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의 머리카락을 자르면 상해죄일까?

형법여행 2011. 1. 14. 07:14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랑하는 여자친구는 유흥주점에서 일한다. 대부분의 남자와 마찬가지로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유흥주점에 다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남자는 자신이 돈을 벌테니 여자친구에게 더 이상 유흥주점에 다니지 말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남자의 월급만으로는 생활비 벌기도 어렵다며 남자의 간곡한 부탁에도 불과하고 유흥주점에 나갔고  남자는 매일 새벽 술에 취한 채 비틀거리며 들어오는 여자친구를 볼때마다 자신이 능력이 없어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고생시키는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남자는 계속 여자친구에게 유흥업소에 나가지 말 것을 부탁하였고 여자친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부탁을 무시하고 유흥업소에 나갔고 남자는 이제 미안함을 넘어 자신을 무시하는 여자친구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남자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여자친구가 유흥업소에 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여자친구가 잠든 사이 머리카락을 짧게 잘라버렸다.

 이에 놀란 여자친구는 남자친구가 괴심하여 남자친구를 상해죄로 경찰에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과연 여자친구의 머리카락을 자른 남자는 상해죄에 해당할까?

 법을 조금이나마 공부한 사람은 곧바로 대답할 수 있는 쉬운 문제이다. 정답은 폭행죄는 별론으로 하고 상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이다. 

우리 형법 제 257조제1항은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상해의 개념이 문제되는데 이에 대해 여러가지 학설이 대립하나 일반적인 견해와 판례의 입장은 생리적 기능훼손설을 취하고 있다. 즉 생리적 기능훼손, 쉽게 말해서 건강침해로 육체적, 정신적 병적 상태의 야기와 증가가 있어야 상해야 해당된다는 것이다.따라서 단순히 머리카락을 자르는 행위만으로는 생리적 기능의 훼손을 가져오지 아니하여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대하여 다른 견해는 생리적 기능의 훼손 이외에 신체외관의 중대한 변경을 가한 것은 상해이고 경미한 변경을 가한 것은 폭행이라는 입장도 있다. 이 견해는 여자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경우는 여자는 헤어스타일에 따라 외관의 중대한 변경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상해이지만 남자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경우는 단순 폭행에 불과하다는 견해로 다수의 지지를 받는 학설은 아니다.그러나 애인에게 수면제를 먹여 의식을 잃게 하는 것은 생리적 기능의 훼손을 초래하여 상해죄에 해당된다.

우리 판례는 음모는 성적 성숙함을 나타내거나 치부를 가려주는 등의 시각적·감각적인 기능 이외에 특별한 생리적 기능이 없는 것이므로, 피해자의 음모의 모근(모근) 부분을 남기고 모간(모간) 부분만을 일부 잘라냄으로써 음모의 전체적인 외관에 변형만이 생겼다면, 이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야기하기는 하겠지만, 병리적으로 보아 피해자의 신체의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거나 생활기능에 장애가 초래되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그것이 폭행에 해당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강제추행치상죄의 상해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출처 : 대법원 2000. 3. 23. 선고 99도3099 판결【강제추행치상】 [공2000.5.15.(106),1096])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즉 단순한 머리카락이나 음모를 절단하는 행위는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 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머리카락을 자르는 행위가 상해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폭행죄에는 해당될 수 있다. 따라서 아무리 애인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다고 하여 애인의 머리카락을 동의없이 잘라버리는 행위는 하여서는 아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