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생이 좋아하는 드라마 '신의저울'

고시촌이야기 2008. 10. 13. 01:27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금요일 밤 책상에 앉아 책을 보느냐 뻣뻣해진 몸을 풀기 위해 잠시 자판기 커피한잔을 빼들고 독서실 휴계실로 가면 고시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휴게실에 설치된 대형 티비를 눈이 뚤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볼수있다.

 고시생들은 티비화면을 보며 때로는 웃기도 하고 때로는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양 진지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그것은 바로 SBS에서 금요일 밤에 방영하는 '신의저울'이라는 드라마이다. 금요일밤마다, 많은 고시생들이 신의 저울이라는 드라마를 시청한다. 시간이 없이 드라마를 보지 못한이들은 일요일에 인터넷으로 몰아 보기도 한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가장 인기있는 드라마중에 하나는 고구려 영웅의 이야기를 다룬 바람의 나라도 아니고,주말드라마도 아닌 신의저울이라는 드라마이다. 신의저울은 금요일 심야시간에 방영되는 관계로 시청률이 그다지 높지 않은것으로 알고 있지만 신림동 고시촌에서는 예외이다.

금요일 밤 많은 고시생들이 독서실휴게실이나 피씨방등에서 신의저울이라는 드라마를 시청하고 그다음날 고시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삼삼오오 모여 커피한잔씩 하면서 신의저울을 화제삼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신의 저울이 고시생들에게 이토록 인기가 있는것은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인 고시생과 그리고 자신들이 꿈꾸는 미래인 연수원생.변호사.검사의 이야기를 다루었기 때문이다.

특히 드라마  초반부에 다루었던 신림동 고시촌의 풍경과 고시생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리얼하게 다루어서 많은 고시생들의 공감을 샀다. 고시촌에서 외롭게 공부하는 고시생들의 모습.시험이 떨어지고 좌절하는 모습.고시생들의 전형적인 모습인 추리닝에 쓰레빠를 신은 고시생들의 모습에 많은 고시생들이 공감을 했다. 

 고시생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들중에 하나가 " 너 몇년이나 공부했는데 아직도 못붙냐?" 혹은 "뭐 몇년 죽을듯 책만 보면 붙는거아냐?"이런말들이다. 고시생들의 애환.아픔.슬픔을 사회에 있는 일반인들은 이해할수 없다. 시험에 실패후 애인과의 가슴아픈 이별,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오는 미래에 대한 중압감,열심히 공부해도 시험에 자꾸 떨어질수 밖에 없는 자괴감 등 고시생들은 저마나 한두가지 가슴깊은 곳에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고시생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친구들이나.친척들이 툭툭던지는 말은 고시생에게 상처로 다가온다. 하지만 신의저울이라는 드라마는 이러한 고시생들의 고뇌와 아픔을 리얼하게 잘묘사해 고시생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드라마의 작가가 전직 고시생출신이 아니냐는 말이 있을정도로 고시촌의 생활과 고시생들의 모습을 아주 현장감있고 리얼하게 표현한것이다.

 또 모든고시생들의 꿈인 사법연수원의 모습도 아주 잘 묘사하고 있어 고시생들은 드라마를 보며 마치 자신이 연수원에 있는것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리고 꼭 연수원에 가고 싶은 의지를 불사르게 한다. 또 동생의 억울한 누명을 밝히기 위해 고분분투하는 장준하와 그주변인물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꿈꾸는 미래를 상상하기도 한다.

 반드시 시험에 합격해 자신들도 저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억울한 누명을 밝혀내는 또는 정의를 위해 싸우는 그러한 변호사.법조인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러한 여러가지 사정으로 고시촌에서 가장 인기있는 드라마의 지위를 신의저울이 차지하고 있다. 고시생의 애인이 너무 이쁜거 아니냐는 비아냥도 있지만 고시생과 사법연수원생의 생활을  리얼하게 묘사한 신의저울이 많은 고시생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2차시험을 마치고 마땅히 시간때울 방법이 없는 고시생들에게 인기가 있는듯하다. 이들은 금요일밤마다 고시원에 티비가 없는 관계로 독서실휴게실로 나와 드라마를 보며 눈에 익은 고시생들의 모습.합격자 발표명단이 붙은 법문서적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과 동일시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드라마 초반부의 고시촌의 모습이나 연수원의 모습이 지나고 이제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되면서 오히려 고시촌에서의 인기는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신의 저울은 고시촌의 최고의 히트드라마중의 하나이다. 금요일 심야편성의 한계로 신의저울은 시청율 10% 초반의 평범한 드라마이지만 고시촌에서 만큼은 예외인 고시생들을 위한 인기드라마가 되어 가고 있다.

 이번주 금요일에도 많은 고시생들의 독서실 휴게실에 삼삼오오모여 휴계실의 대형티비에서 드라마의 멋진 장준하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들의 미래의 모습을 상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