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천도제 협박 무속인 공갈죄일까?

형법여행 2011. 2. 1. 06:30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며칠 전에 조상천도제를 지내지 않으면 가족이 화를 입는다고 협박하여 177억이라는 거대한 돈을 꿀꺽한 무속인이 구속되어 화제가 되었다.무속인은 자신을 찾아온 손님에게 가족에게 화가 있으니 조상천도제를 지내라고 하였고 이에 속은 손님은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의 공금을 횡령하여 무속인에게 바쳤다.

 몇년전에도 이와 유사한 판례가 있었다.아마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꽤 있는 모양이다. 조상천도제가 무속인의 유용한 영업수단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조상천도제를 지내지 아니하면 가족에게 큰 화가 미친다고 하여 돈을 뜯어낸 경우 무속인은 무슨죄를 질까? 어찌보면 죄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달리 보면 무속인이 점꽤를 읽어 보니 자신을 찾아 온 손님이 큰 화를 입을 것이라는 것을 보았다면 무속인의 입장에서 조상천도제를 권유하는 행위는 자신의 직업을 충실히 이행한 무속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김말순이라는 중년의 여성은 최근 자신의 가족에게 좋지 않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 고민이 많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대학을 졸업한지 몇년이 지났는데도 취업을 하지 못하고 빈둥빈둥 놀고 있고 또 며칠전에는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하였다. 남편 또한 최근에 사업이 잘되지 않고 있다.

 김말순은 평소 미신을 믿어 무속인을 찾아가 상담을 하였는데, 이번에도 단골 무속인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무속인은 한참 김말순을 바라보더니
" 아들이 자동차를 운전하면 교통사고가 나 크게 다치거나 죽거나 하게 된다. 조상천도를 하면 교통사고를 막을 수 있고 보살도 아픈 곳이 낫고 사업도 잘 되고 모든 것이 잘 풀려 나간다. 조상천도비용으로 780만원을 내라."고 말하였다.

평소 무당말을 신뢰하고 있던 김말순은 조상천도제를 지내지 않으면 하나뿐인 아들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겁이나 즉시 무속인에게 현금을 건내고 정성을 들여 천도제를 지냈다. 

 조상 천도제를 정성스럽게 지냈으니 이제 아들에게 큰 화도 없고 남편사업도 잘될거라고 생각한 김말순은 이제야 안심을 했다. 그러나 김말순은 며칠전에 다시 무속인을 찾아가 청천병력같은 말을 들었다. "
묘소에 있는 시아버지 목뼈가 왼쪽으로 돌아가 아들이 형편없이 빗나가 학교에도 다니지 못하게 되고 부부가 이별하게 되고 하는 사업이 망하고 집도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게 된다. 조상천도를 하면 모든 것이 다 잘 된다. 조상천도를 하지 않으면 큰일난다."

 무속인의 말에 김말순은 다시 한번 큰 쿵격을 받고 무속인이 요구하는 돈 100만원을 주고 정성스럽게 천도제를 지냈다.이와 같이 김말순으로부터 조상천도제를 미끼로 180만원을 뜯어낸 무속은은 무슨죄일까?

이에 대해 우리 판례는 사기죄, 공갈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우선 사기죄에 대하여는 비록 미신이기는 하나 피고인이 조상천도제를 올리더라도 피해자 집안에 좋은 일이 생길 수 없다는 점을 알고서도 피해자들로부터 금원을 편취할 의사로 조상천도제를 지낸다는 명목으로 금원을 교부받았다고 볼 수 없거나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즉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기망행위, 상대방을 속이는 행위가 필요한데 위 사례와 같은 경우 무속인은 조상천도제를 지내도 김말순의 집에 좋은 일이 생길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고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김말순을 속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공갈죄가 성립되는 지가 문제된다.

그러나 판례는 역시 공갈죄가 성립되지 않는 다는 입장이다.

[1] 공갈죄의 수단으로써의 협박은 객관적으로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하고, 그 해악에는 인위적인 것뿐만 아니라 천재지변 또는 신력이나 길흉화복에 관한 것도 포함될 수 있으나, 다만 천재지변 또는 신력이나 길흉화복을 해악으로 고지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행위자 자신이 그 천재지변 또는 신력이나 길흉화복을 사실상 지배하거나 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믿게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행위가 있어야 공갈죄가 성립한다.
[2] 조상천도제를 지내지 아니하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는 취지의 해악의 고지는 길흉화복이나 천재지변의 예고로서 행위자에 의하여 직접, 간접적으로 좌우될 수 없는 것이고 가해자가 현실적으로 특정되어 있지도 않으며 해악의 발생가능성이 합리적으로 예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협박으로 평가될 수 없다(2002. 2. 8. 선고 2000도3245)

우리 형법상의 공갈죄는 상대방을 협박하여 재물을 빼앗을 때 성립한다. 그러나 우리 판례는 위와 같은 경우 무속인이 김말순을 협박하였다고 보지 않았다. 즉 협박이란 상대방에게 해악을 고지하여 공포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말한다. 물론 이러한 협박에도 천재지변 길흉화복에 관한 것이 포함될 수 있으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행위자가 그 천재지변이나 길흉화복을 사실상 지배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하는 행위가 있어야 공갈죄의 협박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위 사례의 경우 비록 무속인이 조상천도제를 지내지 않으면 김말순의 가족에게 큰 화가 미친다고 말하였지만 무속인의 행위는 길융화복이나 천재지변의 예고에 불과하지 무속인 자신이 그 길융화복이나 천재지변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상대방으로 하여금 믿게 한 것이 아니므로 공갈죄의 협박에 해당하지 않아 공갈죄에 해당하지 않는 다는 판단을 하였다.

얼마전에 화제가 되었던 무속인이 조상천도제를 미끼로 177억원을 꿀꺽한 사건은 일단 사기죄의 혐의로 구속이 된 듯하다. 무속인이 기망행위를 통해 자신을 찾아온 손님의 재물을 편취하였다는 혐의이다.

과연 이번에는 법원이 어떠한 판결을 할지 그 귀취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