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사법시험합격...그것은 정말 꿈만 같은 그것이었다.합격자 명단에서 나의 이름을 확인하던 순간 난 세상의 모든것을 얻은것처럼 행복했다. 어느덧 시험에 합격하고 연수원에 들어오고 10여일간의 1학기 시험을 마치고 잠시동안의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시험에 합격후 난 어떻게 변했을까?
오만해졌을지도 모른다.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직도 고시촌에서 고생하는 후배나 친구들에게 뻣뻣한 자세로 별같지도 않은 위선을 떨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고향친구들에게 한턱쏜다며 있는폼 없는 폼을 잡으며 허세를 떨었을지도 모른다.

어찌보면 이제 사법시험은 국가최고의 시험도 아니고 그져 자격시험에 불과하다. 앞으로 수천명의 로스쿨생의 배출되는 상황에서 더이상 사법시험합격을 가지고 우쭐대는 시대는 지났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는 아직까지 사법시험 합격자에게 바라는 기대가 큰것도 사실이다.

난 솔직히 연수원에 들어와서 내진로의 문제에 대해서 요즘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과거 고시공부를 할때도 틈틈히 느껴왔던 고민인데 과연 내가 법조인의 능력이 있을까 하는 고민이다. 이고민은 연수원에 들어와서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수많은 기록숙제와 사례과제들을 접하면서 꼼꼼하지 못한 성격탓에 주요한 법적 논점을 그냥 흘려버리고.또는 실력 미달로 꼭 언급해야 할 논점들을 날려버리는 일들이 허다하다.

지금은 비록 연습이지만 막상 실무에 들어가서 이러한 실수들을 한다면 난 의뢰인에게 뺨을 수십대 얻어맞아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이러한 실수는 마치 의사가 큰수술에서 말도 안되는 실수로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것처럼 의뢰인에게 큰 아픔과 상처로 다가올것이기에 나의 고민은 점점 깊어지고 점점더 과연 내가 법조인의 자격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뿐이다.


이러한 고민탓에 요즘은 솔직히 간간히 나의 낙서장처럼 운영하던 이블로그마져 거의 방치해놓고 있었고 혹은 이블로그를 폐쇄하고 싶기도 했다.나의 블로그에 찾아와 고시공부방식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분들에게 더이상 조언을 해주고 있지도 못했다.나의 정체성에 고민이 그만큼 깊었기 때문이다.

연수원1학기동안은 내가 법조인의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지낸 시기였다. 1학기 방학도 거의 끝나가고 이제 2학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방학동안에도 나의 고민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일은 내가 꿈꾸워왔던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질문이 점점 꼬리를 물며 나에게 답을 요구하고 있는지 모른다.과연 난 법조인의 역할을 잘해낼수 있을까?

깊어가는 새벽과 함께 난 아직도 이러한 고민에 잠못이룬다. 깊은 새벽 톨스토이의 젊은날의 고백이라는 책을 붙잡고 있다가 뜬금없이 오래간만에 방치되어 있던 나의 블로그에 찾아와 이글을 끄적인다.그동안 버려져있다 할정도로 무성한 잡초만 자란 이블로그에 여전히 하루에 100여명이상의 방문자가 있는 것을 보고 난 놀랐다.기록은 기억되는 것이다. 그것이 버려진 무덤의 낡은 묘비의 몇글자이건...존재하는한 기억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