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의 비문명성과 피해자 눈물의 딜레마

형법여행 2011. 4. 29. 11:47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얼마전 세상을 부산에서 여중생을 납치. 살해하여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김길태에 대해 무기징역형이 선고되어 사형을 당해 마땅한 중대한 범죄자에 대해 무기징역형으로 감경시키는 것에 대해 법원의 판결이 잘못 되었다는 사회적 비난 여론이 형성되었다.

반면에 사형페지론자들은 바람직한 판결이라는 입장이다. 김길태가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연쇄살인을 한 것도 아니고, 당시 1심 재판부가 사회적 여론에 떠밀려 사형을 선고한 측면이 있으므로, 이번 판결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사형은 인류가 탄생한 이래 지속되어온 원시적이고 가장 잔혹한 형벌이다. 그리고 가장 확실한 범죄자의 제거 수단이다. 하지만 인류가 문명화 됨에 따라 사형제도의 잔혹성에 대한 논란이 가시화 되면서 사형제도를 페지하는 국가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럽은 이미 사형제도를 페지하여, 사형제도를 유지하는 국가를 비문명국으로 보아. 각종 통상협상에서도 사형제도의 페지를 조건으로 내걸 정도이다. 최근에 대한민국과 유럽연합 사이의 FTA 협상과정에서도 대한민국의 사형제도가 문제되기도 했었다.

개인적으로 나 또한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사형제도는 우리 헌법에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헌법 10조의 인간의 존엄성에 기초한 생명권을 본질적으로 박탈하는 제도이고, 교화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형법의 이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또 사형제도는 정치적으로 반대파를 제거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고, 오판이 있을 때에는 시정이 불가능하다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최근 나는 피해자의 눈물을 생각하며 사형제도에 대한 기존의 입장에 대해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연수원 시절,또는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직. 간접적으로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아픔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잔혹한 살인범에 의해 사랑하는 딸, 아들이 희생된 부모의 마음...그것은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커다란 비극으로, 단란한 가정을 산산 조각낸 그 범죄자를 찾아가 죽이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피해자의 가족에게 가장 확실한 보상수단은 내 아이가 너로 인해 고통에 몸부림 치게 죽은 것처럼 너도 고통을 당하며 죽어야 한다는 것일 지 모른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을 것이다.

형벌은 본질적으로 응보형의 성격을 가진다. 즉 복수이다. 내가 당한 만큼 너도 당해봐라. 하지만 국가가 나서서 무기징역형을 선고했으니 피해자의 가족은 배신당한 기분일지도 모른다.

사형제도는 기본적으로 비문명적이고 비인권적이다. 하지만 피해자의 눈물을 과연 누가 닦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사형제도의 폐지문제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대한민국은 형법이나 군형법에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집행되지 않아. 사형폐지국가에 해당한다. 그러나 여전히 사형수는 늘어나고 있다.

늘어나는 사형수의 처리문제도 국가의 고민일 것이다. 피해자의 눈물과. 사형제도의 비문명성의 딜레마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