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2차준비에 대한 간단한 팁

고시촌이야기 2010. 4. 29. 02:40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이 블로그가 주로 고시생들 이야기 사법시험이야기등을 다루다 보니 가끔씩 공부방법을 메일등을 통해 문의하는 분들이 꽤 있다. 하지만 사법시험1차시험은 몇번 합격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도움을 줄수 있을지 모르지만,2차시험은 여러번 실패끝에 간신히 합격한 입장으로서 쉽게 조언을 해줄수가 없어 고민을 많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의해오시는 분들을 위해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간단한 팁을 적어볼까한다. 하지만 대부분 이러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을것이고 공부하는 분들이라면 다알고 있는 것이다.결국 가장 중요한것은 실천이다.

1.글씨는 중요하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분들중에는 의외로 악필이 많다. 나또한 대표적인 악필이다. 그러나 사법시험2차시험은 안타깝게도 논술형 시험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이쁜글씨가 채점위원눈에 들어오는 것이 사실다.

 워낙 실력이 출중하면 악필이어도 큰상관이 없다. 그러나 점수가 컷라인에 걸려있는 사람에게는 글씨도 상당히 중요하다.단 몇점차이에서 당락이 갈리기 때문이다. 난 아쉽게 단 총점2.3점차이라 떨어진경우가 2번정도 있었다.그럴때마다 선배들이 하는 말이 "너는 글씨만 조금만 잘썼으면 합격하는건데...니글씨는 알아볼수가 없다...:;"라는 이야기 였다.

 마지막 시험에서 그나마 합격했을때는 대부분의 중요논점을 다썼기 때문에 그나마 합격할수 있었던거 같다.악필은 분들은 그나마 알아볼수는 있을정도로 필체를 교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것은 연수원시험에서도 반복되는 이야기다.어쩔수 없는 진실....


2.시험초반 10분에 당락이 결정된다.

  2차시험은 시험초반 10분에 당락이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즉 문제를 받고 논점을 잡고 초안지를 만들때 이미 당락여부가 결정된다는 말이다. 이말은 조금 과장된측면이 있지만 어느정도 사실이다. 그만큼 논술형시험이다 보니 논점잡기가 중요하다.

 제대로된 논점만 잡으면 내용이 다소 부실해도 어느정도 합격컷라인근처의 점수가 나온다.그러나 아무리 내용을 많이 써도 논점에서 벗어나 허튼 내용을 쓰면 좋은 점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시험본직후 합격여부를 판가름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시중에 유통되는 모범답안을 구해서 그 주요논점과 일치하는지를 판단하는것이다. 어느정도 일치한다면 합격을 기대해도 좋다.

  그만큼 논점잡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여 허둥대지 말고 문제를 계속 반복하여 읽으면서 중요한 논점을 잡는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잊지 말자 논점잡기...!!

3.학설은 간단히...
 
  2차시험답안지가 바뀌면서 쓸수 있는 양이 많이 줄었다.또한 시간도 많이 부족하다. 그런상황에서 학설의 논거를 많이 끄집어 낼필요가 없다.학설의 논점은 간단히 학설당 하나정도만 쓰면 된다. 솔직히 학설에 점수비중은 큰편이 아니다. 아시다시피 점수비중은 판례와 사안의 검토에 집중된다.

  그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답안을 쓰다보면 학설은 장황하거 판례와 사안의 해결은 대충쓰는 용두사미식의 답안이 되기 쉬운데,그러면 좋은 점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초시볼때 형법에서 모르는 문제가 나온적이 있어서 당황한적이 있는데 초시이다보니 아무런 부담없이 판례를 가능한 많이 쓰고 그다음에는 사안의 검토부분을 반페이지 창의적인생각??;;을 보태어 가능한 자세하게 많이 썼던 적이 있다. 그러나 생각지도 않게 점수가 58점이나 나와서 놀란적이 있다.

 학설은 간단히 쓰고 판례와 사안의 검토를 잘쓰자.

4.판례의 중요문구는 암기하자.

 판례는 득점포인트다.중요문구를 답안에 그대로 현출하는 것은 그만큼 포인트를 더딸수 있는것이다. 아사다마오가 트리플악설에만 전념하다 망했지만 김연아는 각 득점포인트를 파악하여 그대로 실현해 포인트를 차곡차곡 쌓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우리에게 중요한 득점포인트는 판례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례를 암기하기 어렵다고 대충쓰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수록 합격확률은 떨어진다. 다소 힘들더라도 두문자를 따던,뭘하던,판례를 외우고 또외우자.방법이 없다.

5.사안의 검토는 가능한 자세히..

계속반복되는 말이지만 사안의 검토부분도 정말 중요한 득점포인트다.우리가 사례문제를 푸는 목적은 사안을 해결하기 위함인데.이부분을 대충쓰게 되면 채점위원에게 아주 안좋은 인상을 주게된다....

 그러나 시간이 부족하다보면 이부분을 대충쓰기가 쉽다. 그러나 가능한 시간안배을 해서 자세히 써야 한다. 그리고 각 사안의 쟁점을 답안에 제대로 현출시켜야 한다 법조문을 활용하던지 해서 법률용어를 사안마다 현출시켜주고.구체적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하고 두리뭉실넘어가는 것도 안좋은 방법이다. 가능한 자세히 쓰자...!!

6.민소법에서 고득점하자??

꼭 민소법에서 고득점하자는 말은 아니고 자신만이 잘할수 있는 전략과목??을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 7과목을 시험보다 보면 분명 점수가 과락근처에 몰리거나 하는 망한 과목이 한두과목 나오게 된다. 그러면 어느정도 반드시 고득점하는 한두과목이 나와야 커버가 가능하다. 따라서 고득점할수 있는 과목을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

 나같은 경우는 형법과 민소법은 항상 고득점이 나왔다. 형법은 평소에 좋아하는 과목이라 그랬던거 같다. 그러나 민소법은 그렇게 좋아하는 과목도 아니고 어려운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수험생이 어렵게 다가오기 때문에 교수님들도 시험을 그렇게 어렵게 내지 않는듯하고 점수도 대체로 잘주는 것 같다.

 나는 민소법은 어느정도 정리가 된 상태에서는 교과서를 안보고 이창한 사례집만을 반복해서 봤는데 시험에 대비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었던거 같다. 교과서가 피상적으로 다가 온다면 시중에 유통되는 사례집을 보는것도 좋은듯하다. 어차피 민소는 사례위주로 나오기 때문에 더 효과적일수도 있다.

7.좌절하지 말자

  2차시험은 1차시험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해야할 분량이 많다. 특히 기본삼법이외에 처음접해보는 후사법까지 공부해야 하기에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후사법의 경우 예비순환까지 합해봐야 기껏 교과서를 정독할수 있는 시간은 3회정도에 부족하다.
그러한 상태로 난해한 2차시험을 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결국 방대한 분량앞에 시험이 다가올수록 포기하는 이들이 속출한다.그러나 나만 힘든것이 아니다. 시험보기전2달.3달전에는 누구나 다 힘들다. 그것을 이겨내는 자만이 좋은 결실을 맺을수 있을것이다.

시험보기 2달전이 되면 방대한 분량앞에 모든이들이 패닉상태가 된다. 그러나 이럴때일수록 침착해야 한다. 다소 힘들고 고되더라도 묵묵히 자기 갈길을 가야만 한다.

그리고 이제 처음1차시험에 합격한분들은 마치 최종합격한것처럼 자만에 빠지기 쉽다.하지만 명심해야 한다. 이제 겨우 1차시험에 합격한것이 불과하다는 것을.....자만에 빠져 우쭐거리다가는 어느덧 30대가 훌쩍 넘어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장수생이 되어 있을것이다. 부디 최선을 다해 훌륭한 법조인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합격하여서는 인격적으로도 훌륭한 법조인이 되길....!!






 
1.반환점을 돌아선 2차시험

6월 24일 시험을 끝으로 사법시험2차시험은 반환점을 돌아섰다.그러나 많은 고시생들이 이제는 체력적 한계에 부디치는 시점이기도 하다.또 일부고시생들은 첫째날.둘째날에 큰논점을 놓치는등 실수를 했다는 것에 크게 좌절해 시험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사법시험 2차시험은 문제지를 받고 10분안에 합격여부가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그문제의 큰 논점을 찾아내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문제의 논점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출제위원이 원하는 논점이 아닌 엉뚱한 논점으로 답안을 작성하게 되면 고시생들 표현대로 '출제위원이 답안지를 던져 버린다' 결국 순간의 논점 미스가 그해 시험의 당락여부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지친 몸을 이끌고 정신력으로 공부하는 고시생들

이틀간의 시험으로 이미 고시생들의 체력은 말그대로 기진맥진 상태이다. 우선 그전날 제대로 잠을 못자고 또 하루에 4시간의 시험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기 때문에 아무리 체력이 좋은 고시생이라도 체력이 바닥날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을 쉴수가 없다. 아직도 이틀에 걸쳐 3과목의 시험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고시생들은 간단히 저녁을 먹고 쉴틈도 없이 신림동의 독서실이나 고시반에서 다시 두꺼운 법서를 바라본다.

6월25일의 시험과목은 형법과 형사소송법이다. 형법과 형사소송법은 다른과목에 비해 양이 적은 편이어서 그래도 부담이 적은 과목이다. 나같은 경우는 특히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가장 좋아했기 때문에 특히 부담이 적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전략과목으로 삼았던 과목들이기 때문에 여기서 어느정도 고득점이 나와주지 않으면 힘들수 있다는 생각으로 어느정도의 중압감도 있었던것도 사실이다.

형사소송법책을 펴놓고 잠깐 나도 모르게 잠이 든사이 어릴적 고향에서 동네친구녀석들이랑 아무런 생각없이 들판을 뛰어놀던 꿈을 꾸었다.그녀석들과의 아무런 세상사에 대한 걱정없이 푸른 들판을 뛰어다니던 시절이 그리웠었나보다.

꿈속에서 그렇게 행복한 어릴적 시절에 빠져 있던 순간 갑자기 '퍽'하는 책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놀래 눈을 떴다.잠깐동안의 단잠이 너무 달콤했던지 책에는 질질 흘러내린 침이 가득했다.;;

몽롱한 정신을 깨우려 자판기에서 커피한잔을 뽑아 마신후 다시 형사소송법을 보았다. 나름대로 좋아하는 과목이라 그런지 둘째날시험준비와는 다르게 큰 중압감등이 없이 책이 잘넘어갔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11시경이 넘어가자 대충 형사소송법책을 다볼수 있었다. 잠시 도서관 밖으로 나와 다시 커피한잔을 마신후 형법책을 폈다.커피를 마셨어도 11시가 넘어가자 피곤함이 몰려왔다.하지만 그 피곤함과 졸림을 참아내야만 했다. 책상에 앉아 기지개를 펴고 졸린 눈을 억지로 비벼가며 교과서의 책장을 하나하나 넘겨갔다.

 형법은 가장 자신있는 과목중에 하나였기 때문에 큰 긴장감 없이 평소대로만 시험을 보면 된다는 위안을 하며 중요쟁점만 보았다.그리고 어느덧 시계는 새벽 1시를 넘어갔고 형법의 중요쟁점도 마무리 되어갔다.

 이제 더이상의 공부는 의미없고 내일시험 컨디션만 나쁘게한다는 핑계로 책을 정리하고 나의 베이스캠프로 향했다.새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여름 무덥고 습한 날씨는 불쾌했다.


3.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큰 어려움이 없었던 3일째 시험

베이스캠프에 도착해 바로 누워버렸고 피곤함때문인지 뒤척임없이 바로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그리고 잠에 빠져든지 5분도 안된거 같은데 요란한 자명종이 울리면서 날 억지로 깨웠다.세상 그 어느 소음보다도 듣기 싫고 이제 또 고생하러 가야지 하며 알려주는 저 자명종소리...지금생각해도 악몽이다.

 또 억지로 샤워를 하며 잠을 쫒아가며 본능처럼 중앙대 시험장으로 향했다.시험장 풍경은 여전하다. 각종 택시.수험생을 실어 나르는 관광버스가 뒤섞여 혼잡을 이루었다.

벌써 3일째 잠을 제대로 못자고 시험을 치루는 이들의 얼굴은 '나 지칠때로 지쳤다...'하는 표정들이었다. 고사장은 지친몸을 이겨내지 못하는듯 깊은 잠에 빠진 이들도 있었고.초코렛을 씹으며 피곤한 몸을 조금이나마 회복시키려는 이들도 있었다.


 또다시 감독관이 들어오고 긴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시험은 시작되었다. 오전에는 형법이 그리고 오후에는 형사소송법이 치루워졌다. 시험은 그다지 어렵게 출제되지 않았다.형법에서 부작위범.횡령죄의 기수시기등이 논란이 좀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어려운 수준의 문제는 아니었기에 대부분의 고시생들이 어렵지 않게 쓸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형사소송법도 최근에 개정된 검사작성의 영상녹화물이 증거능력이 있는가? 하는 문제등이 출제되었지만 최근개정된 법률에 대한 묻는 문제가 나올것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예측이 되었기 때문에 그다지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나또한 가장좋아하는 과목들이기도 하고.개정법등을 나름대비했기 때문에 어느정도 자신감 있게 써나갔다. 오전2시간 오후2시간의 시험을 마치고 드디어 3일째 시험도 끝났다.

이제 하루만 남았다는 홀가분한 느낌이 들었다.하루만 더 고생하면 끝이다 하는 안도감이랄까....그런 느낌이었다.


4.햄버거 두개로 때운 저녁과 함께 마지막 질주를

 형사소송법 시험을 마치고 난 중앙대 식당에서 햄버거 두개를 사들고 바로 베이스캠프로 향했다.마지막 민법정리는 기분전환을 위해 도서관이 아닌 베이스캠프에서 할작정이었다. 베이스 캠프에 도착해 바로 샤워후 햄버거 하나를 꺼내 물며 책상에 앉아 민법책을 보았다. 햄버거는 벌써 식어 버렸고 입맛도 없어서 마치 생고무를 씹는듯한 느낌이었지만 억지로 씹어 먹었다.

 솔직히 민법은 자신없는 과목이다. 1차시험때에는 그래도 나름 점수가 나온과목이었지만 2차시험은 별인연이 없는 과목이다.초시때 재시때에는 과락. 삼시.사시때에는 저공비행을 선물하며 4번에 걸친 2차시험 불합격이라는 불명예의 큰원인을 제공했던 질긴 악연이 있는 과목이었다.

 민법과의 질긴 악연을 여기서 끝내고 싶었지만 그게 내맘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아무튼 민법은 박승수강사의 케이스집을 간단히 정리해서 보기로 했다.어차피 민법은 케이스만 나오니까 하면서 위안을 하며 케이스집만 보기로 하는 모험을 단행했다.시험보기전날에 보기로 한 체크한 주요케이스의 내용과 판례를 중심으로 읽어나갔다.

 시간은 10시를 넘어가고 있었고.어느덧 출출함이 찾아와 다시 햄버거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역시 맛은 영....없는 생고무같은 느낌.....이제 햄버거는 완전히 식어버려서 정말 맛은 제로였고 팍팍하기만 했다..

 속은 계속 안좋았지만 그래도 책은 보아야했다.뜨거운 물을 끓여서 마시며 속을 달래며 책을 보았다.시간은 어느덧 새벽2시가 되어갔고 체크한 민법의 주요케이스도 다볼수 있었다.

 
5.어김없이 날 골탕먹인 민법시험

 마지막 시험이다.끝나지 않을것 같은 4일간의 2차시험도 이제 민법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민법시험은 150점 만점으로 총 3시간에 걸쳐 치루어진다.민법의 중요성을 감안해 몇년전 부터 점수비중이 높아져서 민법에서 실수하면 정말 합격하기 어려운 중요한 과목이다.반면에 이전과목에서 실수했어도 민법에서 고득점하면 충분히 역전할수 있는 과목이기도 하다.

 이제 한과목만을 남겨놓고 있는 고시생들의 표정은 결연했다.난 시험시간 시작 얼마전까지 가족법책을 보면서 가족법을 정리했다.그리고 한편 속으로 부디 내가 준비한 문제만 나와서 이번에는 민법대박한번 나보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드디어 여지없이 10시정각이 되자 긴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4일간의 사법시험2차시험 대미를 장식할 민법시험이 시작되었다. 문제지에 붙어 있는 스티커를 운전면허증으로 재빠르게 잘라내고 문제지를 바라보았다.


 문제지를 보는 순간 짜증이 확밀려왔다. 1문은 지문은 그렇게 길지 않았지만 역시 당사자가 A.B.C.D.E 다섯명이나 되고 사례는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리고 날 더욱 당황하게 했던것은 분명 1문은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는데 목차구성하기가 좀 어색하고 어떻게 시작을 해야할지 잘모르겠다는 것이다. 분명 어려운 문제는 아닌데 뭔가 이상하고.약간 당혹스러운 문제였다.

문제를 보면서 한참을 고민했다.목차를 어떻게 잡을까 법률관계구성을 어떻게 풀어갈까..그렇게 고민하는 순간 시간은 짹각짹각 잘도 흘러갔고 어느순간 시간은 15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그렇게 흘러간 이상 일단 초안이고 목차고 뭐고 답안지에 현출을 해야만 했다.이중매매법리로 갈까 중간생략등기 간단히 언급하고 중간생략형 명의신탁으로 기초를 잡고 일반적인 채권자 대위권.이중의 대위.손해배상등으로 갈까 고민하다 결국은 동전 던지기로 운명을 결정하는 심정으로 '모르겠다...중간생략형 명의신탁'으로 가자 하고 답을 썼다.
(시험후 보니 나의고민처럼 이중매매법리인지 중간생략형 명의신탁인지 수험생들 사이에 많은 논란이 있었다.) 

1문에서 많은 고민을 하면서 시간을 날려 먹었기 때문에 2문부터는 또 글씨가 날라다니기 시작했다.2문의 1은 다행히 어느정도 대비한 가족법의 상속부분과 공유관계의 지분권문제라 대충은 썼다. 그러나 글씨는 어느덧 홍콩으로 날아가고 있었고. 아 과연 이글씨를 채점위원이 알아볼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틈틈히 다시 하게되었다.

2문의 2 답안을 쓰기 시작할때 시간은 약 15분정도가 남았다.1문에서 너무 고민을 했기 때문에 2문의2는 어떻게 쓸까 생각도 하지 못하고 문제를 읽으면서 답안을 쓰기 시작했다. 얼핏 보니 사무관리와 위임등에 관련된 문제같아서 법조문을 거의 그대로 베끼면서 창작할거는 창작하면서 목차고 뭐고 고려할거 없이 그냥 써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간신히 1교시 끝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파란만장한 민법1교시 답안을 간신히 마무리했다.그냥 답안을 마무리 했다는 것 자체에 안도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민법은 만만한 시험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고 민법의 득점여부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예전같으면 1교시를 끝으로 모든 시험이 끝났겠지만 민법이 150점으로 바뀌면서 점심후 50점 짜리 한시간 시험이  또 기다리고 있었다.이제는 시험이고 뭐고 그냥 빨리 끝나서 뜨거운 목욕탕에서 땀좀 푹빼고 침대에 쓰러지고 싶은 생각뿐이다.머리속에는 푹신한 침대만이 아른거린다....

 하지만 어김없이 2시간의 점심후 마지막 민법시험이 또 시작되었다. 그래 이번이 마지막이다. 정신집중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흐트러진 정신을 가다듬고 마지막 시험에 응했다.

3문은 1교시보다는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토지 임차권.저당권.채권채무관계를 적절히 배합한 문제로 어느정도는 정형화된 문제들이었다.나또한 그래서 1교시보다는 별다른 고민없이.간단한 주요 논점을 초안지에 표시후 바로 답안을 작성했다.

 이제 조금만 고생하면 된다는 위안을 하며 이미 지처버린 육신과 정신을 추스르며 답안을 작성했다. 고요한 침묵속에 답안을 작성하는 볼펜소리만이 고사장에 흐르고 있었다.그리고 그 끝날거 같지 않은 4일간의 시험의 끝을 알리는 마지막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감독관은 손을 올린후 더이상 답안작성을 하면 부정행위로 간주하겠다고 말한후 마지막 답안지를 걷고 있었다. 난 3문을 작성한후 어느정도 자신있게 작성했다는 흐뭇한 표정으로 손을 올린체 문제와 답안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그순간 두번째 문제에서 실수한것을 발견했다. 당사자를 헷갈려 버린것이다. 두번째 문제에서는 병에 대한 을과 정의 권리를 논하라고 했는데 을을 착각해서 갑으로 보고 갑으로 답안지에 써버린것이다.아주 바보같은 실수를 해버리고 만것이다.


 하지만 그 실수를 너무늦게 발견해버렸다. 답안지를 걷는 감독관이 바로 앞에까지 온 상태여서 답안을 수정할수도 없었다. 내용은 을에 대한 권리를 제대로 썼지만 단지 갑으로 기재했기때문에 갑대신에 을로만 바꾸어 적으면 되었는데..;;

'난 을을 갑으로 착각했을 뿐이고...감독관은 냉정하게 답안지 걷으러 다가올뿐이고...난 감독관 처량하게 쳐다볼 뿐이고.....감독관 내눈피하며 내정하게 답안지 뺏어갈 뿐이고...난 그져 바라볼 뿐이고.....'

답안을 제출하고 고시생들은 모두 이제 끝났다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환하게 웃으며 짐을 정리한체 고사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하지만 난 한참동안 멍하니 책상에 앉아 창가를 바라보고 있었다.큰일을 보고 마무리를 안한것 같은 찝찝한 기분이었다. 왜 그때는 을이 갑으로 보였을까??.....머리속에는 계속 '갑..을...갑...을......갑....을'이 맴돌았다.

그후로도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다가.....짐을 대충정리하고 고사장을 빠져나왔다.홀가분한 느낌이 하나도 안들었고....머리속은 계속 ....갑..을 ..갑...을만 돌고 있었다....차라리 실수를 발견하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뭐 내용은 맞고 을을 갑으로 착각해서 쓴거니까..점수주겠지....또는 정의 권리는 잘써주었으니까 15점 배당점수에 8점정도는 줄꺼야하고 위안을 하기도했다.다른한편으로는 올해도 민법징크스는 안깨지고 날 괴롭히는구나...라는 허탈한 생각도 했다.


6.지옥의 레이스라 불리우는 사법시험2차시험

 찝찝한 기분을 유지하며 원룸에서 짐을 빼고 택시를 잡아타고 신림동으로 향했다.계속 머리속에는 갑...을이 맴돌았고 택시를 잡고 신림동으로 가달라는 말을..잘못하면 "갑...을로 가주세요"라고 할뻔했다....;;

 애초에는 시험끝난후 신림동에 있는 찜질방에가서 땀좀뺀후 침대에 쓰러져 죽은듯이 자고 싶었는데..영 그럴기분이 아니었다.신림동 작은 원룸에 와서 짐은 그냥 던져버리고 침대에 누웠다.몸은 피곤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한참동안이나 민법시험에서 실수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다 나도모르게 잠에 빠졌다.한참을 자다 눈을 뜨니 어느덧 주의는 어두워졌고 시계를 확인하니 새벽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몸이 피곤하긴 했나보다.그렇게 깊은 잠에 빠졌으니 말이다. 그래도 잠을 자고 나니 좀 마음이 편해졌다.어차피 이제 내손을 떠난 답안지이니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

 4일에 걸쳐 치루어지는 사법시험2차시험을 경험한 이들은 한결같이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기 싫다고 한다. 강도높은 하루의 4시간에 걸친 시험을 4일이나 치루어야 하고 시험기간 내내 잠도 제대로 못자고 버티어 내야 하는 그 시험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그들을 너무나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힘든 경험을 했기 때문에 시험후 고시생들은 이번시험에 합격하던 불합격하던 다시는 2차시험을 안본다고 말을한다. 그러나 그런 힘든고생을 했음에도 2차시험에 떨어지면 그들은 다시 그지옥같은 시험에 도전한다.그들의 꿈을 그렇게 쉽게 포기할수 없기 때문이다.

 흔히들 사법시험 2차시험 합격을 운칠기삼이라고도 한다. 논술형 시험이다 보니 채점위원의 재량이 많이 작용해 점수편차가 크기 때문이다.또 자신이 준비한 논점의 시험이 나오면 대박이 나고 그렇지 않으면 쪽박을 맞는 경향도 있다.나같은 경우도 마지막 민법 실수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운이 좋은 시험이었다.행정법의 처분사유추가변경도 답안을 쓰다 생각이 났고 일부 수험생이 놓친 상법의 보험법문제도 대비한 문제라 잘쓸수 있었다.민법의 경우도 논란이 되었던 1문에서 출제위원이 의도한대로 어느정도 쓴듯했다.

 그러나 2차시험에 어느정도 운이 따르는것은 사실이지만.그운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이에게는 따라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사법시험1차시험후 얼마지나지 않아 2차수험생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시기인 이른바 3순환이 시작될것이다.이시기에 많은 2차준비생들이 힘든 진도와 모의고사점수등에 대한 압밥으로 중도포기하기도 한다.그러나 그들이 왜 지금 사법시험에 도전하는지 그들의 꿈이 무엇인지. 또 초심은 어떠했는지를 다시 되새겨 그 힘든순간에 포기해서는 안될것이다.

사법연수원 시험을 경험한 선후배들은 연수원시험에 비하면 사법시험은 그렇게 힘든시험이 아니라고도 말한다. 보통 2학기 시험부터 아침10시에 시작해서 저녁6시에 끝나는 강도높은 8시간시험이 그어떠한 시험보다 고통스럽다고 말한다.시간이 부족해 점심도 제대로 못먹고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두껍게 쌓여 있는 기록을 보고 판결문.공소장등을 작성해야한다는 것이다.그러한 힘든시험때문에 종종 시험보다 쓰러져 실려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법시험2차시험후에는 또다시 2차시험보다 더 힘들고 괴로운 연수원시험이 그들을 기달리고 있다.그만큼 한명의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서 길고 힘든 숙련과정이 필요한것이다.법조인이 되겠다고 결심한 이상 힘들고 고된 사법시험2차시험의 고통과 혹독한 연수원 수련과정을 두려워해서는 안될것이다.



1.체력을 회복하기 위한 안간힘

모범택시등을 타고 각 시험장을 힘겹게 빠져나간 고시생들은 그들의 안식처인 신림동이나 각 대학 고시반에 도착한후 잠깐동안의 휴식도 제대로 취하지 못한체 다음날 시험을 위해 다시 두꺼운 법서를 독서실에 앉아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미 첫날 모든 열정을 시험에 쏟아 부은 그들이기 때문에 몸과 마음은 지칠대로 지친상태이다. 따라서 그들은 마치 방전된것 처럼 축늘어지는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2차시험 4일동안의 승패는 바로 4일동안 쓰러지지 않고 버틸수 있는 체력이 큰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고시생들은 2차시험 4일동안 대부분 하루에 2시간이나 3시간의 잠을 자며 버틴다.또한 그들의 일생이 달려 있는 중요한 시험이기에 그어떤 시험보다도 심적.체력적 소모가 극심하다.

 따라서 일부 고시생들은 조금이나 떨어진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병원에서 링거주사를 맞기도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포도당주사를 맞는 고시생도 많이 있고 또 다소 비싼 잘은 내가 모르겠지만 마늘주사.그밖에 체력회복에 효과가 좋다고 소문난 링거주사를 맞는 이들도 많이 있다.

 예전에 같이 공부했던 대학후배녀석도 신림동 고시촌에 있는 개인병원에서 시험치기 이틀전에 다소 비싼 체력회복 링거주사를 맞은적이 있는데 그녀석 말로는 효과가 자기가 상상했던것보다 좋았다고 한다.

 나같은 경우는 그 흔한 포도당 주사도 안맞아 봐서 그 효과가 어떠한지 잘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링거주사를 맞고 4일동안 시험을 보는 고시생들도 꽤 있는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고시생은 체력회복을 위해 홍삼액.녹용.영양제등을 먹는다.또 시험보기 직전에 잠을 제대로 못자 비몽사몽한 정신을 깨우기 위해 그 유명한 박카스^^ 부터 시작해서 각종 드링크제를 먹는 고시생도 꽤 있고.대학선배 하나는 비몽사몽인 정신을 깨우는데는 숙취해소 음료를 마시는것이 최고라면서 티비에서 광고를 엄청하는 여명808을 시험보기 몇분전에 마시고 시험을 보는 경우도 있었다.

또 그밖의 고시생들은 고시촌 약국에서 파는 각종 엠플들을 사먹는 경우도 있다. 약국에서 각종 집중력 강화.체력회복등의 효과가 있다고 선전하는 엠플들을 많이 파는데 시험때가 다가 오면 특히 많이 팔린다. 나같은 경우는 시험보기 며칠전 후배녀석 하나가 바이오톤이라는 엠플을 사주었다.성분을 보면 로얄제리에 뭐 이것저것 섞인거라고 하던데..집중력향상 체력회복에 좋다고 후배녀석이 말해주면서 시험기간동안 먹으라고 사주었다. 가격을 물어보니 하나에 오천원정도 한다고 하던데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놀랐다.
 
마치 스타크래프트에서 적들의 공격을 받아 체력이 떨어질때로 떨어진 마린하나가 죽기 직전에 메딕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나는것같은 느낌으로 고시생들은 여러가지방법으로 조금이나마 지친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2.새벽 달빛 바라보며 하는 눈물나는 새벽공부

첫날 시험을 마친 고시생들은 독서실에 앉아 다음날 공부를 시작한다. 시험보는 날부터 4일내내 긴장을 한상태이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힘든 상태이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기도 하지만 본능적으로 책상에 앉는다.

또 다음날 시험과목은 양많기로 소문난 민사소송법과 상법이기 때문에 많은 고시생들이 이차시험기간중 둘째날을 가장 힘들어 한다. 이전글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2차시험은 논술형식으로 치루어지기 때문에 시험보기 전날에 각과목의 기본서를 대충이나마 한번은 눈에 찍고 들어가야 답안에 쉽게 현출이 되기 때문에 많은 고시생들은 잠을 못자는 한이 있어도
시험보기전까지 다음날 있는 과목의 기본서를 다보고 들어갈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말이 쉽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각 과목 기본서의 경우 보통 700여페이지 이상이 되어 두과목을 다볼려면 1500페이지 이상의 분량을 하루에 다보아야 하는데 어찌보면 불가능해 보일수도 있는 무모한 도전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고시생들은 그 무모할것만 같은 도전을 밤을 새우는 한이 있어도 이루어 낸다.그러한 마지막 정리를 위해 그들은 1년여 기간을 책에 밑줄도 긋고 쉽게 책을 보면 바로 정리가 될수 있게 그들만의 방법으로 책을 그들의 마지막 무기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본서에 문제의 제기 부분은 빨간색 형광펜으로.학설의 대립중 다수설은 녹색 형광펜으로.소수설은 빨간색 형광펜으로 판례는 파란색 형광펜으로 또 판례를 암기 하기 위해 그들만이 알기 쉬운 두문자를 만들어 놓는등의 방식으로 책을 보면 바로 정리되어 눈에 들어오도록 정리하고 또 정리한다.

 그렇게 정리한 책을 가지고 고시생들은 책상에 앉아 책을 순간순간 넘긴다. 넘기는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게 넘어간다. 이미 1년여동안 수없이 보아왔던 책이었기 때문에 페이지에 정리한 핵심문구등을 눈으로 스킵하면서 빠르게 넘겨도 책의 내용이 기억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신림동 고시촌의 독서실과 대학 고시반의 독서실은 고요한 침묵속에 책장넘기는 소리만 들려올뿐이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12시를 넘겼고 시계는 새벽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아직도 민사소송법하나도 제대로 못끝낸거 같은데 시간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는 고시생의 마음은 죽고 싶은 심정이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어 주었으면 하고 바라지만 그럴수록  야속한 시계바늘은 짹각짹각 소리를 내며 빠르게 돌아간다. 볼책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지 시간은 흘러가지 이때부터 고시생들은 누구나 할것없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쥐어 뜯는다.

 한마디로 울고 싶은 심정이다.민사소송법을 간신히 마치고 시계를 바로보니 새벽1시가 이미 넘어 2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런데 아직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고 상법이라는 괴물이 잡아먹을듯 노려보고 있다. 상법은 총칙.회사법.어음법.보험법.해상법등으로 이루어져 엄청난 분량을 자랑하는 과목이다. 하지만 시간은 얼마남지 않았지 상법은 시작도 못했지 그야말로 눈물이 찔끔 흘러나오고 깊은 한숨이 계속 터져나오기만 한다.

 내가 공부하는 중앙대 도서관의 경우도 2차시험을 준비하는 몇몇 고시생들이 끝까지 남아 졸린 눈을 비비며 책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도 중앙대 근처에 아마 숙소를 잡은 모양이었다.

 나또한 민사소송법을 끝내고 잠깐 쉬기위해 도서관을 나와서 난간에 기대어 새벽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상법은 남아있고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깊은 한숨만이 흘러나왔다. 새벽하늘을 바라보며 내가 왜 다시 공부를 시작한것일까 하는 생각부터 갑자기 고향집이 그리워지기도 하고 온갖 청승은 다 떨며 우울한 표정으로 세상에 혼자 버려진 고아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쓰디쓴 자판기 커피한잔으로 잠기는 눈을 억지로 깨운후 다시 도서관으로 향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법을 다보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하고 회사법.어음법의 주요부분만 보기로 했다. 다행히도 상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전부터 다 못볼거 같다는 생각을 해서 간단히 서브노트 비슷한 것을 회사법하고 어음법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약 2시간에 걸쳐 다볼수가 있었다. 또 다소 시간이 남아 보험법의 주요부분도 보고 나니.시계바늘은 새벽4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난 보험법까지 책을 보고 나서는 곧바로 베이스캠프로 향했다. 몇시간이라도 잠을 자야 했다. 잠을 하나도 못자면 정신이 비몽사몽 오히려 시험에 약영향을 줄수 있다는 것을 나자신이 알기 때문에 잠을 청해야만 했다.

 그러나 일부 체력좋은 고시생들은 밤을 새우는 이들도 꽤 있다. 가장 부러운 이들이 그렇게 밤을 새워도 끄떡 없는 에너자이저같은 체력좋은 고시생들이다.^^

 어두운 새벽길을 따라 베이스캠프에 도착해 씻는 것도 포기하고 바로 물에 젖은 스펀지처럼 축늘어져 쓰러져 버렸다.온몸을 감싸는 피곤함과 졸음이 확밀려왔다.


3.헛구역질과 긴장감으로 시작되는 두번째날시험

눈을 감자마자 얼마안된거 같은데 또 요란한 자명종 소리에 눈을 떴다. 다행히 감기는 떨어져 나간거 같은데 잠을 별로 못자서 그런지 알수없는 피곤함이 몰려왔다. '내가 무슨 영광을 누리겠다고 이런생고생을 하는거냐 '라고 또 혼잣말을 하고 걸레쪼가리 같이 너덜너널해진 몸을 간신히 일으켜 샤워를 하고 또다시 고사장으로 향했다.

  많은 고시생들이 벌써 고사장을 들어서고 있었다. 둘째날에도 어김없이 모범택시.학원버스 행렬이 어우러져 큰 혼잡을 이루고 있었다. 고사실에 들어선 고시생들은 첫째날보다 훨씬 피곤하고 초췌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표정들이다.

둘째날부터 많은 고시생들이 잠을 제대로 못자고 또 엄청난 긴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헛구역질에 시달리며 힘든 시험일정을 시작한다. 일부 마음약한 여자고시생들은 힘든 상황에 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모두 그러한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신력으로 이겨 낸다. 고시생들은 어김없이 법서를 꺼내 책을 보고 있었다.


4.불의타에 당해버린 둘째날 시험

드디어 둘째날 시험이 시작되었다. 둘째날 시험은 오전시간에는 상법 오후시간에는 민사소송법 이렇게 두과목시험이 치루어진다. 

감독관들이 입실하고 다시 법전과 답안지를 나누어 주었다. 법전을 받자 마자 나는 평소에 해오던 대로 상법이 있는 파트를 펴놓고 자주 나오는 주요조문을 보기 쉽게 표시해두었다. 답안지에 수험번호와 이름도 썼다.벌써 이차시험을 몇번째 치룬 경험이 있지만 시험시간 몇분전이 그토록 긴장된다. 가슴은 콩닥콩닥띄고 손은 떨려서 수험번호와 이름도 제대로 써지지 않는다. 

 이시험 몇번만 더보았다가는 아마도 평균수명 10년이상은 줄어들겠다라는 허망한 생각을 했다. 

 결국 문제지가 배부되고 긴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시험이 시작되었다. 고요한 침묵속에 연필이나. 볼펜으로 문제지를 읽으며 초안을 잡는 소리가 들려올뿐이다.

2차시험에 출제된 문제가 고시학원강사들이나.자신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출제되는 경우를 고시촌에서는 이른바 '불의타'라고 한다. 자신들의 예상을 깨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출제되어 출제위원으로 부터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는 의미이다.

 둘째날 상법시험에서 고시생들이 원하지 않는 이른바 불의타가 출제되었다.상법 50점짜리 1문은 전형적인 회사법문제로 대부분의 고시생들이 풀수 있는 쉬운 문제였다. 그러나 문제는 30점과 20점짜리로 출제된 2문제였다. 


 대부분의 고시생들이 전년도 시험에 어음법이 출제되지 않았기 때문에 2008년도 시험에는 분명히 어음법이 출제될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수험생들의 예상대로 어음법이 출제되긴했지만 수험생들이 전혀 대비하지 않은 어음개서부분에서 문제가 나와 버린것이다.

 나같은 경우는 솔직히 이제와서 그문제가 어음개서를 묻는 문제인줄 알았지 시험당일에는 도무지 무엇을 묻는 문제인지 몰라서 당황한체 한참을 문제를 바라본 기억이 있다. 
상법1문은 전형적인 문제라 초안도 잡을 필요없이 일사천리로 자신감있게 써 내려갔는데
2문의1 즉 어음법을 묻는 문제를 바라보니 갑자기 숨이 막혀왔다.어음법이 출제될거라는 예상을 하고 기본서에 어음법 사례집을 여러번 보면서 대비해왔지만 전혀 생각하지도 안은 문제가 떡하니 출제되어 당황했기 때문이다.

 문제를 계속 바라보고 있어도 도대체 무엇을 묻는 문제인지 몰라 어느덧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고.올해시험도 이렇게 날라가는구나 하는 생각들이 밀려왔다. 도무지 아무리 보아도 무엇을 묻는 문제인지 알수가 없어서 결국 마지막으로 풀기로 하고 다음문제로 넘어갔다.


 다행히 마지막 문제는 20점짜리 문제였는데 보험법이 출제되었다. 많은 수험생들이 전년도에 보험법이 출제되어서 이번년도에는 안출제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잘 대비하지 않았다고 하는데.난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해서 보험법도 보았는데 그나마 보험법에서 대비해온 문제가 출제되어 어음법에서 당황했던 순간을 잊고 일사천리로 답안을 작성했다.

 보험범 문제의 답안을 작성하고 시계를 보니 이제 시험종료시간까지 약 20여분이 남아있었다. 20여분동안에 30점짜리 문제를 써야만 했다.보험법문제를 자신있게 써나가고 나서 다시 어음법을 보니 또다시 숨이 막혀왔다.

 다시 문제를 보아도 무엇을 묻는문제인지 알수가 없었다. 당연한 것이 어음개서는 공부할때에도 전혀 보지 않았기 때문에 무슨개념자체인지도 몰랐다.시험이 끝난후에야 어음개서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지금생각해도 한심하다.

 그래도 답안은 작성해야 한다. 사시생들 사이에서는 전혀 모르는 이른바 '불의타'가 나왔을 때에는 '소설'을 쓴다고 한다. 즉 기존의 법률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이 아는한도내에서 창작을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무조건 이상한 소리를 쓰는것이 아니라 기존의 법리적 지식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일관적이고 타당하게 창작을 해야만 그나마 기본점수라도 기대할수 있다.

 나또한 그동안 알아왔던 어음법의 기본개념을 바탕으로 이른바 '소설쓰기'작업에 착수했다. 열심히 준비해왔기 때문에 분명 나만 모르는 문제가 아니고 대부분 수험생이 모르는 문제일것이기 때문에 이문제는 당락에 영향을 안줄꺼야라며 자기위안을 하며 열심히 창작을 했다.

 시간도 부족했고 잠도 부족하여 비몽사몽의 상황에서 집중력도 현저히 떨어져 갔지만 그래도 열심히 써야 했다. 시간은 점점 다가 오고 이제 글씨는 도무지 나자신도 알수 없는 악필의 수준을 넘어서는 흘림체로 글을 써나갔다. 점점 시계의 분침은 빨리 돌아가고 종료시간이 다가 오면서 등줄기에는 긴장의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급하니까 글씨도 틀려서 답안지에 쭉쭉 두줄을 긋고 지우고 한마디로 걸레같은 답안지가 되어갔다.

 결국 종료소리를 알리는 긴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오고 나는 간신히 답안지 작성을 완성할수 있었다. 답안지 작성을 마치고 내가 쓴 답안지를 바라보고 있으나 참 답안지가 형편없었다. 시간에 쫓기어 지우고 두줄긋고.흘림체에 도무지 알아볼수 없는 답안지였다. 과연 채점교수님께서 이답안지를 제대로 읽어 줄까? 하는 걱정이 드는 형편없는 답안지 였다.


5.시험마친후 술렁이며 떠나가는 고시생들

 그러나 오후 시험인 민사소송법은 대부분의 고시생들이 쉽게 쓸수 있는 전형적인 문제가 출제되었다.나도 대부분 대비해왔던 문제라 쉽게 쓸수 있는 문제들이었다.오후 시험문제가 쉬었기 때문이었는지 오전시험에서 당황하던 고시생들의 모습과는 다르게 대부분 만족해하는 표정들이었다.

 그렇게 둘째날 오후시험을 끝으로 둘째날의 대정정도 끝났다.시험을 마치고 고사장을 떠나는 고시생들은 같이 시험을 본 선배들이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었다.대부분의 대화의 내용은 역시나 오전에 있었던 상법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많은 고시생들이 나처럼 어음법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는 표정들이었다.또 보험법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보험법마저 제대로 쓰지 못한 이들이 일부 있는 모양이었다.

시험을 마치고 바쁘게 많은 고시생들을 헤치고 고사장을 빠져나가려는 순간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형...."
형이라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예전에 같이 사례스터디를 했던 후배였다. 몇달간 사례스터를 하다 스터디후 연락을 못하던 녀석이었는데 그녀석도 중앙대에서 시험을 본 모양이었다.간만에 아는 사람을 만나니 나도 반가웠다.

" 어....너구나...오래간만이다.....시험을 잘봤어?"
"망했어요 상법....;; 그래도 민소법은 대충 쓴거 같은데 보험법도 안나올줄 알고 공부 전혀안했는데 ....보험법도 망한거 같고..형 근데 어음법은 뭐 물어보는거에요?;;"

속으로 '이녀석아 낸들 알겄냐;;'라고 생각하며 

"나도 모르겠다.나도 그냥 소설쓰고 나왔다.근데 대부분 모르는거 같으니까 신경쓰지 말고 내일시험이나 잘 대비해"

라고 말하며 그녀석과 시험후 만날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고사장은 다시 수험생을 태우기 위한 모범택시.학원버스들이 뒤엉켜 혼란을 이루었다.난 바로 베이스캠프로 향했다. 몇분 걷지도 않았는데도 찌는듯한 무더위에 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대충 샤워를 하고 몸을 식힌후 내일 볼 형법과 형사소송법책을 가방에 챙긴후 중앙대 도서관으로 향했다.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책상에 앉아 형사소송법책을 꺼내 정리해온 부분을 보았다. 그나나 내일있는 형사소송법.형법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들이라 부담이 적었기에 둘째날보다는 마음이 편안했다.그러나 가슴한편으로는 오전에 치룬 상법 어음법문제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무엇을 쓴건지도 잘모르겠고.또 글씨가 개판이라 과연 채점위원이 보고 읽어주기나 할까 하는 걱정이 밀려왔다.

 책을 펴고 얼마간 각종 형광팬.포스티잇등으로 너덜너덜해진 법서를 바라보니 시험내내 느껴졌던 긴장감이 풀리고 피로가 밀려오는지 눈이 서서히 감기기 시작했고 나도 모르게 책상에 엎드려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1.긴장감과 혼란속에 시작된 지옥의 레이스(6월23일)

   요란하게 울리는 자명종 소리이 부시시 눈을 떴다.몸은 여전히 누구에게 얻어 맞은듯 쑤시고 아파왔다. 그러나 다행히 자기전에 감기약을 먹었기 때문인지 열은 좀 내렸고 두통은 완화되었다.

 눈을 뜨고 한참을 천장을 바라보았다. 마치 꿈을 꾸는것같았다. 잠자리에 누워 몇시간을 뒤척이며 늦게 잠든 까닭인지 정신이 멍한 느낌이 들었다.계속 자리에 눕고만 싶었다. 앞으로 펼쳐질 치열한 시험을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몇분을 그렇게 누워있다가.결국 일어나 샤워를 하고 정신을 차리고 시험장인 중앙대로 향했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시작되어버린것이다. 아마도 신림동 고시촌에서는 신성초등학교에서 부터 수많은 검은색 모범택시.콜벤등이 이미 예약해둔 고시생들을 태우기 위해 줄지어 서있을것이고 각종 고시학원에서 고시생들을 태우기 위한 전세버스 또한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수많은 택시와 버스.그리고 결전의 시험을 치루는 고시생들로 뒤엉켜 고시촌은 팽팽한 긴장감과 혼란속에 앞으로 치열하게 펼쳐질 4일간의 시험을 준비하고 있을것이다.

 난 중앙대에 도착해 바로 학생식당으로 향해 먹히지는 않지만 억지로 밥을 먹었다. 여전히 온몸은 쑤시고 힘들었지만 감기약은 먹지 않았다. 아무래도 감기약은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어 시험시간중에 집중할수 없을거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미 중앙대에는 계속해서 수많은 고시생들을 태운 모범택시가 들어오고 있었고.일부는 부모님께서 직접 자신의 소중한 아들.딸들을 태우고 들어오고 있었다. 수많은 모범택시.학원에서 전세한 버스등등으로 그야말로 북적북적거렸다.


2.긴장한 표정으로 고사실에 입실하는 고시생들

 수험표를 보고 다시한번 내가 볼 고사장을 확인한후 고사장으로 들어섰다.내가 본 고사장이 있는 건물은 중앙대 법대건물이었는데 새로지은 건물이라 그런지 상당히 깔끔해보였다. 법대 입구에서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누는 모녀를 볼수 있었다. 어머니는 딸의 손을 꼭 움겨 잡으며 딸을 말없이 바라보았고.그렇게 모녀는 그들만이 알수 있는 무언의 대화를 나눈후 딸은 어머니 손을 뿌리치고 고사장으로 향했다. 어머니는 한손에는 도시락으로 보이는 쇼핑백을 다른한손에는 기다란 묵주를 꼭 잡고 점점 사라져 가는 딸을 바라보았다.

고사장입구에는 그렇게 자신의 소중한 아들.딸들의 중대한 시험을 위해 함께한 부모님들이 발을 동동구르며 서성이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다.그들 또한 직접 시험을 치루는 아들딸만큼이나 긴장하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고 다른한편 차라리 자신이 시험을 대신치고 싶은 기분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미 많은 고시생들이 고사실에 들어와서 다시한번 자신들이 정리한 법서를 보고 있었다. 나도 재빠르게 자리를 확인한후 가방에서 행정법책을 꺼내 어제 미쳐 다읽지 못한 행정법을 보았다.

 고시생들은 저마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깊은 한숨을 쉬며 책을 보고 있는 이들.혼잣말로 계속 중얼중얼거리며 책을 보는 이들.천주교 신자인지 긴 묵주를 손으로 주무르며 책을 보고 있는 이들 모두 긴장한 표정으로 책을 응시했다.

그러나 일부 고시생들은 전혀 긴장한 표정없이 없드려 자거나.고사장 밖으로 나가 친구들이랑 농담을 하며 즐겁게 웃는 모습을 볼수 있는데 이런 고시생들은 십중팔구 올해 처음2차시험을 보는 이른바 '초시생'들이다.

 물론 처음2차시험을 봐서 합격하는 몇몇의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처음2차시험을 봐서 덜컥붙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그들은 대부분 참가하는데 의의를 둔 이른바 '올림픽정신'으로 시험을 보는 이들이다. 그러니 시험장에서 특별히 긴장할 필요도 없다.

또 공부도 제대로 해오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답안지에 특별히 쓸말이 생각나지 않아 법전을 그대로 베끼거나 그림을 그리거나.혹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 가사를 적어 내는 초시생들도 있다.그리고 그것은 하나의 일화가 되어 좋아하는 가수노래가사를 적어 냈더니 점수가 20점도 안나왔다느니 난 그림그렸는데 30점을 주었다느니 하는 고시생들사이에 우스겟소리의 소재가 되어 전설처럼 고시촌을 맴돈다.


3.마지막 일분일초까지 책에서 손을 놓지 않는 고시생들

 드디어 시험시간이 점차다가온다. 정확히 10시에 시험은 시작해서 2시간동안 치루어진다. 9시30분쯤 감독관이 입회해 입실인원등 여러가지를 체크하고 얼마후 감독관은 모든 고시생들이 고사실에 입실할것을 통보한다.

 그러나 대부분 고시생들은 입실하지 않고 고사실밖에서 그들이 마지막 볼책을 가지고 나가 계단에 털석 앉거나 고사장 밖 벽에 기대에 마지막 순간까지 책장을 넘긴다. 화장실에 갈때에도 두꺼운 법서를 들고 끝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그러나 아마 일반인들이 이장면을 본다면 십중팔고 저사람들 미쳤다고 할것이다.

수많은 고시생들이 그냥 책을 선풍기 돌리듯 막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심하게 과장해서 말한다면 초당 10페이지 이상을 막 보면서 넘겨 버린다. 이러니 저사람들 고시공부 너무 오래해서 미쳐버린거 아니냐는 말을 할만 하다. 하지만 그들은 미친것이 아니다. 이미 수많은 회독수를 거쳤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카메라가 풍경을 찍듯이 눈에 책장을 넘기면서 책의 내용을 찍어 기억하는 과정이다.

 그렇게 그들은 감독관의 마지막 입실통보가 있을때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솔직히 마지막에 이렇게 책을 보는것이 큰도움이 되는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불안감과 자기위안을 위해 그렇게 끝까지 책을 붙들고 있는 것이다.

 고사장 밖에서는 그들을 데리고 온 일부 부모님이 끝까지 남아서 그들의 아들딸이 부디 시험을 잘보기를 간절히 바라며 발을 동동구르며 서있다.


4.시험시작전의 숨막히는 긴장감

 드디어 시험시작 얼마를 남겨놓고 8페이지에 해당하는 답안지와 법전이 배부되었다. 2차시험은 법전이 배부가 된다. 2시간의 시험시간동안에 유일하게 볼수 있는 책이 법전인것이다. 2차고시생의 유일한 최후의 무기라고 할수 있다.


 법전이 배부되자 마자 고시생들은 누구나 할것없이 법전을 펴서 연필이나 볼펜을 가지고 법전의 주요조문에 알기 쉽게 표시를 하거나 또 법전의 첫페이지를 접어 주요 법을 확인할수 있도록 저마다의 노하우를 가지고 법전을 자기것으로 만든다.

예를 들어 첫째 시험시간과목이 헌법인데 헌법의 경우에 나오는 법은 헌법.국회법.헌법재판소법등인데 그러한 주요법들의 주요조문을 표시하고.헌법.국회법.헌법재판소법이 법전의 어느 페이지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확인해 첫페이지를 접는 방법등으로 쉽게 찾을수 있도록 만드는것이다.2시간의 시험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단 몇초라도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그런 작업을 대부분 한다.

 시험시간 몇분을 남겨놓고 드디어 문제지를 가지고 온 시험감독관이 고사실에 도착하고 감독관들은 문제지를 각 고시생들에게 나누어준다.이때부터 시험시작하는 시간까지가 가장긴장된다. 단 몇분의 시간이 몇십분 아니 몇시간처럼 느껴진다.

 가슴은 콩당콩당 주체할수 없을정도로 뛰기 시작하고.과연 내가 준비한 문제가 나왔을까? 전혀 준비하지 않은 이른바 '불의타'가 나오면 어떻게 할까? 하는 두려움부터 온갖생각이 다들기 시작한다.

고사실은 알수 없는 적막감과 팽팽한 긴장감이 흘러 마치 숨이 막혀 질식할것만 같다. 고시생들 모두 긴장한 표정으로 있다. 깊은 한숨을 내쉬는 고시생.지긋히 눈을 감고 마음을 가다듬는 고시생.숨막히는 긴장감에 다리를 떠는 고시생 모두 각각의 방법으로 긴장감을 해소할려고 노력하지만 긴장감은 점점 커져만 간다.

이때의 심정은 마치 이런 느낌이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중에 하나가 '밴드 오브 브라더스'라는 영화 아니 씨리즈물이 있는데 2차세계대전 당시 미국 공수부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그영화 2편을 보면 모든 훈련을 마치고 공수부대원들이 이른바 디데이 즉 노르망디 상륙작전전날 적진 한가운데 깊숙히 비행기를 타고 투입이 되는 장면이 있다. 적들이 우글거리는 적진에 투입되기 직전의 공수부대원들은 자신들에게 과연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지 살아갈수 있을지.죽어서 나갈지 하는 두려움과 긴장감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장면이 있는데.아마도 바로 시험시작 몇분전의 고시생들도 적진 깊숙히 투입되기 직전의 공수부대원들의 심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5.긴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마침내 시작되는 2시간동안의 열전

그리고 마침내 긴 호루라기 소리를 시작으로 인생을 좌우할 시험시간이 시작된다. 긴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고시생들은 본능적으로 문제지에 부착된 스티커를 제거하고 문제를 읽기 시작한다. 긴문제를 읽으면서 등장인물.일시.사건의 개요등을 초안지 혹은 문제지에 계속 체크하면서 읽어야 한다. 잘못하다가는 갑의 사건을 을로 착각한다거나.일시등을 착오해서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답을 쓰는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고사장에는 긴적막감속에 빠르게 초안을 잡기위한 딱.딱.딱 하는 볼펜소리만이 들려온다.초안을 어느정도 잡은 고시생은 이제 필사적으로 8페이지의 답안지를 써야만 한다. 하지만 이것이 여간 힘든일이 아니다. 보통 4페이지정도의 분량을 적으면 손과 팔목.어깨등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답안쓰는것도 하나의 체력싸움이라고 볼수 있다.

 그리고 자칫 잘못하다가는 시간초과로 제대로 답안을 쓰지 못한다거나 분량초과 즉 5점이나 10정도 밖에 배점이 안된문제를 자신이 아는 문제라고 해서 이것저것쓰다가 나중에는 중요한 30점짜리 문제를 달랑 몇줄쓰고 나오는 어이없는 실수를 할수도 있기 때문에 고시생들은 이것저것 다고려해서 답안을 써야만 한다.답을 적는 중간중간에도 내가 지금 주요논점을 빼먹고 있는것은 아닌가? 등장인물을 착오하고 있는것은 아닌가를 계속 점검해보아야 한다.

그렇게 정신없이 답안을 쓰다보면 어느덧 시간은 흘러 2시간의 시험시간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다. 그러면 이때부터는 그야말로 본능적으로 정신없이 답안을 써나간다. 대부분의 고시생이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때부터는 글씨는 나자신만이 알수 있는 지렁이 글씨로 변해버리고  손은 마치 타자기처럼 본능적으로 막움직이게 된다.

그렇게 본능적으로 쓰다보면 어느덧 시험시간종료를 알리는 긴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오고 감독관은 엄격한 표정으로 쓰고 있는 필기구를 모두 내려놓으라고 지시한다.과거에는 시험시간 종료후에도 어느정도 답안을 작성하지 못한 고시생을 배려해 시간적 여유를 주었지만 최근에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어 시간통제가 엄격해졌다.

그래서 만약 시험시간 종료후에도 답안을 계속 작성하는 학생이 보이면 다시한번 경고를 하고 경고후에도 행위가 계속되면 답안지를 회수해 영점처리하고 그학생은 실격시켜버린다. 이렇게 실격되는 경우가 일년에 몇번씩 발생한다. 몇점을 더 획득하려고 욕심을 부리다 영점처리되고 감독관에게 울며사정하지만 이미 돌이킬수 없는 상황에 되어버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6.2시간의 시험후 찾아오는 2시간의 휴식과 2시간의 시간

 그렇게 오전시험이 끝나고 약2시간의 점심시간이 주어진다. 그러나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입맛이 없다. 그러나 이미 지칠대로 지친 체력을 회복하기위해서도 먹어야만 한다.

주로 고시생들은 소화기 잘되는 죽등을 싸오거나 대학 고시반에서 제공해주는 도시락을 먹는 경우도 있다. 또 시험시간 내내 고시장 주위를 맴돌며 초조하게 자신의 아들딸을 기다리다가 점심시간에 손수마련한 정성이 가득한 도시락을 부모님께서 주시는 경우도 많이 있다.

 나같은 경우는 중앙대에서 아는 사람없이 혼자 시험을 봤기 때문에 도시락을 싸오기도 귀찮고 또 몸살감기까지 걸려서 학교식당에서 파는 햄버거와 콜라를 사서 간단히 먹었는데 도무지 입에 넘어가지 않아서 반도 못먹고 그대로 버릴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간단한 점심식사후 고시생들은 쉴틈도 없이 다시 오후과목을 위해 책을 붙잡고 다시 선풍기처럼 책을 빠른속도로 넘기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다시 오후시험시간이 되고 또 2시간의 치열한 열전이 시작된다.

 마침내 오후4시 오후시험종료를 알려오는 긴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오고 그날 하루의 시험은 끝을 맺는다. 고시생은 하루 4시간의 시험시간에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이다. 그러나 그나마 하루의 시험을 무사히 마쳤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하고 큰논점을 놓치거나 시험을 망친이들은 암울한 표정을 보이기도 한다.


7.시험후 또하나의 혼란과 경쟁 시험장소 빠져나가기

 시험을 마치고 수많은 고시생들이 지친 표정으로 법대건물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미 4시간동안에 그들이 가진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많은 고시생들은 이미 힘이 빠져 초췌한 표정으로 고사장을 빠져나온다. 고사장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자신의 아들딸들을 기다리던 부모님들은 그들의 소중한 자식들을 발견하자 마자 와락 끼어안거나 손을 꼭 붙잡고 수고 했다며 말을 건내고 즉시 자신들의 차로 향한다.

시험이 끝난후 고사장은 또하나의 혼잡스러운 상황이 연출된다. 시험을 마친 고시생을 태우고 다시 그들의 집이나 신림동 고시촌으로 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대 근처 주차장에 수많은 검정색 모범택시의 기사님들은 그들을 예약한 고시생들이 확인하기 쉽게 큰 하얀색 종이에 그들 모범택시를 표시하여 고시생들이 가능한 빨리 탑승하도록 한다.

또 각종 고시학원에서 대절한 대형 관광버스들도 문을 열어놓고 고시생들을 기다린다. 이미 그들의 자녀를 태운 부모님의 차들은 고사장을 빠져나가기도 한다.수많은 모범택시.학원버스.승용차등이 어우러져 고사장은 또한번의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그렇게 긴 차량행렬이 긴 꼬리를 이루어 빠져 나가는 것만도 한참이 걸린다.

 그들은 그렇게 시험으로 지친몸을 잠시나마 모범택시등의 의자에 누이고 또 내일있을 시험을 준비해야만 하기에 잠시나마 맘이 편할수가 없다. 또 내일 있는 시험은 가장 양이 많은 과목중에 하나인 민사소송법과 상법이라는 괴물이 큰 아가리를 벌리고 그들을 삼켜버릴듯한 기세로 달려오기때문에 그들은 벌써부터 2과목을 어떻게 다보야 하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한다. 

사법시험2차시험을 마치고 오는 이들에게 시험을 마친 소감을 물어보면 꼭 이런 말들을 한다."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지옥과 같은 순간이었다",혹은 "영영 기억속에 지우고 싶은 고통스러운 순간이었다"

시험을 마치고 오는 고시생들의 표정은 대부분 넋이 나간 표정이거나 아주 초췌한 표정들이다. 도대체 얼마나 힘든순간을 보냈기에 대부분의 고시생들이 초췌한 표정에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그런 고통스러운 순간이라고 말들을 하는 것일까?

 세상에 쉬운일이 하나도 없고 대부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힘든 경험을 해야 한다.사법시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그러나 사법시험 2차시험 기간에 도대체 무슨일들이 벌어지는지 친구들이 가끔 물어보기도 하고 또 다른 분들도 궁금해 하는것 같아 작년 2008년 경험한 2차 시험을 바탕으로 몇번에 걸쳐 나누어서 글을 써보도록 하겠다.글재수는 없으니 재미나 이런것은 기대하지 말고;; 그냥 사법시험2차시험기간에 이런일이 벌어지는 구나하고 봐주었으면 좋겠다.


1.무더운 여름 4일동안 총 7과목의 시험을 치루는 2차시험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것 처럼 사법시험은 1차시험.2차시험.3차시험으로 나누어진다. 1차시험은 객관식 시험으로 하루에 걸쳐 치루어진다. 그러나 2차시험은 논술형 시험이다.한과목에 2시간의 시간을 주고 보통 50점짜리 큰 케이스 문제.그리고 20점이나.30점짜리의 약간 작은 케이스 문제를 내고 그러한 문제를 그동안 배운 법률이론과 판례를 바탕으로 풀어나간다.

 분량은 이차시험 전용 답안지에 기록하는데 답안지는 총 한과목당 8페이지의 분량이 있는데 대부분의 고시생은 2시간에 걸쳐 8페이지를 대부분 채운다. 

 특히 2차시험은 1차시험과 달라서 하루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총4일에 걸쳐서 치루어진다. 3일동안은 하루에 두과목의 시험을 보고 마지막날 하루는 민법 한과목을 본다.대학이나 중고등학교 중간고사 기말고사와 비슷한 방식으로 치루어진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시험이 무덥고 습한 6월말에 치루어지고 또 4일이나 걸쳐 치루어지기 때문에 많은 고시생들이 체력적으로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어한다. 시험보고 나서 대부분 초췌한 표정을 하고 있는 이유는 그때문이다.


2.시험장소에 따라 울고 웃는 고시생들

 사법시험 2차시험 장소는 4곳의 대학에서 치루어진다. 보통 연대.고대.중앙대.한양대 이렇게 치루어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시생들이 신림동에 거주하고 있는 관계로 대부분은 신림동에서 가장 가까운 중앙대에 걸리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시생이 중앙대를 원하는 반면 수용인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중앙대에 걸릴 확률은 그만큼 낮다. 시험장소 선택에서 부터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왜냐 하면 신림동에서 아주 먼 고려대같은 곳에 걸리면 4일동안 시험장까지 가는 시간이 너무 낭비되고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되기 때문에 고시생들이 지극히 꺼려한다. 특히 시험기간 내내 1시간.아니 1분 1초가 아까운데 시험장소로 이동하는데 그런 소중한 시간을 낭비 하는것은 고시생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 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시생들은 간절히 중앙대에 걸리기를 바란다. 따라서 일단 시험장소로 중앙대에 당첨이 되면 환호를 하며 일단 운이 좋다는 징조로 받아들인다. 반면 신림동에서 먼 장소에 걸린 이들은 대학근처에 방을 잡아야 하나 통학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된다.


3.모범택시 예약하기 경쟁돌입

 이렇게 시험볼 장소가 정해지면 6월초나 중순정도가 되면 시험장소근처에서 숙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험장소에 통학할 모범택시를 예약한다. 이때되면 각 모범택시 업체의 전단광고가 신림동 고시촌에 많이 붙어있는 것을 볼수 있다.일종의 모범택시업계에서는 짭잘한 대목이라고 볼수 있다. 

 보통 4일동안 이용하는 모범택시 비용은 약 20만원후반대에서 30만원정도이다.아무래도 자신의 인생을 걸고 보는 4일간의 시험이기 때문에 고시생들은 그나마 안락하고 편안하게 시험장에 도달하기 위해서 모범택시를 이용한다.그러나 고시생들에게 약 30만원정도의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같이 시험을 보는 친구들과 비용을 분담해 같이 이용하거나 그런 친구들이 없으면 모범택시를 같이 이용할 고시생을 구하는 글들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 가능한 비용을 줄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수 있다.

 사법시험2차시험 당일날 신림동에 오면 신성초등학교에서부터 쭉 늘어선 검은색 모범택시 행렬을 아마 볼수 있을것이다.나는 시험장소가 신림동에 가까운 중앙대에 걸렸지만 고민끝에 중앙대 근처의 원룸을 구해 숙박했다. 그러나 경험상 중앙대의 경우는 신림동에서 가깝기 때문에 굳이 숙박을 할필요는 없을듯하다.


4.폭풍전야 같은 사법시험 전날(6월22일)

 드디어 대망의 사법시험 전날이 찾아왔다. 제 50회 사법시험 2차시험은 6월23일부터 26일까지 4일에 걸쳐 치루어졌다.드디어 피말리는 이른바 사시생들 사이에서 불리워지는 '지옥의 레이스'가 시작된것이다.

나는 현장적응을 위해 6월 20일 즉 금요일에 중앙대 근처의 베이스캠프 즉 미리잡아 놓은 원룸으로 이동을 했다. 그날 밤에 정리해놓은 책,옷몇벌,세면도구등 간단히 짐을 챙겨서 택시로 이동을 하는데 무엇인가 갑작스럽게 처량함이라고 해야할까 그런것들이 밀려왔다.

 마치 군대가기 전날밤의 그런 심정이라고 해야 할까? 다시 가면 영영 돌아오지 못할 그런 길을 떠나는것 같은 그런 묘한 느낌이었다.그렇게 다소 우울한 느낌을 받으며 베이스캠프에 도착해 짐을 대충 정리하고 방한가운데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데 무척이나 어색하고 낯선 기분이었다. 

 대학시절의 낙방경험.그리고 무작정 다시 도전해서 지금까지 온경험등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쳐갔다.  물론 내년한번이 남았다고는 하지만 마치 절벽끝에 누가 나자신을 밀어넣어 더이상 밀려날곳이 없는 막다른 인생의 고비를 맞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자신의 인생을 걸고 또하나의 커다란 도박을 벌이고 있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도무지 기분이 찹착하여 무작정 나와 중앙대로 향했다. 대학시절 재시를 볼때도 중앙대에서 시험을 보았기 때문에 눈에 익었다. 도서관이 어디인지도 알고 학교 식당도 알고 마치 모교같은 느낌이 들정도로 익숙했다. 중앙대 도서관 근처에 올라와 캔커피 하나를 자판기에서 꺼내 난간에 기대어 커피를 마시며 야경을 바라보며 내가 할수 있는한 최선을 다했다. 이제 마지막 힘을 내서 내가 준비한 모든 것을 쏟아 붇기만 하면 된다고 스스로 체면을 걸었다. 

 다시 원룸에 들어와 새벽녘까지 뒤척이다.간신이 잠이 든후 이른아침에 바로 중앙대 중앙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토요일날은 헌법을 정리했다.그동안 정리한 기본서를 바탕으로 이른바 눈도장 혹은 책을 스킵해야 한다.

 2차시험은 객관식 시험이 아니고 논술형 시험이기 때문에 즉 직접 자신이 글로 써야 하기 대문에 시험전날 그 두꺼운 기본서를 한번 대충이라도 읽지 않고 즉 눈도장을 찍지 않고 시험장에 들어가면 아무리 오래 공부했어도 답안지에 잘 현출이 안되기 때문에 밤을 새우는 한이 있더라도 대부분의 고시생들이 시험전날에 기본서를 다보고 들어가려고 한다. 

 나같은 경우는 토요일에는 시험 첫째날 첫과목으로 보는 헌법 그리고 일요일에는 행정법을 보기로 마음먹고 헌법공부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그동안 정리해온 과목들이고 하루의 시간을 잡았기 때문에 밤 10시정도 되니까 대충 정리가 되었다. 그래서 책을 정리하고 다시 베이스캠프로 왔서 대충 씼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일어났는데 영 몸이 찌뿌등하고 온몸이 쑤시고 열이 나는것이 느껴졌다. 감기몸살에 걸려 버리고 만것이다.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걸린 다는 그 감기가 하필이면 시험전날에 걸려버리는 참 황당하고 어이없는 결과가 발생해버렸다.온몸은 쑤시고 열은 나는데 나 자신도 어이가 없어서 쓴웃음만 흘러 나왔다.

 그래도 시험이 바로 전날이니 가까스로 몸을 추스리고 약국에서 감기몸살약을 구해 입에 털어 넣고 약기운으로 중앙대 도서관에 앉아 버텼다.머리에서 열은 나고 온몸은 누군가에게 두드려 맞은것처럼 쑤셨지만 꾸역꾸역 그렇게 책을 보았다.종착역 막바지에서 포기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드덧 시간은 흘러 밤이 되었고 시계는 밤 12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행정법도 마무리가 되어가는것 같고 더이상 무리해서는 내일첫시험조차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할것 같아 행정법 각론부분을 미쳐 다보지 못했지만 공부를 접고 터벅터벅 중앙대 도서관을 내려왔다.

 그리고는 베이스캠프에 도착해서 대충 씻고 잠자리에 누웠으나 몸은 피곤한데 잠이 잘오지 않았다. 머리속에서는 계속 오늘 보았던 행정법 책내용이 빙빙돌고 있고.몸은 쑤시고.걱정과 한숨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왜 하필 시험전날 이런 불상사가 생기고 만것일까 하는 허탈함이 계속 밀려왔다. 그동안의 수개월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것만 같은 두려움에 잠못이루고 계속 뒤척이다,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고,요란한 자명종 소리와 함께 부시시 눈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