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친 고스톱과 도박죄

형법여행 2011. 1. 22. 06:30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요즘 신정환 사건으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해외원정 도박 후 도박사실을 숨기기 위해 뎅기열로 위장한 행위, 또 바로 입국하여 법의 심판을 받지 아니하고, 5개월이상을 해외에 도피한 행위, 또 입국당시 명품 옷을 입고 온 행위 등 때문에 많은 이들 특히 네티즌 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한때 예능프로그램의 대표주자로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주던 이이기에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설이 얼마 안남았다. 설은 모든 가족이 하나로 모이는 대표적은 한국의 명절이다. 설에 가족이 모여 조상님께 정성껏 제사를 지내고 가족들은 오래간만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그동안의 안부를 묻는 등 대화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전국민의 오락거리인 고스톱을 치기도 한다.

 고스톱은 어느덧 전국민이 사랑하는 오락거리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금액이 작으면 별문제가 되지 아니하나, 금액이 크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고스톱은 엄연한 도박이기 때문이다. 우리형법은 도박죄를 규정하여 처벌하고 있다.

형법 제246조 제1항 재물로써 도박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 단 일시오락정도에 불과한 때에는 예외로 한다.

우연성

위와 같이 도박은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도박은 필연적으로 우연성을 요건으로 한다. 즉 당사자에게 주관적으로 불확실성이 있어 누가 이길지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경우이어야 성립한다.

 그렇다면 이른바 타짜에 의한 사기도박은 도박죄에 해당할까? 타짜는 도박실력도 우수하지만 또 보통 화투바꾸기 등 사기수단을 써 상배방을 반드시 이긴다. 타짜의 꾀임에 빠져 도박의 늪에 빠져 버리면 아무리 이기려 해도 결국 자신의 모든 재산을 탕진한 후에야 자신이 속았구나 하는 것을 깨닭는다.

 이런 경우는 흔히 편면적 도박이라고 하는데, 도박죄라기 보다는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볼수 있다. 한마디로 도박의 필연적 요건인 우연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박은 민법상 계약.합동행위이고 사기도박의 경우에는 우연성이 결여되어 있어 결국 사기도박자에게 사기죄가 성립되는 것을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사기죄의 피해자인 상대방은 범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

우리가 설에 흔히 치는 고스톱도 형법 제 246조의 도박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단서에서 일시오락의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여 우리가 흔히 치는 고스톱에 대해 처벌을 비껴갈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 놓았다.

일시오락의 판단기준

 그렇다면 일시오락의 판단기준은 무엇일까?

이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보통 도박의 시간과 장소, 도박에 건 재물의 가액, 도박에 가담한 자들의 사회적 지위나 재산정도 및 도박으로 인한 이득의 용도 등 여러가지 사정을 참작해서 판단해야한다
.

 즉 도박을 하는 사람의 재산정도 또 판돈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판례는 판돈 1,000원 내지 7,000원 에 점 100원짜리 고스톱, 판돈 4만원에 점 100원 짜리 고스톱은 도박이 아닌 일시오락에 불과하다는 판결을 낸 적이 있다.

피고인들이 서로 친숙한 사이로서 이 사건 당일 우연히 다방에서 만나게 되어, 약 3,000원 상당의 음식내기 화투놀이를 약 30분간 한 소위는 피고인들의 친분관계, 화투놀이의 시간과 장소, 도박의 경위 및 그 금액의 근소성에 비추어 일시 오락의 정도에 불과하고 도박죄를 구성하지 않는다.(출처 : 대법원 1984.4.10. 선고 84도194 판결【도박】 [공1984.6.1.(729),866])

피고인 1은 400만원짜리 한옥 한채를 소유하고 목공일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하여 일시 쉬고 있었고, 피고인 2는 남양우유춘천대리점의 운전사로서 금 25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고 있었으며, 피고인 3은 800만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하고 상업에 종사하여 매월 금 30만원의 수입을, 피고인 4는 식육점을 경영하여 매월금 20만원 정도의 수입을 각기 얻고 있었던 사실, 피고인 2는 1988.11.13. 19:45경 근무를 마치고 평소식사를 하러 출입하던 피고인 5 경영의 제일닭갈비집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가, 그곳에 자주 출입하던 피고인 3과 그곳에 놀러온 공소외 전종국등을 만나 이야기를 하던 중, 심심하니 고스톱이나 치자고 의견이 모아져 피고인 5로부터 화투를 빌려, 피고인 2는 가지고 있던 현금 69,000원 중 금 7,000원을, 피고인 3은 가지고 있던 현금 23,000원 중 금 3,000원을, 전종국은 가지고 있던 현금 10,000원 중 금 1,000원을 각기 꺼내어 놓고 한점에 금 100원짜리 속칭 "고스톱"을 30회가량 하고 있었는데, 같은 동리에 살던 피고인 1과 4가 함께 술을 마시러왔다가 피고인 2 등이 고스톱을 하는 것을 보고 잠시 소주나 마시면서 같이 놀자고 인사를 나눈 다음, 피고인 1은 금 2,000원을, 피고인 4는 금 5,000원을 각기 꺼내어 놓고 고스톱에 참가하여 10회정도 화투를 치다가, 20:20경 경찰관에게 적발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 1, 2, 3, 4 등의 이와 같은 도박은 앞서 본 피고인들의 직업, 재산관계, 피고인들이 도박장소에 가게 된 경위, 도박을 하게 된 동기, 도박을 한 시간, 그 규모 등에 비추어 일시 오락의 정도에 불과한 때에 해당하여 도박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 바, 관계증거와 기록에 의하면 원심의 이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이 도박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가 없다. (출처 : 대법원 1990.2.9. 선고 89도1992 판결【도박,도박방조】 [공1990.4.1.(869),698])

또 최근의 수원지방법원에서는 각자의 금액이 2천원 정도이고 판돈이 4만원 정도, 점당 100원의 고스톱을 친 사건에서 일부가 도박전과가 있는 자라고 할지라도 고스톱 횟수가 20회 미만이고 감자탕 값 마련을 위한 친목도모 행위에 불과하여 일시오락의 정도에 불과하여 도박죄의 위법성의 조각된다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

따라서 우리가 설에 치는 고스톱은 가족의 친목도모를 위한 행위로 도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금액이 커지고 고스톱의 횟수가 많아지면 도박죄는 충분히 성립여지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외국카지노 출입행위와 도박죄

또 한가지 주의할 점은 신정환의 경우 처럼 외국의 카지노 출입이 허용되는 장소에서의 행위도 도박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우리 형법 제3조는 "본법은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다."고 하여 형법의 적용 범위에 관한 속인주의를 규정하고 있고, 또한 국가 정책적 견지에서 도박죄의 보호법익보다 좀더 높은 국가이익을 위하여 예외적으로 내국인의 출입을 허용하는 폐광지역개발지원에관한특별법 등에 따라 카지노에 출입하는 것은 법령에 의한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것이지만,  도박죄를 처벌하지 않는 외국 카지노에서의 도박이라는 사정만으로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외국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는 행위도 당연히 도박죄로 처벌받는다.

결국 가족이나 친구들간의 단순한 친목도모를 위한 고스톱은 용인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판돈이 커진다면 이는 명백한 도박이다. 그리고 가족이나 친구들간의 친목도모를 위해 꼭 고스톱을 쳐야 하는지는 고려해보아야 한다. 보다 건전하고 재미있는 친목도모 수단을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