 있다. 영민은 지친 표정으로 구겨질때로 구겨진 하얀 와이셔츠 소매를 말아올려 팔뚝에 걸친 채 뚜꺼운 서류뭉치를 넘기고 있다.영민은 목이 조여 오는듯 넥타이를 풀어 헤쳤다. 그리고 다시 서류뭉치를 이리 저리 넘겨가며 무엇에 쫓기는 듯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컴퓨터 키보드를 재빠르게 두드렸다.



몇년전에 코미디 프로에서 개그맨이 쓰리랑카에서 온 블랑카라는 외국인 노동자 연기를 하여 인기를 얻은 경우가 있었다.

개그맨은 마치 그가 쓰리랑카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인것처럼 연기하며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풍자하여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미 우리사회는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각종 산업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제 그들은 어느덧 우리사회의 한 구성원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적은 보증금을 내거나 월세 등의 임대차 계약을 통해 공장주변에 거주한다. 그렇다면 한국국적이 아닌 이주 노동자들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사회적 약자인 세입자들은 많은 어려움에 처했다. 그러나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사회적 약자인 세입자들을 획기적으로 보호해준 법이다. 단순한 채권자에 불과한 세입자들에게 주민등록과 주택을 인도받아 점유하면 거의 물권과 같은 대항력을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전세권 등기 등이 없이 단순한 주민등록과 인도만을 요건으로 하여 물권과 같은 대항력을 인정해준다는 것은 이전의 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획기적 법률임이 분명하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임대차는 그 등기가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이 주택이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그 다음날부터 제삼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 이 경우 전입신고를 한 때에 주민등록이 된 것으로 본다.

위와 같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대항력을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외국인은  대한민국 국적이 없기 때문에 전입신고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따라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하지만 출입국관리법제88조의2 제2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출입국관리법 제88조의2 제2항 이 법에 따른 외국인등록과 체류지 변경신고는 주민등록과 전입신고를 갈음한다

즉 외국인의 경우 출입국관리법에 의한 외국인등록 및 체류지변경신고가 있으면 주민등록과 전입신고를 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이다. 따라서 외국인의 경우도 주택을 임차한 후 그주택의 주소로 외국인 등록이나 체류지 변경신고를 하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가 가능하다.

외국인이 주택을 임차하여 출입국관리법에 의한 체류지변경신고를 하였다면 거래의 안전을 위하여 임차권의 존재를 제3자가 명백히 인식할 수 있는 공시의 방법으로 마련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주민등록을 마쳤다고 보아야 한다.(서울지법 93.12.16. 선고 93가합73367)

비록 하급심 판례지만 판례도 존재한다. 따라서 쓰리랑카에서 온 이주노동자인 블랑카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김말숙은 어릴적부터 고생을 하며 모은 돈으로 지방의 중소도시에 작은 다방을 개업했다.
 찾아오는 손님에게 친절하게 대하여 다방의 매출은 어느정도 안정권에 들어섰다. 김말숙은 그녀가 모은 모든 돈을 다방에 투자하였기 때문에 별도의 주거공간을 마련하지 못하고 다방에 딸린 작은 방에서 숙식을 해결하였다.

 김말숙은 열심히 다방영업을 하며 돈을 모아 고향에 조그마한 땅이라도 매입해 고향에 정착할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다방영업을 하던 중 갑자기 낯선 사람이 찾아와 다방의 소유주가 바뀌었다며 다방을 언제까지 비워달라고 통보를 해왔다. 김말숙에게는 청천벽력이었다.

 김말숙은 사정을 이야기하며 다방영업을 계속하게 해달라고 사정을 했지만 건물주는 그럴 수 없다고 이야기했고 이에 김말숙은 건물주에게 보증금을 줄때까지 건물을 비울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런 경우 김말숙은 과연 주택임대차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을까?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사회적 약자인 주택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건물의 점유와 주민등록이 되는 등 일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요건을 갖춘 주택임차인은 물권자에 준하는 대항력을 갖추게 해주워 주택임차인을 강하게 보호해주고 있었다.

이사례에서도 김말숙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보호대상이 되는 경우라면 일정한 대항요건을 갖추어 신건물의 소유자에게 대항력, 임대차계약의 임대인의 지위승계 등을 주장할 수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적용범위는 주거용 건물로 한정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제1조(목적) 이 법은 주거용 건물의 임대차에 관하여 민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주거생활의 안정을 보장함을 목적으로 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제2조(적용범위) 이 법은 주거용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의 임대차에 관하여 적용한다. 그 임차주택의 일부가 주거 외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이와 같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그 적용대상을 주거용 건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2조에서 임차주택의 일부가 주거 외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에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도록 하고있다.

위와 같은 사례와 같이 서민들은 다방, 미용실, 그외에 작은 점포 등을 운영하며 그 점포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겸용주택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는지가 특히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 대표적인 판례가 있다.

판결요지】
[1] 주택임대차보호법 제2조 소정의 주거용 건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임대차목적물의 공부상의 표시만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그 실지용도에 따라서 정하여야 하고 건물의 일부가 임대차의 목적이 되어 주거용과 비주거용으로 겸용되는 경우에는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 그 임대차의 목적, 전체 건물과 임대차목적물의 구조와 형태 및 임차인의 임대차목적물의 이용관계 그리고 임차인이 그곳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지 여부 등을 아울러 고려하여 합목적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2] 방 2개와 주방이 딸린 다방이 영업용으로서 비주거용 건물이라고 보여지고, 설사 그 중 방 및 다방의 주방을 주거목적에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다방의 영업에 부수적인 것으로서 그러한 주거목적 사용은 비주거용 건물의 일부가 주거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일 뿐, 주택임대차보호법 제2조 후문에서 말하는 '주거용 건물의 일부가 주거 외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1) 원심은 이 사건 건물은 온양시장 변두리에 위치하고 있고, 건축물관리대장 및 등기부상의 용도는 1층 점포 지하 위락시설 및 다방으로 기재되어 있는 상가건물로서, 이 사건 건물 1층에는 전자오락실, 이불가게, 여인숙, 미용실, 슈퍼마켓이 영업을 하고 있는 사실, 피고가 임차한 건물부분은 약 30평 가량의 지하실 다방으로서 다방영업장 약 21평, 주방 약 3평, 약 2 내지 3평 가량의 방 2개로 이루어져 있고, 피고가 위 건물부분에 관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작성된 계약서에는 용도 다방, 임대차기간이 만료되면 임차인은 다방허가증 및 내부시설물을 원상복구하며 권리금 및 유익비 일체를 청구하지 않는다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피고는 위 장소에서 다방영업을 하면서 1992. 11. 12.경 다방 영업자 지위를 승계하였고,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가 임차한 위 다방 건물부분은 영업용으로서 비주거용 건물이라고 보여지고 설사 피고가 그 중 방 및 다방의 주방을 주거목적에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위 다방의 영업에 부수적인 것으로서 그러한 주거목적 사용은 비주거용 건물의 일부가 주거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일 뿐, 주택임대차보호법 제2조 후문에서 말하는 '주거용 건물의 일부가 주거 외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인정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2조의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소론이 지적하는 당원의 판례는 사안을 달리하여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한 것이 아니다.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출처 : 대법원 1996. 3. 12. 선고 95다51953 판결【배당이의】 [공1996.5.1.(9),1253])


위 판례는 앞의 김말숙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방2개와 주방에 딸린 다방으로 다방주인이 다방에 숙식하며 다방영업을 한 경우이다. 그러나 판례는 피고가 다방의 방을 주거용으로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다방영업의 부수적인 것에 지나지 않아 주된 용도가 주거라고 볼 수 없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그 구체적인 근거는 계약을 체결할 당시 그 용도에 다방이라고 명시된 점, 다방영업장의 면적이 21평, 주방이 3평임에 비해 주거로 사용되는 방의 면적이 각 2 내지 3평에 불과한점, 피고가 일정시간 후 별도의 주택에 거주한 점 등이다.

위와 같이 판례는 겸용주택의 경우에 그것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대상이 되는지 여부는 임대차의 목적, 전체 건물과 임대차목적물의 구조와 형태, 임차인의 임대차목적물의 이용관계, 임차인이 그곳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지 여부 등을 고려하여 판단한다.

결국 김말숙의 경우도 그 주된 용도가 다방이고 주거는 부수적인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할것이다. 그러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과의 관계에서 임차건물의 일부가 주거용으로 일부가 영업용으로 사용되는 위와 같은 경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수는 있다.

 또 주거용 건물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시점은 원칙적으로 임대차계약의 체결시이다. 따라서 비주거용 건물을 임차하여 임차인의 임의로 주거용으로 개조하여 사용한다거나 비주거용 건물에 임의로 주거용 건물을 증축하여 사용하는 경우에는 임대인이 이를 승낙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주거용 건물이라고 할 수 없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우리의 안타까운 김말숙씨는 결국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지만 일정한 경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여지는 남아있다.

애인의 머리카락을 자르면 상해죄일까?

형법여행 2011. 1. 14. 07:14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랑하는 여자친구는 유흥주점에서 일한다. 대부분의 남자와 마찬가지로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유흥주점에 다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남자는 자신이 돈을 벌테니 여자친구에게 더 이상 유흥주점에 다니지 말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남자의 월급만으로는 생활비 벌기도 어렵다며 남자의 간곡한 부탁에도 불과하고 유흥주점에 나갔고  남자는 매일 새벽 술에 취한 채 비틀거리며 들어오는 여자친구를 볼때마다 자신이 능력이 없어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고생시키는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남자는 계속 여자친구에게 유흥업소에 나가지 말 것을 부탁하였고 여자친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부탁을 무시하고 유흥업소에 나갔고 남자는 이제 미안함을 넘어 자신을 무시하는 여자친구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남자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여자친구가 유흥업소에 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여자친구가 잠든 사이 머리카락을 짧게 잘라버렸다.

 이에 놀란 여자친구는 남자친구가 괴심하여 남자친구를 상해죄로 경찰에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과연 여자친구의 머리카락을 자른 남자는 상해죄에 해당할까?

 법을 조금이나마 공부한 사람은 곧바로 대답할 수 있는 쉬운 문제이다. 정답은 폭행죄는 별론으로 하고 상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이다. 

우리 형법 제 257조제1항은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상해의 개념이 문제되는데 이에 대해 여러가지 학설이 대립하나 일반적인 견해와 판례의 입장은 생리적 기능훼손설을 취하고 있다. 즉 생리적 기능훼손, 쉽게 말해서 건강침해로 육체적, 정신적 병적 상태의 야기와 증가가 있어야 상해야 해당된다는 것이다.따라서 단순히 머리카락을 자르는 행위만으로는 생리적 기능의 훼손을 가져오지 아니하여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대하여 다른 견해는 생리적 기능의 훼손 이외에 신체외관의 중대한 변경을 가한 것은 상해이고 경미한 변경을 가한 것은 폭행이라는 입장도 있다. 이 견해는 여자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경우는 여자는 헤어스타일에 따라 외관의 중대한 변경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상해이지만 남자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경우는 단순 폭행에 불과하다는 견해로 다수의 지지를 받는 학설은 아니다.그러나 애인에게 수면제를 먹여 의식을 잃게 하는 것은 생리적 기능의 훼손을 초래하여 상해죄에 해당된다.

우리 판례는 음모는 성적 성숙함을 나타내거나 치부를 가려주는 등의 시각적·감각적인 기능 이외에 특별한 생리적 기능이 없는 것이므로, 피해자의 음모의 모근(모근) 부분을 남기고 모간(모간) 부분만을 일부 잘라냄으로써 음모의 전체적인 외관에 변형만이 생겼다면, 이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야기하기는 하겠지만, 병리적으로 보아 피해자의 신체의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거나 생활기능에 장애가 초래되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그것이 폭행에 해당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강제추행치상죄의 상해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출처 : 대법원 2000. 3. 23. 선고 99도3099 판결【강제추행치상】 [공2000.5.15.(106),1096])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즉 단순한 머리카락이나 음모를 절단하는 행위는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 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머리카락을 자르는 행위가 상해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폭행죄에는 해당될 수 있다. 따라서 아무리 애인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다고 하여 애인의 머리카락을 동의없이 잘라버리는 행위는 하여서는 아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