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을 보내며......

고시촌이야기 2010. 1. 1. 01:09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2009년도 드디어 끝났다.거역할수 없는 시간의 흐름속에 결국 한해가 흘러가 버렸다.2009년 생각해보면 나에게는 많은 변화들이 있었던 시기이다. 운이 좋아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연수원이라는 곳에서 많은 새로운 사람들과 인연을 만들고.심도 깊은 법학공부를 다시하고.또 미래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던 시기인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 나이를 한살 더먹는것에 대한 서글픔도 든다. 또다시 새로움을 시작한다는것 그것은 항상 두려움과 설레임이 공존한다. 새로운 한해에는 과연 나에게 어떠한 것들이 펼쳐질지 알수 없기에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두려움만으로 머뭇거릴수는 없다.두려움과 용기는 한끝차이이다.먼저 앞을향해 나아갈때 인생의 블루오션은 펼쳐진다.


지금 신림동에서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등을 준비하는 이들은 새해기분을 느낄여유도 없을것이다.바로 1차시험이 2달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험이 다가올수록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그러인한 육체적 피로는 점점 깊어만 갈것이다. 더욱이 사법시험의 경우는 내년1차인원을 대폭 감축하여 뽑기 때문에 그 스트레스는 더욱 더 심하고 경쟁은 치열할것이다.

그들의 고통을 알기에 지금 신림동에서 두꺼운 각종 법서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후배.선배.동기들을 생각하면 가슴한곳이 아려온다.겪어본 사람만이 그들의 심정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겨내야 한다. 지금쯤 두려움과 막연한 공포에 포기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같은 심정이다.포기하고 싶고 쉬고 싶고.이쯤에서 잠들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고비를 조금만 견뎌내면 모진 겨울바람을 이겨내고 아름다운 인생의 꽃을 피울수 있을것이다.

 신림동에서 청춘을 불사르며  두꺼운 법서와 시름하는 그대들이여..조금만 더 참자.그리고 도전하자.그러면 그대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것이다.그리고 뜨거운 젊음의 피를 그대들의 꿈을 위해 아낌없이 희생하며 책상에서 열정을 바쳐 공부하는 그대들에게 깊은 존경과 찬사를 바친다.

고시촌의 공부벌레들....

고시촌이야기 2009. 8. 9. 10:31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지난 6월말 사법시험2차시험이 끝났다.그당시 난 연수원1학기 시험을 보고 있었고 내가 아는 몇몇 학교 선배나 후배 그리고 친구들은 사법시험2차시험을 보았다. 얼마전까지 나또한 그들의 틈에 끼어 사법시험2차시험을 준비하였기에 무어랄까 연수원시험이 익숙하지 않고 어색한 느낌이었다.

 다른 한편 그들의 인생을 걸고 팽팽한 긴장감속에 4일에 걸친 2차시험을 준비하는 그들을 생각하니 나또한 숨이 탁 막힐것같은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많은 합격생들이 마치 가슴속에 남아 있는 거대한 트라우마처럼 때때로 2차시험을 땀을 뻘뻘흘리며 치는 꿈을 꾼다고 한다. 마치 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 남자들이 다시 군대가는 꿈을 꾸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외마디 비명과 함께 잠에서 깨어나는 일종의 그러한 악몽과 같은 것이다.

 그만큼 사법시험2차시험은 고통스럽고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힘든것이다. 고시촌에는 그러한 자신의 인생을 걸고 도전하는 이들이 모인곳이기에 상상을 초월하는 지독한 공부벌레들이 많다.

지금은 한나라당 국회의원인 고승덕 변호사의 합격기는 고시촌에서 고시공부를 하는 이들이 한번씩은 읽어보는 그야말로 베스트 셀러이다. 고승덕 변호사의 처절한 공부방법이 많은 고시생들에게 공부의 의지를 불태우게 하기 때문이다. 고승덕 변호사는 합격기에서 본인이 머리가 좋은 축에 들이 않기 때문에 남들이 그 책을 3번보면 자신은 10번이상 본다는 각오로 자신의 모든것을 공부에 투자했다고 한다.잠을 못자고 공부를 하면 정신이 멍해져 잠은 7시간정도를 잤지만 그외의 모든시간은 공부에 투자했다고 한다. 심지에 식사시간이 아까워 음식물을 잘게 쪼개 바로 입에 털어넣고 공부를 했다고 하니 그의 공부의지가 얼마나 대단한것인가를 알수 있다.

또 몇년전 최연소 합격생으로 유명해져 책까지 쓴 분의 공부방법 또한 회자된적이 있다. 그분은 1차시험을 단기간에 합격하고 그어렵다는 2차시험 또한 생동차로 합격해 유명세를 탄분이다.그분의 공부방법은 그야말로 무식하다 할정도의 일반인은 따라하기 힘든 공부방법이었다.

각 과목의 문제집을 되도록 많이 구해 반복해서 보는 방법이었다.어찌보면 상당히 간단한 방법인데.달리 보면 상당히 무식하고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다.그러나 그분은 일단 그날 수백페이지에 달하는 문제집을 다보기로 결단을 내려면 밤을 세우는 한이 있어도 꼭 다보는 그러한 짐념을 가진분이었다. 그러한 끈기가 있었기에 최연소 합격이라는 영광을 차지한 것이기도 할것이다.

그밖에 고시촌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하는 그들의 모든것을 바쳐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공부벌레들이 많다.고시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공부라는 말이 있을정도로 고시공부는 끈기를 요하는 공부이다.

최근에는 계속되는 판례등의 증가로 기본서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고시생들을 더욱 힘겹게 한다. 그만큼 볼분량이  많아져 더욱 부지런할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 이른바 기상스터디를 구성하기도 하며 기상을 강제하고.그이후에는 생활스터디등을 함께 하며 그들의 생활을 통제할려고 노력한다. 그리고는 책상에 앉아 기본서와 문제집 또는 판례집등을 함께보며 의자에서 화장실이나 식사하러 갈때를 제외하고는 일어나지 않는다.그리고 늦은 밤 혹은 새벽이 되어서야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그들의 작인 안식처인 고시원이나 미니 원룸으로 향한다.

그러나 그렇게 열심히 하는 그들이지만 합격의 영광은 일부고시생에게 돌아가는 것또한 사실이다.매년 약 3만여명의 사법시험준비생들이 1차시험을 준비하지만 1차시험에 합격하는 이들은 약 2천500여명에 불과하다. 또 그합격생중에서 최종합격의 영광을 누리는 이들은 약 1000여명에 불과하다.매년 3만여명의 응시생중 1천여명만의 합격의 영광을 누리는 것이다.


모두 한때 자기 고향등지에서 공부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인재들이었기에 그경쟁은 더욱 치열할수 밖에 없는 것이고 합격의 길은 험난할수 밖에 없는것이다. 그리하여 많은 이들의 합격의 기쁨보다 불합격이라는 가슴속의 상처를 안고 고시촌을 쓸쓸히 떠나는 냉혹한 세계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도 법조인의 꿈을 품고 수많은 고시생들이 신림동 고시촌을 향할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치열하게 세상의 온갖 유혹을 이겨내며 두꺼운 법서와 사랑에 빠질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이들이 합격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승엽 선수가 말한것처럼 "혼을 담은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진리가 통하는 것이다. 고시촌의 새벽은 열정을 다해 공부하는 그들로 인해 불이 꺼지지 않는다.

합격의 영광의 비밀은 간단하다.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그노력에 혼을 담아 최선을 다하는 길밖에 없는 것이다. 사법시험 합격에 지름길은 없다.그저 묵묵히 최선을 다해 정상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뿐이다.
꿈에 그리던 사법시험합격...그것은 정말 꿈만 같은 그것이었다.합격자 명단에서 나의 이름을 확인하던 순간 난 세상의 모든것을 얻은것처럼 행복했다. 어느덧 시험에 합격하고 연수원에 들어오고 10여일간의 1학기 시험을 마치고 잠시동안의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시험에 합격후 난 어떻게 변했을까?
오만해졌을지도 모른다.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직도 고시촌에서 고생하는 후배나 친구들에게 뻣뻣한 자세로 별같지도 않은 위선을 떨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고향친구들에게 한턱쏜다며 있는폼 없는 폼을 잡으며 허세를 떨었을지도 모른다.

어찌보면 이제 사법시험은 국가최고의 시험도 아니고 그져 자격시험에 불과하다. 앞으로 수천명의 로스쿨생의 배출되는 상황에서 더이상 사법시험합격을 가지고 우쭐대는 시대는 지났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는 아직까지 사법시험 합격자에게 바라는 기대가 큰것도 사실이다.

난 솔직히 연수원에 들어와서 내진로의 문제에 대해서 요즘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과거 고시공부를 할때도 틈틈히 느껴왔던 고민인데 과연 내가 법조인의 능력이 있을까 하는 고민이다. 이고민은 연수원에 들어와서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수많은 기록숙제와 사례과제들을 접하면서 꼼꼼하지 못한 성격탓에 주요한 법적 논점을 그냥 흘려버리고.또는 실력 미달로 꼭 언급해야 할 논점들을 날려버리는 일들이 허다하다.

지금은 비록 연습이지만 막상 실무에 들어가서 이러한 실수들을 한다면 난 의뢰인에게 뺨을 수십대 얻어맞아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이러한 실수는 마치 의사가 큰수술에서 말도 안되는 실수로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것처럼 의뢰인에게 큰 아픔과 상처로 다가올것이기에 나의 고민은 점점 깊어지고 점점더 과연 내가 법조인의 자격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뿐이다.


이러한 고민탓에 요즘은 솔직히 간간히 나의 낙서장처럼 운영하던 이블로그마져 거의 방치해놓고 있었고 혹은 이블로그를 폐쇄하고 싶기도 했다.나의 블로그에 찾아와 고시공부방식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분들에게 더이상 조언을 해주고 있지도 못했다.나의 정체성에 고민이 그만큼 깊었기 때문이다.

연수원1학기동안은 내가 법조인의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지낸 시기였다. 1학기 방학도 거의 끝나가고 이제 2학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방학동안에도 나의 고민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일은 내가 꿈꾸워왔던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질문이 점점 꼬리를 물며 나에게 답을 요구하고 있는지 모른다.과연 난 법조인의 역할을 잘해낼수 있을까?

깊어가는 새벽과 함께 난 아직도 이러한 고민에 잠못이룬다. 깊은 새벽 톨스토이의 젊은날의 고백이라는 책을 붙잡고 있다가 뜬금없이 오래간만에 방치되어 있던 나의 블로그에 찾아와 이글을 끄적인다.그동안 버려져있다 할정도로 무성한 잡초만 자란 이블로그에 여전히 하루에 100여명이상의 방문자가 있는 것을 보고 난 놀랐다.기록은 기억되는 것이다. 그것이 버려진 무덤의 낡은 묘비의 몇글자이건...존재하는한 기억되는 것이다....


1.반환점을 돌아선 2차시험

6월 24일 시험을 끝으로 사법시험2차시험은 반환점을 돌아섰다.그러나 많은 고시생들이 이제는 체력적 한계에 부디치는 시점이기도 하다.또 일부고시생들은 첫째날.둘째날에 큰논점을 놓치는등 실수를 했다는 것에 크게 좌절해 시험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사법시험 2차시험은 문제지를 받고 10분안에 합격여부가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그문제의 큰 논점을 찾아내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문제의 논점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출제위원이 원하는 논점이 아닌 엉뚱한 논점으로 답안을 작성하게 되면 고시생들 표현대로 '출제위원이 답안지를 던져 버린다' 결국 순간의 논점 미스가 그해 시험의 당락여부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지친 몸을 이끌고 정신력으로 공부하는 고시생들

이틀간의 시험으로 이미 고시생들의 체력은 말그대로 기진맥진 상태이다. 우선 그전날 제대로 잠을 못자고 또 하루에 4시간의 시험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기 때문에 아무리 체력이 좋은 고시생이라도 체력이 바닥날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을 쉴수가 없다. 아직도 이틀에 걸쳐 3과목의 시험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고시생들은 간단히 저녁을 먹고 쉴틈도 없이 신림동의 독서실이나 고시반에서 다시 두꺼운 법서를 바라본다.

6월25일의 시험과목은 형법과 형사소송법이다. 형법과 형사소송법은 다른과목에 비해 양이 적은 편이어서 그래도 부담이 적은 과목이다. 나같은 경우는 특히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가장 좋아했기 때문에 특히 부담이 적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전략과목으로 삼았던 과목들이기 때문에 여기서 어느정도 고득점이 나와주지 않으면 힘들수 있다는 생각으로 어느정도의 중압감도 있었던것도 사실이다.

형사소송법책을 펴놓고 잠깐 나도 모르게 잠이 든사이 어릴적 고향에서 동네친구녀석들이랑 아무런 생각없이 들판을 뛰어놀던 꿈을 꾸었다.그녀석들과의 아무런 세상사에 대한 걱정없이 푸른 들판을 뛰어다니던 시절이 그리웠었나보다.

꿈속에서 그렇게 행복한 어릴적 시절에 빠져 있던 순간 갑자기 '퍽'하는 책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놀래 눈을 떴다.잠깐동안의 단잠이 너무 달콤했던지 책에는 질질 흘러내린 침이 가득했다.;;

몽롱한 정신을 깨우려 자판기에서 커피한잔을 뽑아 마신후 다시 형사소송법을 보았다. 나름대로 좋아하는 과목이라 그런지 둘째날시험준비와는 다르게 큰 중압감등이 없이 책이 잘넘어갔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11시경이 넘어가자 대충 형사소송법책을 다볼수 있었다. 잠시 도서관 밖으로 나와 다시 커피한잔을 마신후 형법책을 폈다.커피를 마셨어도 11시가 넘어가자 피곤함이 몰려왔다.하지만 그 피곤함과 졸림을 참아내야만 했다. 책상에 앉아 기지개를 펴고 졸린 눈을 억지로 비벼가며 교과서의 책장을 하나하나 넘겨갔다.

 형법은 가장 자신있는 과목중에 하나였기 때문에 큰 긴장감 없이 평소대로만 시험을 보면 된다는 위안을 하며 중요쟁점만 보았다.그리고 어느덧 시계는 새벽 1시를 넘어갔고 형법의 중요쟁점도 마무리 되어갔다.

 이제 더이상의 공부는 의미없고 내일시험 컨디션만 나쁘게한다는 핑계로 책을 정리하고 나의 베이스캠프로 향했다.새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여름 무덥고 습한 날씨는 불쾌했다.


3.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큰 어려움이 없었던 3일째 시험

베이스캠프에 도착해 바로 누워버렸고 피곤함때문인지 뒤척임없이 바로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그리고 잠에 빠져든지 5분도 안된거 같은데 요란한 자명종이 울리면서 날 억지로 깨웠다.세상 그 어느 소음보다도 듣기 싫고 이제 또 고생하러 가야지 하며 알려주는 저 자명종소리...지금생각해도 악몽이다.

 또 억지로 샤워를 하며 잠을 쫒아가며 본능처럼 중앙대 시험장으로 향했다.시험장 풍경은 여전하다. 각종 택시.수험생을 실어 나르는 관광버스가 뒤섞여 혼잡을 이루었다.

벌써 3일째 잠을 제대로 못자고 시험을 치루는 이들의 얼굴은 '나 지칠때로 지쳤다...'하는 표정들이었다. 고사장은 지친몸을 이겨내지 못하는듯 깊은 잠에 빠진 이들도 있었고.초코렛을 씹으며 피곤한 몸을 조금이나마 회복시키려는 이들도 있었다.


 또다시 감독관이 들어오고 긴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시험은 시작되었다. 오전에는 형법이 그리고 오후에는 형사소송법이 치루워졌다. 시험은 그다지 어렵게 출제되지 않았다.형법에서 부작위범.횡령죄의 기수시기등이 논란이 좀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어려운 수준의 문제는 아니었기에 대부분의 고시생들이 어렵지 않게 쓸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형사소송법도 최근에 개정된 검사작성의 영상녹화물이 증거능력이 있는가? 하는 문제등이 출제되었지만 최근개정된 법률에 대한 묻는 문제가 나올것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예측이 되었기 때문에 그다지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나또한 가장좋아하는 과목들이기도 하고.개정법등을 나름대비했기 때문에 어느정도 자신감 있게 써나갔다. 오전2시간 오후2시간의 시험을 마치고 드디어 3일째 시험도 끝났다.

이제 하루만 남았다는 홀가분한 느낌이 들었다.하루만 더 고생하면 끝이다 하는 안도감이랄까....그런 느낌이었다.


4.햄버거 두개로 때운 저녁과 함께 마지막 질주를

 형사소송법 시험을 마치고 난 중앙대 식당에서 햄버거 두개를 사들고 바로 베이스캠프로 향했다.마지막 민법정리는 기분전환을 위해 도서관이 아닌 베이스캠프에서 할작정이었다. 베이스 캠프에 도착해 바로 샤워후 햄버거 하나를 꺼내 물며 책상에 앉아 민법책을 보았다. 햄버거는 벌써 식어 버렸고 입맛도 없어서 마치 생고무를 씹는듯한 느낌이었지만 억지로 씹어 먹었다.

 솔직히 민법은 자신없는 과목이다. 1차시험때에는 그래도 나름 점수가 나온과목이었지만 2차시험은 별인연이 없는 과목이다.초시때 재시때에는 과락. 삼시.사시때에는 저공비행을 선물하며 4번에 걸친 2차시험 불합격이라는 불명예의 큰원인을 제공했던 질긴 악연이 있는 과목이었다.

 민법과의 질긴 악연을 여기서 끝내고 싶었지만 그게 내맘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아무튼 민법은 박승수강사의 케이스집을 간단히 정리해서 보기로 했다.어차피 민법은 케이스만 나오니까 하면서 위안을 하며 케이스집만 보기로 하는 모험을 단행했다.시험보기전날에 보기로 한 체크한 주요케이스의 내용과 판례를 중심으로 읽어나갔다.

 시간은 10시를 넘어가고 있었고.어느덧 출출함이 찾아와 다시 햄버거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역시 맛은 영....없는 생고무같은 느낌.....이제 햄버거는 완전히 식어버려서 정말 맛은 제로였고 팍팍하기만 했다..

 속은 계속 안좋았지만 그래도 책은 보아야했다.뜨거운 물을 끓여서 마시며 속을 달래며 책을 보았다.시간은 어느덧 새벽2시가 되어갔고 체크한 민법의 주요케이스도 다볼수 있었다.

 
5.어김없이 날 골탕먹인 민법시험

 마지막 시험이다.끝나지 않을것 같은 4일간의 2차시험도 이제 민법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민법시험은 150점 만점으로 총 3시간에 걸쳐 치루어진다.민법의 중요성을 감안해 몇년전 부터 점수비중이 높아져서 민법에서 실수하면 정말 합격하기 어려운 중요한 과목이다.반면에 이전과목에서 실수했어도 민법에서 고득점하면 충분히 역전할수 있는 과목이기도 하다.

 이제 한과목만을 남겨놓고 있는 고시생들의 표정은 결연했다.난 시험시간 시작 얼마전까지 가족법책을 보면서 가족법을 정리했다.그리고 한편 속으로 부디 내가 준비한 문제만 나와서 이번에는 민법대박한번 나보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드디어 여지없이 10시정각이 되자 긴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4일간의 사법시험2차시험 대미를 장식할 민법시험이 시작되었다. 문제지에 붙어 있는 스티커를 운전면허증으로 재빠르게 잘라내고 문제지를 바라보았다.


 문제지를 보는 순간 짜증이 확밀려왔다. 1문은 지문은 그렇게 길지 않았지만 역시 당사자가 A.B.C.D.E 다섯명이나 되고 사례는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리고 날 더욱 당황하게 했던것은 분명 1문은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는데 목차구성하기가 좀 어색하고 어떻게 시작을 해야할지 잘모르겠다는 것이다. 분명 어려운 문제는 아닌데 뭔가 이상하고.약간 당혹스러운 문제였다.

문제를 보면서 한참을 고민했다.목차를 어떻게 잡을까 법률관계구성을 어떻게 풀어갈까..그렇게 고민하는 순간 시간은 짹각짹각 잘도 흘러갔고 어느순간 시간은 15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그렇게 흘러간 이상 일단 초안이고 목차고 뭐고 답안지에 현출을 해야만 했다.이중매매법리로 갈까 중간생략등기 간단히 언급하고 중간생략형 명의신탁으로 기초를 잡고 일반적인 채권자 대위권.이중의 대위.손해배상등으로 갈까 고민하다 결국은 동전 던지기로 운명을 결정하는 심정으로 '모르겠다...중간생략형 명의신탁'으로 가자 하고 답을 썼다.
(시험후 보니 나의고민처럼 이중매매법리인지 중간생략형 명의신탁인지 수험생들 사이에 많은 논란이 있었다.) 

1문에서 많은 고민을 하면서 시간을 날려 먹었기 때문에 2문부터는 또 글씨가 날라다니기 시작했다.2문의 1은 다행히 어느정도 대비한 가족법의 상속부분과 공유관계의 지분권문제라 대충은 썼다. 그러나 글씨는 어느덧 홍콩으로 날아가고 있었고. 아 과연 이글씨를 채점위원이 알아볼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틈틈히 다시 하게되었다.

2문의 2 답안을 쓰기 시작할때 시간은 약 15분정도가 남았다.1문에서 너무 고민을 했기 때문에 2문의2는 어떻게 쓸까 생각도 하지 못하고 문제를 읽으면서 답안을 쓰기 시작했다. 얼핏 보니 사무관리와 위임등에 관련된 문제같아서 법조문을 거의 그대로 베끼면서 창작할거는 창작하면서 목차고 뭐고 고려할거 없이 그냥 써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간신히 1교시 끝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파란만장한 민법1교시 답안을 간신히 마무리했다.그냥 답안을 마무리 했다는 것 자체에 안도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민법은 만만한 시험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고 민법의 득점여부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예전같으면 1교시를 끝으로 모든 시험이 끝났겠지만 민법이 150점으로 바뀌면서 점심후 50점 짜리 한시간 시험이  또 기다리고 있었다.이제는 시험이고 뭐고 그냥 빨리 끝나서 뜨거운 목욕탕에서 땀좀 푹빼고 침대에 쓰러지고 싶은 생각뿐이다.머리속에는 푹신한 침대만이 아른거린다....

 하지만 어김없이 2시간의 점심후 마지막 민법시험이 또 시작되었다. 그래 이번이 마지막이다. 정신집중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흐트러진 정신을 가다듬고 마지막 시험에 응했다.

3문은 1교시보다는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토지 임차권.저당권.채권채무관계를 적절히 배합한 문제로 어느정도는 정형화된 문제들이었다.나또한 그래서 1교시보다는 별다른 고민없이.간단한 주요 논점을 초안지에 표시후 바로 답안을 작성했다.

 이제 조금만 고생하면 된다는 위안을 하며 이미 지처버린 육신과 정신을 추스르며 답안을 작성했다. 고요한 침묵속에 답안을 작성하는 볼펜소리만이 고사장에 흐르고 있었다.그리고 그 끝날거 같지 않은 4일간의 시험의 끝을 알리는 마지막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감독관은 손을 올린후 더이상 답안작성을 하면 부정행위로 간주하겠다고 말한후 마지막 답안지를 걷고 있었다. 난 3문을 작성한후 어느정도 자신있게 작성했다는 흐뭇한 표정으로 손을 올린체 문제와 답안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그순간 두번째 문제에서 실수한것을 발견했다. 당사자를 헷갈려 버린것이다. 두번째 문제에서는 병에 대한 을과 정의 권리를 논하라고 했는데 을을 착각해서 갑으로 보고 갑으로 답안지에 써버린것이다.아주 바보같은 실수를 해버리고 만것이다.


 하지만 그 실수를 너무늦게 발견해버렸다. 답안지를 걷는 감독관이 바로 앞에까지 온 상태여서 답안을 수정할수도 없었다. 내용은 을에 대한 권리를 제대로 썼지만 단지 갑으로 기재했기때문에 갑대신에 을로만 바꾸어 적으면 되었는데..;;

'난 을을 갑으로 착각했을 뿐이고...감독관은 냉정하게 답안지 걷으러 다가올뿐이고...난 감독관 처량하게 쳐다볼 뿐이고.....감독관 내눈피하며 내정하게 답안지 뺏어갈 뿐이고...난 그져 바라볼 뿐이고.....'

답안을 제출하고 고시생들은 모두 이제 끝났다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환하게 웃으며 짐을 정리한체 고사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하지만 난 한참동안 멍하니 책상에 앉아 창가를 바라보고 있었다.큰일을 보고 마무리를 안한것 같은 찝찝한 기분이었다. 왜 그때는 을이 갑으로 보였을까??.....머리속에는 계속 '갑..을...갑...을......갑....을'이 맴돌았다.

그후로도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다가.....짐을 대충정리하고 고사장을 빠져나왔다.홀가분한 느낌이 하나도 안들었고....머리속은 계속 ....갑..을 ..갑...을만 돌고 있었다....차라리 실수를 발견하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뭐 내용은 맞고 을을 갑으로 착각해서 쓴거니까..점수주겠지....또는 정의 권리는 잘써주었으니까 15점 배당점수에 8점정도는 줄꺼야하고 위안을 하기도했다.다른한편으로는 올해도 민법징크스는 안깨지고 날 괴롭히는구나...라는 허탈한 생각도 했다.


6.지옥의 레이스라 불리우는 사법시험2차시험

 찝찝한 기분을 유지하며 원룸에서 짐을 빼고 택시를 잡아타고 신림동으로 향했다.계속 머리속에는 갑...을이 맴돌았고 택시를 잡고 신림동으로 가달라는 말을..잘못하면 "갑...을로 가주세요"라고 할뻔했다....;;

 애초에는 시험끝난후 신림동에 있는 찜질방에가서 땀좀뺀후 침대에 쓰러져 죽은듯이 자고 싶었는데..영 그럴기분이 아니었다.신림동 작은 원룸에 와서 짐은 그냥 던져버리고 침대에 누웠다.몸은 피곤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한참동안이나 민법시험에서 실수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다 나도모르게 잠에 빠졌다.한참을 자다 눈을 뜨니 어느덧 주의는 어두워졌고 시계를 확인하니 새벽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몸이 피곤하긴 했나보다.그렇게 깊은 잠에 빠졌으니 말이다. 그래도 잠을 자고 나니 좀 마음이 편해졌다.어차피 이제 내손을 떠난 답안지이니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

 4일에 걸쳐 치루어지는 사법시험2차시험을 경험한 이들은 한결같이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기 싫다고 한다. 강도높은 하루의 4시간에 걸친 시험을 4일이나 치루어야 하고 시험기간 내내 잠도 제대로 못자고 버티어 내야 하는 그 시험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그들을 너무나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힘든 경험을 했기 때문에 시험후 고시생들은 이번시험에 합격하던 불합격하던 다시는 2차시험을 안본다고 말을한다. 그러나 그런 힘든고생을 했음에도 2차시험에 떨어지면 그들은 다시 그지옥같은 시험에 도전한다.그들의 꿈을 그렇게 쉽게 포기할수 없기 때문이다.

 흔히들 사법시험 2차시험 합격을 운칠기삼이라고도 한다. 논술형 시험이다 보니 채점위원의 재량이 많이 작용해 점수편차가 크기 때문이다.또 자신이 준비한 논점의 시험이 나오면 대박이 나고 그렇지 않으면 쪽박을 맞는 경향도 있다.나같은 경우도 마지막 민법 실수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운이 좋은 시험이었다.행정법의 처분사유추가변경도 답안을 쓰다 생각이 났고 일부 수험생이 놓친 상법의 보험법문제도 대비한 문제라 잘쓸수 있었다.민법의 경우도 논란이 되었던 1문에서 출제위원이 의도한대로 어느정도 쓴듯했다.

 그러나 2차시험에 어느정도 운이 따르는것은 사실이지만.그운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이에게는 따라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사법시험1차시험후 얼마지나지 않아 2차수험생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시기인 이른바 3순환이 시작될것이다.이시기에 많은 2차준비생들이 힘든 진도와 모의고사점수등에 대한 압밥으로 중도포기하기도 한다.그러나 그들이 왜 지금 사법시험에 도전하는지 그들의 꿈이 무엇인지. 또 초심은 어떠했는지를 다시 되새겨 그 힘든순간에 포기해서는 안될것이다.

사법연수원 시험을 경험한 선후배들은 연수원시험에 비하면 사법시험은 그렇게 힘든시험이 아니라고도 말한다. 보통 2학기 시험부터 아침10시에 시작해서 저녁6시에 끝나는 강도높은 8시간시험이 그어떠한 시험보다 고통스럽다고 말한다.시간이 부족해 점심도 제대로 못먹고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두껍게 쌓여 있는 기록을 보고 판결문.공소장등을 작성해야한다는 것이다.그러한 힘든시험때문에 종종 시험보다 쓰러져 실려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법시험2차시험후에는 또다시 2차시험보다 더 힘들고 괴로운 연수원시험이 그들을 기달리고 있다.그만큼 한명의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서 길고 힘든 숙련과정이 필요한것이다.법조인이 되겠다고 결심한 이상 힘들고 고된 사법시험2차시험의 고통과 혹독한 연수원 수련과정을 두려워해서는 안될것이다.



1.체력을 회복하기 위한 안간힘

모범택시등을 타고 각 시험장을 힘겹게 빠져나간 고시생들은 그들의 안식처인 신림동이나 각 대학 고시반에 도착한후 잠깐동안의 휴식도 제대로 취하지 못한체 다음날 시험을 위해 다시 두꺼운 법서를 독서실에 앉아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미 첫날 모든 열정을 시험에 쏟아 부은 그들이기 때문에 몸과 마음은 지칠대로 지친상태이다. 따라서 그들은 마치 방전된것 처럼 축늘어지는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2차시험 4일동안의 승패는 바로 4일동안 쓰러지지 않고 버틸수 있는 체력이 큰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고시생들은 2차시험 4일동안 대부분 하루에 2시간이나 3시간의 잠을 자며 버틴다.또한 그들의 일생이 달려 있는 중요한 시험이기에 그어떤 시험보다도 심적.체력적 소모가 극심하다.

 따라서 일부 고시생들은 조금이나 떨어진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병원에서 링거주사를 맞기도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포도당주사를 맞는 고시생도 많이 있고 또 다소 비싼 잘은 내가 모르겠지만 마늘주사.그밖에 체력회복에 효과가 좋다고 소문난 링거주사를 맞는 이들도 많이 있다.

 예전에 같이 공부했던 대학후배녀석도 신림동 고시촌에 있는 개인병원에서 시험치기 이틀전에 다소 비싼 체력회복 링거주사를 맞은적이 있는데 그녀석 말로는 효과가 자기가 상상했던것보다 좋았다고 한다.

 나같은 경우는 그 흔한 포도당 주사도 안맞아 봐서 그 효과가 어떠한지 잘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링거주사를 맞고 4일동안 시험을 보는 고시생들도 꽤 있는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고시생은 체력회복을 위해 홍삼액.녹용.영양제등을 먹는다.또 시험보기 직전에 잠을 제대로 못자 비몽사몽한 정신을 깨우기 위해 그 유명한 박카스^^ 부터 시작해서 각종 드링크제를 먹는 고시생도 꽤 있고.대학선배 하나는 비몽사몽인 정신을 깨우는데는 숙취해소 음료를 마시는것이 최고라면서 티비에서 광고를 엄청하는 여명808을 시험보기 몇분전에 마시고 시험을 보는 경우도 있었다.

또 그밖의 고시생들은 고시촌 약국에서 파는 각종 엠플들을 사먹는 경우도 있다. 약국에서 각종 집중력 강화.체력회복등의 효과가 있다고 선전하는 엠플들을 많이 파는데 시험때가 다가 오면 특히 많이 팔린다. 나같은 경우는 시험보기 며칠전 후배녀석 하나가 바이오톤이라는 엠플을 사주었다.성분을 보면 로얄제리에 뭐 이것저것 섞인거라고 하던데..집중력향상 체력회복에 좋다고 후배녀석이 말해주면서 시험기간동안 먹으라고 사주었다. 가격을 물어보니 하나에 오천원정도 한다고 하던데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놀랐다.
 
마치 스타크래프트에서 적들의 공격을 받아 체력이 떨어질때로 떨어진 마린하나가 죽기 직전에 메딕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나는것같은 느낌으로 고시생들은 여러가지방법으로 조금이나마 지친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2.새벽 달빛 바라보며 하는 눈물나는 새벽공부

첫날 시험을 마친 고시생들은 독서실에 앉아 다음날 공부를 시작한다. 시험보는 날부터 4일내내 긴장을 한상태이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힘든 상태이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기도 하지만 본능적으로 책상에 앉는다.

또 다음날 시험과목은 양많기로 소문난 민사소송법과 상법이기 때문에 많은 고시생들이 이차시험기간중 둘째날을 가장 힘들어 한다. 이전글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2차시험은 논술형식으로 치루어지기 때문에 시험보기 전날에 각과목의 기본서를 대충이나마 한번은 눈에 찍고 들어가야 답안에 쉽게 현출이 되기 때문에 많은 고시생들은 잠을 못자는 한이 있어도
시험보기전까지 다음날 있는 과목의 기본서를 다보고 들어갈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말이 쉽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각 과목 기본서의 경우 보통 700여페이지 이상이 되어 두과목을 다볼려면 1500페이지 이상의 분량을 하루에 다보아야 하는데 어찌보면 불가능해 보일수도 있는 무모한 도전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고시생들은 그 무모할것만 같은 도전을 밤을 새우는 한이 있어도 이루어 낸다.그러한 마지막 정리를 위해 그들은 1년여 기간을 책에 밑줄도 긋고 쉽게 책을 보면 바로 정리가 될수 있게 그들만의 방법으로 책을 그들의 마지막 무기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본서에 문제의 제기 부분은 빨간색 형광펜으로.학설의 대립중 다수설은 녹색 형광펜으로.소수설은 빨간색 형광펜으로 판례는 파란색 형광펜으로 또 판례를 암기 하기 위해 그들만이 알기 쉬운 두문자를 만들어 놓는등의 방식으로 책을 보면 바로 정리되어 눈에 들어오도록 정리하고 또 정리한다.

 그렇게 정리한 책을 가지고 고시생들은 책상에 앉아 책을 순간순간 넘긴다. 넘기는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게 넘어간다. 이미 1년여동안 수없이 보아왔던 책이었기 때문에 페이지에 정리한 핵심문구등을 눈으로 스킵하면서 빠르게 넘겨도 책의 내용이 기억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신림동 고시촌의 독서실과 대학 고시반의 독서실은 고요한 침묵속에 책장넘기는 소리만 들려올뿐이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12시를 넘겼고 시계는 새벽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아직도 민사소송법하나도 제대로 못끝낸거 같은데 시간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는 고시생의 마음은 죽고 싶은 심정이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어 주었으면 하고 바라지만 그럴수록  야속한 시계바늘은 짹각짹각 소리를 내며 빠르게 돌아간다. 볼책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지 시간은 흘러가지 이때부터 고시생들은 누구나 할것없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쥐어 뜯는다.

 한마디로 울고 싶은 심정이다.민사소송법을 간신히 마치고 시계를 바로보니 새벽1시가 이미 넘어 2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런데 아직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고 상법이라는 괴물이 잡아먹을듯 노려보고 있다. 상법은 총칙.회사법.어음법.보험법.해상법등으로 이루어져 엄청난 분량을 자랑하는 과목이다. 하지만 시간은 얼마남지 않았지 상법은 시작도 못했지 그야말로 눈물이 찔끔 흘러나오고 깊은 한숨이 계속 터져나오기만 한다.

 내가 공부하는 중앙대 도서관의 경우도 2차시험을 준비하는 몇몇 고시생들이 끝까지 남아 졸린 눈을 비비며 책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도 중앙대 근처에 아마 숙소를 잡은 모양이었다.

 나또한 민사소송법을 끝내고 잠깐 쉬기위해 도서관을 나와서 난간에 기대어 새벽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상법은 남아있고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깊은 한숨만이 흘러나왔다. 새벽하늘을 바라보며 내가 왜 다시 공부를 시작한것일까 하는 생각부터 갑자기 고향집이 그리워지기도 하고 온갖 청승은 다 떨며 우울한 표정으로 세상에 혼자 버려진 고아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쓰디쓴 자판기 커피한잔으로 잠기는 눈을 억지로 깨운후 다시 도서관으로 향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법을 다보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하고 회사법.어음법의 주요부분만 보기로 했다. 다행히도 상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전부터 다 못볼거 같다는 생각을 해서 간단히 서브노트 비슷한 것을 회사법하고 어음법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약 2시간에 걸쳐 다볼수가 있었다. 또 다소 시간이 남아 보험법의 주요부분도 보고 나니.시계바늘은 새벽4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난 보험법까지 책을 보고 나서는 곧바로 베이스캠프로 향했다. 몇시간이라도 잠을 자야 했다. 잠을 하나도 못자면 정신이 비몽사몽 오히려 시험에 약영향을 줄수 있다는 것을 나자신이 알기 때문에 잠을 청해야만 했다.

 그러나 일부 체력좋은 고시생들은 밤을 새우는 이들도 꽤 있다. 가장 부러운 이들이 그렇게 밤을 새워도 끄떡 없는 에너자이저같은 체력좋은 고시생들이다.^^

 어두운 새벽길을 따라 베이스캠프에 도착해 씻는 것도 포기하고 바로 물에 젖은 스펀지처럼 축늘어져 쓰러져 버렸다.온몸을 감싸는 피곤함과 졸음이 확밀려왔다.


3.헛구역질과 긴장감으로 시작되는 두번째날시험

눈을 감자마자 얼마안된거 같은데 또 요란한 자명종 소리에 눈을 떴다. 다행히 감기는 떨어져 나간거 같은데 잠을 별로 못자서 그런지 알수없는 피곤함이 몰려왔다. '내가 무슨 영광을 누리겠다고 이런생고생을 하는거냐 '라고 또 혼잣말을 하고 걸레쪼가리 같이 너덜너널해진 몸을 간신히 일으켜 샤워를 하고 또다시 고사장으로 향했다.

  많은 고시생들이 벌써 고사장을 들어서고 있었다. 둘째날에도 어김없이 모범택시.학원버스 행렬이 어우러져 큰 혼잡을 이루고 있었다. 고사실에 들어선 고시생들은 첫째날보다 훨씬 피곤하고 초췌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표정들이다.

둘째날부터 많은 고시생들이 잠을 제대로 못자고 또 엄청난 긴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헛구역질에 시달리며 힘든 시험일정을 시작한다. 일부 마음약한 여자고시생들은 힘든 상황에 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모두 그러한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신력으로 이겨 낸다. 고시생들은 어김없이 법서를 꺼내 책을 보고 있었다.


4.불의타에 당해버린 둘째날 시험

드디어 둘째날 시험이 시작되었다. 둘째날 시험은 오전시간에는 상법 오후시간에는 민사소송법 이렇게 두과목시험이 치루어진다. 

감독관들이 입실하고 다시 법전과 답안지를 나누어 주었다. 법전을 받자 마자 나는 평소에 해오던 대로 상법이 있는 파트를 펴놓고 자주 나오는 주요조문을 보기 쉽게 표시해두었다. 답안지에 수험번호와 이름도 썼다.벌써 이차시험을 몇번째 치룬 경험이 있지만 시험시간 몇분전이 그토록 긴장된다. 가슴은 콩닥콩닥띄고 손은 떨려서 수험번호와 이름도 제대로 써지지 않는다. 

 이시험 몇번만 더보았다가는 아마도 평균수명 10년이상은 줄어들겠다라는 허망한 생각을 했다. 

 결국 문제지가 배부되고 긴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시험이 시작되었다. 고요한 침묵속에 연필이나. 볼펜으로 문제지를 읽으며 초안을 잡는 소리가 들려올뿐이다.

2차시험에 출제된 문제가 고시학원강사들이나.자신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출제되는 경우를 고시촌에서는 이른바 '불의타'라고 한다. 자신들의 예상을 깨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출제되어 출제위원으로 부터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는 의미이다.

 둘째날 상법시험에서 고시생들이 원하지 않는 이른바 불의타가 출제되었다.상법 50점짜리 1문은 전형적인 회사법문제로 대부분의 고시생들이 풀수 있는 쉬운 문제였다. 그러나 문제는 30점과 20점짜리로 출제된 2문제였다. 


 대부분의 고시생들이 전년도 시험에 어음법이 출제되지 않았기 때문에 2008년도 시험에는 분명히 어음법이 출제될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수험생들의 예상대로 어음법이 출제되긴했지만 수험생들이 전혀 대비하지 않은 어음개서부분에서 문제가 나와 버린것이다.

 나같은 경우는 솔직히 이제와서 그문제가 어음개서를 묻는 문제인줄 알았지 시험당일에는 도무지 무엇을 묻는 문제인지 몰라서 당황한체 한참을 문제를 바라본 기억이 있다. 
상법1문은 전형적인 문제라 초안도 잡을 필요없이 일사천리로 자신감있게 써 내려갔는데
2문의1 즉 어음법을 묻는 문제를 바라보니 갑자기 숨이 막혀왔다.어음법이 출제될거라는 예상을 하고 기본서에 어음법 사례집을 여러번 보면서 대비해왔지만 전혀 생각하지도 안은 문제가 떡하니 출제되어 당황했기 때문이다.

 문제를 계속 바라보고 있어도 도대체 무엇을 묻는 문제인지 몰라 어느덧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고.올해시험도 이렇게 날라가는구나 하는 생각들이 밀려왔다. 도무지 아무리 보아도 무엇을 묻는 문제인지 알수가 없어서 결국 마지막으로 풀기로 하고 다음문제로 넘어갔다.


 다행히 마지막 문제는 20점짜리 문제였는데 보험법이 출제되었다. 많은 수험생들이 전년도에 보험법이 출제되어서 이번년도에는 안출제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잘 대비하지 않았다고 하는데.난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해서 보험법도 보았는데 그나마 보험법에서 대비해온 문제가 출제되어 어음법에서 당황했던 순간을 잊고 일사천리로 답안을 작성했다.

 보험범 문제의 답안을 작성하고 시계를 보니 이제 시험종료시간까지 약 20여분이 남아있었다. 20여분동안에 30점짜리 문제를 써야만 했다.보험법문제를 자신있게 써나가고 나서 다시 어음법을 보니 또다시 숨이 막혀왔다.

 다시 문제를 보아도 무엇을 묻는문제인지 알수가 없었다. 당연한 것이 어음개서는 공부할때에도 전혀 보지 않았기 때문에 무슨개념자체인지도 몰랐다.시험이 끝난후에야 어음개서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지금생각해도 한심하다.

 그래도 답안은 작성해야 한다. 사시생들 사이에서는 전혀 모르는 이른바 '불의타'가 나왔을 때에는 '소설'을 쓴다고 한다. 즉 기존의 법률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이 아는한도내에서 창작을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무조건 이상한 소리를 쓰는것이 아니라 기존의 법리적 지식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일관적이고 타당하게 창작을 해야만 그나마 기본점수라도 기대할수 있다.

 나또한 그동안 알아왔던 어음법의 기본개념을 바탕으로 이른바 '소설쓰기'작업에 착수했다. 열심히 준비해왔기 때문에 분명 나만 모르는 문제가 아니고 대부분 수험생이 모르는 문제일것이기 때문에 이문제는 당락에 영향을 안줄꺼야라며 자기위안을 하며 열심히 창작을 했다.

 시간도 부족했고 잠도 부족하여 비몽사몽의 상황에서 집중력도 현저히 떨어져 갔지만 그래도 열심히 써야 했다. 시간은 점점 다가 오고 이제 글씨는 도무지 나자신도 알수 없는 악필의 수준을 넘어서는 흘림체로 글을 써나갔다. 점점 시계의 분침은 빨리 돌아가고 종료시간이 다가 오면서 등줄기에는 긴장의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급하니까 글씨도 틀려서 답안지에 쭉쭉 두줄을 긋고 지우고 한마디로 걸레같은 답안지가 되어갔다.

 결국 종료소리를 알리는 긴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오고 나는 간신히 답안지 작성을 완성할수 있었다. 답안지 작성을 마치고 내가 쓴 답안지를 바라보고 있으나 참 답안지가 형편없었다. 시간에 쫓기어 지우고 두줄긋고.흘림체에 도무지 알아볼수 없는 답안지였다. 과연 채점교수님께서 이답안지를 제대로 읽어 줄까? 하는 걱정이 드는 형편없는 답안지 였다.


5.시험마친후 술렁이며 떠나가는 고시생들

 그러나 오후 시험인 민사소송법은 대부분의 고시생들이 쉽게 쓸수 있는 전형적인 문제가 출제되었다.나도 대부분 대비해왔던 문제라 쉽게 쓸수 있는 문제들이었다.오후 시험문제가 쉬었기 때문이었는지 오전시험에서 당황하던 고시생들의 모습과는 다르게 대부분 만족해하는 표정들이었다.

 그렇게 둘째날 오후시험을 끝으로 둘째날의 대정정도 끝났다.시험을 마치고 고사장을 떠나는 고시생들은 같이 시험을 본 선배들이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었다.대부분의 대화의 내용은 역시나 오전에 있었던 상법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많은 고시생들이 나처럼 어음법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는 표정들이었다.또 보험법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보험법마저 제대로 쓰지 못한 이들이 일부 있는 모양이었다.

시험을 마치고 바쁘게 많은 고시생들을 헤치고 고사장을 빠져나가려는 순간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형...."
형이라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예전에 같이 사례스터디를 했던 후배였다. 몇달간 사례스터를 하다 스터디후 연락을 못하던 녀석이었는데 그녀석도 중앙대에서 시험을 본 모양이었다.간만에 아는 사람을 만나니 나도 반가웠다.

" 어....너구나...오래간만이다.....시험을 잘봤어?"
"망했어요 상법....;; 그래도 민소법은 대충 쓴거 같은데 보험법도 안나올줄 알고 공부 전혀안했는데 ....보험법도 망한거 같고..형 근데 어음법은 뭐 물어보는거에요?;;"

속으로 '이녀석아 낸들 알겄냐;;'라고 생각하며 

"나도 모르겠다.나도 그냥 소설쓰고 나왔다.근데 대부분 모르는거 같으니까 신경쓰지 말고 내일시험이나 잘 대비해"

라고 말하며 그녀석과 시험후 만날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고사장은 다시 수험생을 태우기 위한 모범택시.학원버스들이 뒤엉켜 혼란을 이루었다.난 바로 베이스캠프로 향했다. 몇분 걷지도 않았는데도 찌는듯한 무더위에 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대충 샤워를 하고 몸을 식힌후 내일 볼 형법과 형사소송법책을 가방에 챙긴후 중앙대 도서관으로 향했다.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책상에 앉아 형사소송법책을 꺼내 정리해온 부분을 보았다. 그나나 내일있는 형사소송법.형법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들이라 부담이 적었기에 둘째날보다는 마음이 편안했다.그러나 가슴한편으로는 오전에 치룬 상법 어음법문제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무엇을 쓴건지도 잘모르겠고.또 글씨가 개판이라 과연 채점위원이 보고 읽어주기나 할까 하는 걱정이 밀려왔다.

 책을 펴고 얼마간 각종 형광팬.포스티잇등으로 너덜너덜해진 법서를 바라보니 시험내내 느껴졌던 긴장감이 풀리고 피로가 밀려오는지 눈이 서서히 감기기 시작했고 나도 모르게 책상에 엎드려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고시촌 장수생들의 비애

고시촌이야기 2009. 1. 12. 08:07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지난 9일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사법시험을 20여년이상 공부해온분께서 고시원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마치 내일처럼 안타까움이 깊게 들었다.그분의 20여년의 세월이 얼마나 고통스러웠고.힘들었는지 충분히 짐작이 되었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다른 한편 여전히 신림동 고시촌 작은 고시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선배형님들의 안부가 걱정되어 간단하게 문자나 전화를 해서 그들의 안부를 물었다. 다행히 그분들은 탈없이 지내고 있었다.

 신림동 고시촌에는 사법시험.행정고시등 각종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들의 안식처이다. 모두 청운의 꿈을 품고 들어와 그들의 젊음의 열정을 쏟아부어 그들이 마음깊숙히 간직한 꿈을 이루려 노력한다. 그러나 그들중 일부만이 합격의 영광을 안은체 신림동 고시촌을 벗어나고 대부분은 쓰라린 실패의 경험을 맛보고 신림동을 떠난다.

 그러나 계속되는 낙방에도 불구하고 신림동 고시촌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도 많이있다. 그들 깊이 간직된 꿈이 너무나 커 조금만 노력하면 잡을수 있을것 같은 아쉬움에 1년만더.1년만더를 외친것이 어느덧 수년.10년이 되어버려 이른바 장수생이 된체 신림동 고시촌에 남아있게 되는 것이다.

 이들 고시촌의 장수생의 비애를 제대로 아는 이들이 있을까?일반인은 왜저렇게 되지도 않는 시험을 오래 붙잡고 있냐며 차라리 막일이라도 하라고 그들을 비난하고 고시촌의 젊은 고시생들 또한 그들을 스터디등에도 받아주지 않고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은근히 그들을 피하며 그들을 비난한다. 그럴수록 그들은 고시촌 외딴 고시원에 갇혀 더욱 외로움을 느끼고 사회로부터 점차 격리되어가는 아픔을 느낀다.

 나같은 경우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시험에 늦게 붙은 장수생이라고도 볼수있다.그러나 고시촌에는 나보다 더 형님뻘되는 이른바 장수고시생들이 많이 있다. 이상하리만큼 나는 고시공부를 할때 나보다 훨씬 형님뻘되는 그런 선배 고시생들과 같이 공부를 많이 했다. 작년 2차시험을 준비할때에도 사법시험 1차준비하는 후배녀석하나와 세무사와 회계사 준비하는 선배형님과 공부를 했는데 그선배형님들은 대학 대선배들이었다.

 그리고 평소에 알고 지내는 고시촌의 사람들도 대부분 대학 대선배인경우가 많다.왜그렇게 공부할때 그런 대선배들과 공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그분들과 공부해오고 교류하면서 난 이른바 고시촌 장수생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다.


1.사회로부터의 격리에서 오는 절박함

 고시촌 장수생들이 처음부터 장수생이 되고자 했던 것은 당연히 아니다. 그들도 모두 중고등학교 대학시절에는 고향에서 천재소리를 들으며 이른바 공부로 한가닥했던 인물들이었다. 그러한 공부에 대한 자신감과 청운의 꿈을 가지고 신림동에 입성했을때 그들또한 신림동에 오래 공부해온 장수생을 비웃었을것이다.
"무슨 공부를 10년이상이나 하냐.난 3년안에 끝내겠어"하는 오만함과 자신감이 강한 눈빛으로 신림동에 입성해 그들의 장기인 공부의 달인이 되어 책을 삼키기라도 할 눈빛으로 공부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그들의 바람대로 고시라는것이 결코 쉽게 그들의 도전을 허락하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친 이른바 수재들이 치열한 경쟁터인 고시도전에서 처음으로 그들은 낙방이라는 쓰라린 경험을 하고 그렇게 수없이 낙방이 반복되자 점차 자신감은 상실되어 가고 어느덧 그들이 비웃던 장수생의 길로 접어 든것이다.

 그러나 이제 시험을 접고 사회로 나가고 싶어도 사회가 그들을 거부한다. 물론 나이제한이 철폐되었다고 하지만 일반기업에서 30대중반이 넘어선 그들을 신입사원으로 취업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그나마 집에 여유가 되면 사업이나 장사라도 할수 있어 다행이지만 집에 여유가 없는 경우는 이또한 불가능하다.

 결국 어느순간 그들은 사회로 나가고 싶어도 사회가 그들을 거부해버려 나갈수 없는 안타까운 처지가 되어버리고 만다.


2.생계의 절실함

고시촌에서 10여년이상 공부를 하게 되면 어느순간 집에서의 지원이 줄어들다가 결국 끊겨 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더이상10여년이상 고시준비비용을 집에서도 지원하기에 부담스러운 상태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이제 스스로 생계를 해결해나가면서 공부를 해야하는 상황이 초래된다. 따라서 아르바이트라도 구해서 책값과 밥값을 마련해야만 한다. 하지만 30대 중반을 넘어서는 그들에게 아르바이트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다.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구인하는 고용주들은 젊은 아이들을 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이 구할수 있는 아르바이트자리는 기껏해야 주유소 주유원.고시원 총무.비디오방 아르바이트등이 전부이다. 그나마 고시원 총무자리라도 구하면 다행이다.어느정도 돈도 지급받고 숙식이 해결되고 공부할수 있는 시간도 확보될수 있기 때문이다.

 사법시험을 10년이상 공부했던 대선배 k형의 경우도 집으로부터 지원이 어느순간 끊겨 고시원 총무.주유소 아르바이트등에서 부터 심지어는 인력시장에 나가 막노동까지 하면서 간신히 고시원비와 책값을 충당하며 근근히 버티고 있다. 


 예전에 k형이 나에게 이런말을 해준적이 있다. 몇년전 그해가을에 어김없이 사법시험2차시험에 k형은 떨어졌다고 한다.정말 그해에는 열심히 공부했는데 떨어져서 더 충격적이었다는 것이다. 그충격에 몇날 며칠을 고시원을 나오지 않고 거의 시체처럼 누워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동안 간신히 아르바이트해서 벌어는 돈은 바닥이 나고 간신히 컵라면이나 빵으로 끼니를 해결했는데.이제 더이상 컵라면 살돈도 남아 있지 않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돈이라도 마련해야 했는데 도무지 돈을 구할곳이 없더라는 것이다.집에 연락해서 어떻게 식비만이라도 달라고 하기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아니하고 또 그동안 고시촌에만 있어서 대학.중고등학교 친구들과는 연락이 단절되어 버리고.고식공부했던 친구들도 사정은 별로 좋지 않고. 결국 그렇게 이틀정도를 라면하나 먹지 못하고 굶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간신히 어떻게 같이 공부했던 친구를 만나 얼마의 돈을 빌린후 바로 가게에 가서 컵라면 하나를 사먹는데 그렇게 세상에서 컵라면이 맛있어본적이 없더란다. 그렇게 컵라면 맛있게 먹고나니 그제서야 "참 내가 뭐하는 짓인가?,완전히 사회에서 단절된체 고립되어 살아가는구나..."하는 허무함을 느꼈다고 한다.

 이렇게 점차 생계가 어려워지는 그들은 점차 자신감마져 상실되어 가고 가능한 숙식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신림9동 산꼭데기에 위치한 가장 저렴한 고시원을 찾아 떠나간다. 신림동 산꼭데기에 위치한 고시원은 여전히 15만원의 돈으로 한달간 숙박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수생들의 마지막 안식처같은 곳이다. 그나마 그렇게 기거할곳이 있다는 것 조차가 다행스러운 점이다.


3.같은 고시생으로부터도 따돌림 당하는 장수생의 비애

일반 사회인으로부터도 고시촌 장수생의 인식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그렇게 좋지 못하다. 그러나 그들을 더욱 아프게 하는것은 같은 고시생으로부터도 따돌림당한다는 것이다.

고시촌의 젊은 고시생들은 은근히 고시촌 장수생들을 비하하거나 따돌리는 경우가 많다. 각종 스터디를 모집하는 경우에도 나이제한을 두어 장수생과 같이 공부하기를 꺼려한다. 공부분위기에 저해된다는 이유에서다.그리고 장수생이 있는 독서실 열람실이나 고시원등은 가능한 피할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장수생으로 불리우는 우리의 선배들은 젊은고시생들과 같이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수 없는 그런 처지가 되어버린것이다. 그러니 그들의 외로움은 더욱 커져갈수밖에 없고 점차 신림동 고시촌에서 조차 고립된체 외로운 섬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4.갈수록 깊어지는 인간에 대한 그리움

 " 어느날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말야.내가 거의 3일정도를 아무말도 안하고 지난거 같더라.정말 다시한번 생각보니까 맞는거야.하기야 뭐 하루종일 고시원에 처박혀 있으니까 정말 말없이 지내게 되는거야 밥먹으로 식당에 갈때도 혼자 식권내고 그냥 먹으면 되고.또 고시원에 와서 책보고 그렇게 계속 반복되는 거야......꼭 무인도에 같혀 버린 로빈슨 크루스가 되어버린거 같은거야......이러다 정말 몇개월만 지나면 우리나라 말을 잊어버릴꺼 같더라고....가끔가다 정말 단어가 머리속에서는 맴도는데 생각이 안나는거야...참 환장하겠다.....;; 그래서 요즘은 가끔 벽보면서 혼자 대화해 우리말 안까먹으려고........어떤놈이 보면 고시공부오래 해서 미쳤다고 하겠지....하하.........."

                                   (고시촌 어느고시원에서 바라본 석양)

 어느날 만난 선배형이 나에게 해준말이다.사회와 또 고시촌에서 조차 격리된 그들은 그럴수록 인간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만 간다. 그래서 가끔 대학시절에는 그렇게 과묵하고 터프했던 대선배인 형들을 우연히 고시촌을 가다 만나게 되면 선배들은 그렇게 반가워하며 수다 봇다리를 늘어놓는다.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다풀어놓기라도 하려는듯....

 " 요즘은 고시원에 정말 들어가고 싶지가 않아. 그래서 밖에서만 맴돈다. 독서실에 아침일찍가서 가장 늦게 나오고....또 피씨방에 가서 시간때우던지 해..정말 요즘은 고시원 들어가기가 싫어 .정말...무슨 책에도 나왔던것처럼 관속에 들어가는 느낌이야..사방은 창없이 꽉 막혀 있고..누우면 다리하나 제대로 피기 힘들정도로 꽉 차버리고...답답해서 죽을꺼 같아...정말 ....고시원에 있고 싶지가 않아....휴...언제 이놈의 신림동이라는 거대한 수용소를 떠나게 될지....."

 작년에 같이 공부했넌 회계사를 준비하는 M형이 나에게 해준말이다. M형은 직장생활하다 뒤늦게 회계사 시험에 뛰어든 형인데 신림동에 늦게 들어온만큼 그 답답한 고시원이라는 공간을 견디기 힘들어 했다.

 하기야 가족들과 함께 티비도 보고 식사후 과일도 깎아먹으면서 단란하게 지냈던 이들이 쪽방같은 답답한 고시원에 처음 들어오면 그 적막함과 외로움에 견디기 힘들것이다. 또 장수생들은 금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고시원에 세상과 연락할수 있는 인터넷등을 설치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가끔 고시원에 누워 적막감 속에 멀뚱멀뚱 천장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자신이 관속에 누워있고 땅속 깊은 곳에 묻혀 있는 느낌을 받을때가 있다고 한다. 그만큼 그들에게 가장 무서운것은 외로움.인간에 대한 그리움이다.


5.사회적 안전망과 관심필요

 매년 고시촌에서는 오래동안 공부해온 장수생이 주검이 되어 발견되었다느니.혹은 시험에 대한 중압감을 못이겨 안타깝게 자살했다느니 하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다. 그리고고시촌 장수생의 인식또한 그렇게 좋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 또한 우리가 보듬어야할 우리사회의 구성원이다.따라서 보다 적극적으로 국가는 취업교육.상담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을 우리사회로부터 격리하지 말고 사회에 포용해야 할것이다.

또한 그들 또한 고시촌에서 그들의 꿈을 이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고시생이라는 사실을 우리 젊은 고시생들이 잊지 말아주었으면한다. 나는 대부분 장수생 선배들과 공부를 같이 했는데 그런 선배님들로부터 많은 시험에 대한 노하우.인생에 대한 지혜를 전수 받을수 있었다. 따라서 그들과 함께 동반자정신을 가지고 어려움을 해쳐나가주었으면 한다.

                                            (눈이 내린 고시촌 풍경)

그리고 고시촌에서 외로움과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악전고투하고 있는 우리 선배님들이 부디 올해에는 좋은 결과를 내기를 바란다.자신의 꿈을 이룩하기 위한 열정앞에 나이는 문제되지 않는다. 여전히 사법시험등 각종고시에서 어려운 역경을 이겨내고 합격의 영광을 차지하는 나이많은 고시생들이 많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준다.

부디 올해에는 좌절하지 말고 그들의 꿈을 이루어 신림동고시촌이라는 공간을 훨훨 자유롭게  날아서 벗어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고시생에게 연애는 독일까?,약일까?

고시촌이야기 2009. 1. 6. 12:48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지금 신림동 고시촌은 모두 공부하느냐고 여념이 없다. 이제 각종 고시 즉 사법시험.행정고시등등의 1차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때만큼 고시촌이 공부에 집중하는 경우는 없다.

솔직히 많은 사람들은 고시생들이 하루종일 아침일찍 일어나 밤늦게 까지 공부만을 할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사람이다 보니 항상 공부만 할수는 없다. 일요일등에는 대부분 휴식을 하고 공부하다 힘들면 잠깐 게임방에 가서 게임을 한다거나. 디비디방등에 가서 영화등을 보면서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많은 고시생들이 여자친구나 남자친구를 사귀기도 한다. 또 각종 고시게시판에는 이성문제로 고민을 상담하는 많은 글들을 볼수있다. 고시생들 또한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다 보니 이성교재문제가 중요한 관심사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고시공부할때 이성교재를 하는 것은 이른바 장수생의 길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말이 있을정도로 공부기간에 이성교재를 금해야 할것으로 보는 이들이 있다.반면에 이성교재는 공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힘들때 많은 정신적 위안을 줄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약이 될수 있다는 이들이 있다.

고시생들에게 이성교재가 과연 독인지.약인지하는 문제는 오랫동안 논의되왔던 오래된 논쟁거리였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해답을 찾을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그도 그럴것이 이러한 논쟁자체가 하나의 답을 낼수 없는 우문현답같은 어리석은 논쟁이기 때문이다.

결론은 고시생에게 연애는 상황에 따라 독이 될수도 있고,약이 될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애가 고시생에게 독이되는 경우는 어떠한 경우일까?
대표적으로 독이 되었던 안타까운 사례를 난 몇몇 선후배의 일을 겪으면서 알고 있다.

 우선 지난번 글에도 쓴적 있지만 k형이 대표적인 경우다. 오랜시간끝에 1차시험에 합격후 2차시험을 보고 발표를 기다리던중 의도적으로 접근한 여성에게 한눈에 반한 k형.그러나 2차시험에 그형이 떨어지자 마자 그여성은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고 k형은 그충격에 몇날 며칠을 식음전폐를 하다 결국 고시를 접고 낙향했다.

또다른 케이스도 있다.대선배벌인 L형도 마찬가지였다. 그형은 대학시절부터 사귀어 오던 아주 오래된 연인이 있었다. 닭살커플이라고 할정도로 오래된 연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닭살스러운 애정행각으로 고시반의 많은 선배.후배.동료고시생들로부터 부러움과 질투의 눈초리를 받아왔던 커플이었다.

그형이 2차시험 준비를 위해 신림동 고시촌으로 갔을때는 그여자친구분이 서울에서 꽤 먼 지방에 거주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주 주말에 과일.보약등등 각종 먹을거리등을 싸와 함께 했던 그야말로 정성이 대단했던 그런 여자친구였다.

 하지만 그형이 번번히 2차시험에 낙방하자 어느덧 그형도 장수생의 반열에 올랐고 그여자친구도 혼인적령기를 넘어서자 결국 그형이 5번째 2차시험에 낙방한 어느 늦가을 그여자친구분은 이별을 통보하고 자취를 감추었다. 그형은 물론 그러한 이별통보에 깊은 충격을 받고 몇개월을 방황하다. 다음해 1차시험도 치루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다른 케이스는 막 달콤한 연애를 시작해서 시험을 망친경우이다. 바로 내동기 이야기다.대학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Y군 이녀석은 노는것도 좋아하고 성격이 정말 좋은 녀석인데 살아오면서 변변한 연애한번 해보지 못한 순진한 녀석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사법시험1차시험을 약 몇개월 남겨놓고 친구로부터의 소개팅으로 만난 직장여성에게 필이 확꽃혀 버렸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뒤늦게 시작된 사랑의 열기는 그야말로 활활타올랐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안았음에도 불구하고 시험은 안중에도 없는듯 여행을 다니고.쇼핑.영화감상등등 뜨거운 데이트를 하느냐고 여념이 없었다.

 결국 절친인 Y군은 그해 일차시험에 당연히 낙방했고.그친구가 낙방하자 언제 그랬냐는듯 뜨거운 사랑은 금새 식어버렸고 그여인과 몇개월후 이별을 했다.

 또 각종 고시2차시험이 발표되는 가을에 가장 많은 이별통보가 있는데.이경우 시험에 불합격후 이성친구로부터 이별통보까지 받은 이는 극심한 혼란과.괴로움에 다음해 1차시험을 날려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이렇게 고시생의 연애가 독이 되는것 만은 아니다.

신림동에는 같은 공부를 하는 고시생커플이 꽤 많이 있다. 이경우 물론 공부를 하지 않고 연애에 집중하여 독이되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 같이 공부를 하여 씨너지 효과를 낼수도 있고 서로 모르는 부분은 체크해가며 서로 정신적위안을 줄수 있어 좋은 결과를 가져 오는 경우도 많다.

 후배인 B군은 이른바 고시생커플이었다. 2차시험준비기간에 스터디를 하다가 눈이 맞은 커플이었는데.서로 많은 정신적 위안을 주고 노력하면서 같이 2차시험에 합격하여 연수원에서 결혼식을 올려 법조인 부부가 된 대표적인 연애 성공케이스였다. 

 또다른 케이스는 장수생 선배 M형의 경우이다. 그선배는 오랜시간동안 사법시험준비를 했지만 번번히 낙방하여 어느순간 집으로부터도 지원이 끊겨 고시원 총무.비디오방 알바 .독서실 총무등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히 공부를 해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고시원 총무를 하다가 어떻게 그고시원 실원인 여성분과 정분이 나고 말았다.그런데 더욱 놀라운것은 그선배와 거의 10여살 차이가 나는 아주 어리고 귀여운 여성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래서 그선배를 만날때 마다 형 정말 도둑님심보아냐 하면서 놀렸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여성분은 어떻게 보면 정말 착한 그형에게는 우렁각시같은 분이었다. 그형의 여자친구는 직장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형이 공부에만 집중할수 있도록 더이상 아르바이트를 못하게 했고 생활비를 대주었다.그형은 다시 한번 그런 여친에 감동을 먹고 이제 공부에만 집중할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 다시 2차시험에 낙방했다. 형은 낙방하자 그어린 여친이 떠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했지만 그우렁각시 같은 어린 여친은 떠나지 않고 그형을 믿었다.

 형은 다시한번 감동먹고 심기일전해 공부에만 전념을 했고 결국 다음해 2차시험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고.지금 둘은 결혼식을해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결혼식에는 보통 신부가 우는것이 보통인데 그 형의 결혼식에는 그형이 그렇게도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고시생의 연애 과연 독일까 약일까?

결론은 없다.스스로 연애를 하면서 자기를 잘통제하고 연애와 공부를 분리할수 있다면 공부기간에 힘이 되어주고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풀어줄수 있는 약이 될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통제가 어렵고 연애기간동안 싸움이 빈번하는등 서로에게 문제가 많은 경우라면 공부에만 집중할수 없어 독이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연애가 독이되느냐 약이되느냐는 자신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보면 될것이다.


  지난 12월 23일 사법시험 최종합격자를 대상으로 한 사법연수원 면접이 있었다. 지난 11월 3차면접시험때에도 일산 특유의 칼바람이 불어 많은이들을 덜덜떨게 하더니 이번 사법연수원면접도 다소 추웠다.

 그러나 이미 최종합격을 한상태에서 앞으로 연수원에서 일과소개와 연수원교수들과의 간단한 인사를 나누는 자리였기 때문에 지난 3차면접때의 팽팽한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연수원 홈페이지에 약8시 30분까지 도착해달라는 공지를 보고 8시20분 정도에 도착을 하니 이미 많은 예비연수원생들이 도착해있었다.일부는 지난 서류등록기간에 연수원수첩에 기재될 증명사진을 찍지 못해서 연수원내에 있는 식당에서 증명사진을 찍는 이들도 보였다.


 그리고 일부 연수원생은 자신의 예비학번을 기억하지 못해 단상에서 확인하는 모습도 보이는등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연수원생들이 대강당에 다모이자 공식적인 행사가 시작되었다.

 우선 연수원 교수님 한분께서 오셔서 앞으로 연수원생활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즉 학기는 언제 시작하고 시험은 어떻게 보고 하는지등등 연수원생활을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주셨다. 인상이 아주 포근했던 분이셨는데 간간히 유머도 섞어가면서 연수원생들의 웃음을 유발하며 아주 자상한 설명을 해주셔서 앞으로 연수원생활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연수원생은 단순한 대학원생이 아닌 국민의 혈세를 통해 매월 봉급을 받는 공무원신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실제로 3월 연수원 입소식을 마치고 정식으로 연수원생이 되는 순간부터 연수원생은 5급공무원에 해당된다. 공무원에 해당되는 만큼 매월 국민의 소중한 혈세로 마련된 약 100여만원의 봉급을 받게 된다.

 최근에는 합격자가 1000여명에 달하여 연수원생중 일부만이 판검사로 임용되고 대부분 변호사활동을 하는 상황에서 변호사를 양성하는 그런 교육과정에 국민의 혈세를 통해 봉급을 지불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우리사회의 비판이 있다는 사실을 연수원 교수님들도 잘알고 계셨고.따라서 그러한 상황에서 더욱더 공무원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경솔한 행동을 하지 말고 항상 겸손하게 법률봉사활동등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2월초에 수강과목신청을 설명해주셨다.개인적으로 자신의 전공분야를 선택해서 그러한 전공분야에 맞는 필수학점과목을 수강신청해야만 한다. 아직까지 시간이 남아 있지만 나의 전공을 무엇으로 해야할지 아직까지 제대로 정하지 못했다.남은 시간 진지하게 고민해보야 할듯하다.

 그리고 예상밖의 숙제도 있었다. 입소식때까지 연수원에서 지정해준 책을 읽고 간단한 A4지 3장분량의 에세이를 써오라는 숙제였다.연수원홈페이지에 게시된 책들중에 3권정도의 책을 읽고 써오라는 숙제였다.대학졸업후 오래간만에 숙제를 받아보니 마치 초등학교때 겨울방학 숙제를 오래간만에 다시 받는 느낌이었다.

 오전에 이렇게 앞으로 있을 연수원생활을 교수님들로부터 소개 받은후 점심식사후 오후부터 연수원생을 대상으로 개별면접이 시작되었다.일부는 오전에 면접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나니 졸음이 밀려왔다.대기실에서 기다리는데 꾸벅꾸벅 계속졸았다.연수원 본관 10층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꾸벅꾸벅 졸다가 일어나 창을 통해 바래보니 일산의 전경이 내려다 보였다. 잠시 동안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치열하게 공부했던 고시공부하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과연 내가 합격할수 있을가하는 불안감,불합격하고 좌절하던 순간등이 하나 하나 떠올랐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사법연수원 본관에 이렇게 와 있건만 잠시동안의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해보았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내이름이 호출이 되었고 교수님이 계신 방으로 들어갔다.교수님은 우선 합격을 축하한다고 자상하게 말씀해주셨고.그후부터는 개인적인 신상이야기 즉 고향.고등학교가 어디출신인지 대학생활을 어떠했는지.앞으로 어느분야에 진출하고 싶은지등등을 이야기 나누었다. 사법시험3차시험 면접에서와는 정말 정반대의 분위기였다.엄격함속에서 이루어진 집단면접 법률적 지식을 물어보시고 냉정하게 바라보던 면접관님들의 기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러나 연수원 면접의 교수님은 아주 자상하게 이것저것 물어봐 주셨고 그래서인지  긴장이 풀려 간단한 농담도 나눌수 있었다.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면접이 끝났다.

 이제 공식적인 모든 일정이 입소식전까지 마무리되었다. 이제 약 2달여 남은 기간이 입소전의 선배들 말로는 앞으로 다시 찾아오기 힘든 일생에 있어서 가장 여유로운 시기라고 말한다.먼저 연수원에 들어간 선배나 후배들은 다시 찾아오기 힘든시기이니 여행도 다녀오고 좀 여유롭게 지내라고 조언을 한다.
 한편 연수원 교수님께서 강조하신것처럼 연수원생이 공무원신분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항상 겸손하고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할필요성도 느낀다.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저녁약속이 있어 찾아간 광화문은 역시나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다정한 연인들이 두손을 꼭잡고 걸어가기도 하고 한손에는 크리스마스를 축하할 이쁘장한 케익을 들고 가기도 하고.단란한 가족이 아이를 이끌고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멋지게 장식된 청계천을 거닐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났다.오래간만에 만난 고등학교 친구들과 간단히 저녁식사를 한 식당도 사람들로 꽉차 식당주인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말그대로 즐거운 성탄분위기였다. 거리의 모든사람들이 행복해보였고.세상의 주인공처럼 보였다. 그날하루만큼은 모두가 걱정과.근심을 잊은 행복한 모습들이었다.

 그동안 시험공부한다고 연락이 두절되었던 고등학교 친구들은 다시 한번 합격을 축하한다며 앞으로는 자주 연락하고 지내자고 말해주었고 그런 친구들이 고마웠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계속 고시촌에 남아 있는 선배.후배들이 생각이 났다.

 특히 사법시험.행정고시등에 불합격한 고시촌의 이들에게 크리스마스등이 끼어있는 연말은 가장 우울하고 힘든날들중에 하나이다. 10월말에 각종 시험합격자 발표가 있고.그러한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없음을 확인한 이들에게는 세상의 그 무엇보다 바꿀수 없는 극심한 고통과 한스르러움이 밀려온다. 몇년동안 잠도 제대로 못자고 고생했던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고통은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몇년여 동안의 시험에의 불합격이 이어지면 평생을 같이 할거 같이 믿었던 여자친구로부터의 이별통보가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고시촌에서 연인들의 이별이 가장많은 시기가 사법시험.행정고시등 각종 합격자 발표가 있은후 몇개월 동안이다. 몇년간의 기다림끝에 고시생과 사귀고 있던 여자들도 이미 혼인적령기에 꽊찬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이별을 통보하고 마는 것이다.

 시험불합격에 이에 믿었던 연인들로부터의 이별통보까지 받은 이들은 그야말로 패닉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를 잘극복하고 모진 노력으로 다음해 1차.2차시험까지 합격하는 경우도 많지만.불합격에 이어 연인으로부터의 이별통보로 인해 깊은 좌절감과 우울감에 빠져 아무일도 하지 못하고 1년을 그냥 낭비하는 친구들도 많이 있다. 그만큼 불합격한 고시생들에게 연말은 한없이 우울하고.침울하기만 하다.

 친구들과 간단히 저녁식사와 술한잔을 걸치고 나니 11시가 넘어갔다. 친구들은 2차를 가자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고시촌에 남아있는 이번에 사법시험2차시험에 안타깝게 떨어져 우울해 할 대학선배 k형과 후배 L군이 생각나서 오래있을수 없었다 특히 L군은 4년여동안 사귀어 왔던 여자친구로 부터 이별통보까지 받은 상태라 심리상태가 최악인 상황이었다.

 여전히 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술에 흥건히 취한듯 다정한 연인들은 사람들 눈을 의식하지 않고 깊은 포옹을 하거나 진한 키스를 나누는 이들도 있었다. 어떤이들에게는 꼴불견처럼 보이겠지만 난 그들이 세상어느누구보다 행복해보였다. 젊음을 고시공부에 투자하며 고시촌에 쳐박혀 있는 이들은 잘누리지 못하는 젊음의 특권아니겠는가?

 버스를 재빠르게 타고 난 고시촌으로 향했다. 그리고 고시촌에 도착하자 마자 K형에게 연락했다.역시나 워낙 낙천적이고 긍정적 성격의 K형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날 보자 마자 반갑다는 표정으로 먼저 하는 말이 술이나 한잔하자는 것이다. 역시 K형이었다. 그러나 다소 소심하고 소극적인 L군이 가장 걱정이었다. K형도 그렇다고 한다. 3주일전쯤 여자친구로 부터 이별통보를 받고는 거의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시식당에서도 찾아볼수가 없고 최근에는 독서실에도 잘나오지 않는단다. 아무래도 닭장같은 고시원에서 혼자 이별의 아픔을 삭히는것 같다.

 우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L군이 걱정되어서 근처 통닭집에서 간단히 치킨하나와 맥주 몇개를 사서 L군이 거쳐하는 고시원으로 찾아갔다. 역시나 L군은 초췌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주웠다. 그놈의 몰골을 보아하니 그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수 있었다. 


 우리는 별말이 없이 사온 맥주를 마시고 시작했다. 적막감이 들었다. 말없이 맥주를 삼키는 소리만 들려왔다. 그리고 얼마후 L군은 너무 힘들어 죽겠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자식 뒷바라지를 해준 어머님께도 미안하고 자신을 떠나버린 여자친구가 원망스럽기도 해서 견딜수 없다는 것이다. 합격자 발표한날 고시원 옥상에서 어머님께 불합격 소식을 전화로 알리고 거의 1시간동안이나 울었다고 한다.울음을 멈출려고 해도 서러움과 한스러움이 밀려와 멈출수가 없었단다.

 K형은 L군에게 마음껏 니가 울고 싶을때까지 울라고 했다. 그래야 니 마음속에 남아 있는 한스러움과 서러움이 조금이나마 풀린다고....그리고 마음껏 울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L군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장수생 K형도 이렇게 살아서 희죽희죽 웃고 있는데 한참 어린 L군 니가 그렇게 우울해 하면 나같은 장수생은 어떻게 살아가냐며 특유의 너스레를 떨며 L군을 위로해주었다.

 L군은 그제서야 웃음을 보였다. 우리는 밤새도록 맥주와 소주를 마시며 함께했다. 라디오에서는 즐거운 케롤이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고시촌의 크리스마스 특히 불합격자들에게는 한없이 우울한 블루 크리스마스이다.

시험에의 불합격.그리고 연인으로부터의 이별통보로 인해 인생에 있어서 최악의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이들이 많을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인생에 있어서 그것은 하나의 통과의례같은 것일지 모른다. 아주 머리고 좋고 뛰어난 이른바 생래적 법조인이 아닌이상 몇번의 실패와 그로인한 연인으로부터의 이별통보를 거치고 시험에 합격한다. 대부분의 고시생들이 그런 실패와 실연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아픔과 좌절을 극복해야만 다음해에 합격자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확인할수 있다.

 불합격의 아픔과 연인으로부터의 이별통보에 가슴아파하며 고시촌 고시원의 공간에서 움크리고 앉아 눈물과 한스러움으로 우울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는 많은 고시생들이여 부디 그 아픔과 한스러움을 잘 극복해서 내년에는 당신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을 꼭 이루길 바란다. 지금의 좌절을 부디 잘극복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어느순간 그러한 고시촌의 우울했던 크리스마스의 기억은 하나의 추억의 앨범이 되고 말것이다. 

  해마다 찾아오는 고시촌의 블루크리스마스.그것은 우리사회의 다양한 크리스마스의 모습의 한단상일 것이다.

사법시험 합격자 설명회를 다녀와서....

좌충우돌연수원일기 2008. 12. 23. 11:43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지난 10월 21일 사법시험 합격자 발표후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나서 정말 오래간만에 글을 쓴다.합격자 발표후 3차면접준비.각종 학교 모임.그동안 미루어왔던 친구들과의 만남.향우회.부모님과의 오래간만의 여행.연수원 등록 서류준비등등 여러가지 일들이 생겨 블로그에 포스팅할 시간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제 약 두달여기간동안의 분주했던 각종 모임들도 마무리되어 가고 다소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것 같아 그동안 방치해두었다고 해도 무방한 블로그에 들어와 글을 쓴다.

 지난 10월21일 사법시험 합격자 발표가 나고 3일후 모 신문사와 은행에서 주최하는 사법시험 합격자 설명회에 다녀왔다. 이합격자 설명회에서는 강화된 3차시험 즉 면접준비요령.앞으로 법조인으로서의 자세등을 자세히 설명해주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법시험 합격자 들이 참석하는 통과의례같은 것이다.

 갑작스럽게 사법시험 합격자 발표가 약 일주일정도 당겨서 났기때문에 주최측에서 많은 인원을 수용할수 있는 공간을 찾기 어려워 장소가 다소 협소한 공간을 정했기 때문에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좀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다는 친구로부터의 조언을 듣고 당초 시간보다 약 30여분 일찍 도착을 했다.


 그러나 일찍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설명회장소는 합격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설명회 장소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눈에 띈것은 설명회 입구에 쭉 늘어서 있는 신용카드회사들의 접수창구였다.각 신용카드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설명회장소에 들어가는 합격생들을 붙잡고 카드가입신청을 권유하고 있었다.

 가지고 있던 신용카드를 전부 해지했던 나로서는 연회비등도 면제해준다는 설명을 듣고 신용카드 하나에 가입신청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며칠후 또 다른 신용카드 회사에서 가입을 감사한다는 연락을 받고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 나도 모르게 아마 가입신청이 되어버렸나보다.;;

 참고로 사법시험에 합격을 하면 사법연수원내에 있는 신한은행에서 급여통장을 만들어주고 약 1억5천여만원까지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준다. 그리고 연회비가 평생면제되는 플래티늄카드를 만들어준다.무료항공권.무료 호텔숙박권등 각종 혜택이 많아 연수원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편인듯하다.

 아무튼 고시생 신분일때에는 신용카드 한장 발급받기 어려운 그져 고등룸펜 백수였던 신분이 합격후 담보없이 1억5천까지 사용할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주고 연회비가 평생 면제되는 플래티늄카드까지 발급되는것을 보니 많은 합격생들은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을 한다.

 많은 합격생들은 그렇게 받은 마이너스통장등을 연수원근처 오피스텔을 얻거나 더이상 부모님께 손벌리기가 어려워 생활비등으로 지출한다고 한다. 연수원에 먼저 간 친구들 말로는 연수원 한달 월급이 100여만원정도여서 월세.생활비등에 지출하고 나면 모자르는 경우가 많아 마이너스통장을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마이너스통장을 마치 자기돈인양 각종 유흥비로 흥청망청 쓰다가 연수원수료후 이자와 원금상환에 고생하는 선배들도 많다고 한다. 결국 자칫 잘못 사용했다가는 나중에 독이 되어 돌아올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듯하다. 벌써부터 합격후 친구나 후배들에게 한턱쏘고 생활비에 충당하면서 몇백만원을 썼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솔직히 그런 친구들은 좀 걱정되기는 한다.

 또 최근에 은행사정이 어려워서인지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상당히 높은 편이어서 나같은 경우는 만일을 대비해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긴 했지만 아직까지 사용하지 않고 있다.앞으로도 연수원월급을 가능한 아껴써서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지 않을 생각인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나도 장담할수 없다.

쓸데없는 이야기가 길어졌다. 아무튼 그렇게 카드회사가 접수창구가 줄지어 있는 입구를 지나 설명회장소에 들어섰다. 그리고 6시정도에 설명회가 시작되었다. 벌써 2달여가 지나서 잘기억나지는 않지만 간단히 앞으로 연수원생활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설명해주고 법조인 선배들의 축하 영상이 방영되었던것 같다.


 그리고 공부의신.고시3관왕.솔로몬의선택등에 출연했던 지금은 한나라당 국회의원인 고승덕 변호사께서 오셔서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다른것은 모르겠고 그분이 치열하게 살아왔구나 하는것은 느낄수 있었다.자신이 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정을 바쳐 지열하게 도전하는 삶 난 아직도 그것이 많이 부족함을 느낀다.

 그리고 여성 국제 변호사가 앞으로의 법조시장의 전망등을 간단히 설명해주었던것 같다. 그리고 작년 합격자가 11월에 있는 면접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경험담을 말해주었다. 그동안 통과의례로만 여겨졌던 면접시험이 작년에 10여명이상의 탈락자를 만들어 내며 강화되고 있는 추세여서 설명회에 모인 많은 합격자들이 가장 귀기울여 들었던것으로 기억된다.

 결론은 긴장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자신이 아는 한도내에서 성심성의껏 답변하고 항상 겸손한 자세를 가지고 오만하지 않게 답변하라는 것이었다. 여러가지 조언이 있었지만 혹시 나도 그 10여명의 탈락자에 속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긴장감이 들었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약 10여명이 면접에서 탈락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아직도 사법시험 3차면접시험의 그 팽팽했던 긴장감이 잊혀지지 않는다. 개별면접에서 나같은 경우는 3개의 법률지식질문을 받았는데 1개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해 노심초사하며 심층면접자 발표때까지 긴장하며 기다렸다가 심층면접 대상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기억은 아직도 또렷하게 내 머리속에 남아 있다.

그렇게 전년도 합격자가 면접에 대비하는 요령을 짤막하게 알려준후 공동으로 설명회를 개최한 은행측에서 카드와 마이너스통장개설 설명을 해주었다.그러나 최근의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해 과거처럼 사법시험 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주지는 않는 모양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경우는 그후에 마이너스통장개설을 거부당한 경우가 많이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설명회를 들으면서 다시한번 느낀것은 이제 사법시험합격만으로 성공을 보장해주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매년 1000여명의 사법시험합격자가 배출되고 있고 또 조만간 로스쿨졸업자가 매년 2000년이상 배출되는 그야말로 법조인 무한경쟁시대가 초래할것이다.따라서 더이상 사법시험 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어깨에 힘을 줄 필요도 없고 오만한 마음을 가질 필요도 없다. 무한경쟁시대에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법조인은 결국 도태되고 말것이다. 

  과연 나만이 갖출수 있는 경쟁력은 무엇인가를 최근에 곰곰히 생각해본다. 아직까지 뚜렷한 해답은 보이지 아니한다. 그리고 법적 분쟁을 현명하게 해결하고 방향을 제시할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갖춘 그런 자질있는 법조인이 될수 있을지 하는 두려움이 합격후의 나의 고민거리가 되었다. 2년동안의 연수원생활에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법적분쟁에 있어서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어내지 않는 그런 자질있는 법조인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