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2차시험을 마치고 오는 이들에게 시험을 마친 소감을 물어보면 꼭 이런 말들을 한다."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지옥과 같은 순간이었다",혹은 "영영 기억속에 지우고 싶은 고통스러운 순간이었다"

시험을 마치고 오는 고시생들의 표정은 대부분 넋이 나간 표정이거나 아주 초췌한 표정들이다. 도대체 얼마나 힘든순간을 보냈기에 대부분의 고시생들이 초췌한 표정에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그런 고통스러운 순간이라고 말들을 하는 것일까?

 세상에 쉬운일이 하나도 없고 대부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힘든 경험을 해야 한다.사법시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그러나 사법시험 2차시험 기간에 도대체 무슨일들이 벌어지는지 친구들이 가끔 물어보기도 하고 또 다른 분들도 궁금해 하는것 같아 작년 2008년 경험한 2차 시험을 바탕으로 몇번에 걸쳐 나누어서 글을 써보도록 하겠다.글재수는 없으니 재미나 이런것은 기대하지 말고;; 그냥 사법시험2차시험기간에 이런일이 벌어지는 구나하고 봐주었으면 좋겠다.


1.무더운 여름 4일동안 총 7과목의 시험을 치루는 2차시험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것 처럼 사법시험은 1차시험.2차시험.3차시험으로 나누어진다. 1차시험은 객관식 시험으로 하루에 걸쳐 치루어진다. 그러나 2차시험은 논술형 시험이다.한과목에 2시간의 시간을 주고 보통 50점짜리 큰 케이스 문제.그리고 20점이나.30점짜리의 약간 작은 케이스 문제를 내고 그러한 문제를 그동안 배운 법률이론과 판례를 바탕으로 풀어나간다.

 분량은 이차시험 전용 답안지에 기록하는데 답안지는 총 한과목당 8페이지의 분량이 있는데 대부분의 고시생은 2시간에 걸쳐 8페이지를 대부분 채운다. 

 특히 2차시험은 1차시험과 달라서 하루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총4일에 걸쳐서 치루어진다. 3일동안은 하루에 두과목의 시험을 보고 마지막날 하루는 민법 한과목을 본다.대학이나 중고등학교 중간고사 기말고사와 비슷한 방식으로 치루어진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시험이 무덥고 습한 6월말에 치루어지고 또 4일이나 걸쳐 치루어지기 때문에 많은 고시생들이 체력적으로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어한다. 시험보고 나서 대부분 초췌한 표정을 하고 있는 이유는 그때문이다.


2.시험장소에 따라 울고 웃는 고시생들

 사법시험 2차시험 장소는 4곳의 대학에서 치루어진다. 보통 연대.고대.중앙대.한양대 이렇게 치루어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시생들이 신림동에 거주하고 있는 관계로 대부분은 신림동에서 가장 가까운 중앙대에 걸리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시생이 중앙대를 원하는 반면 수용인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중앙대에 걸릴 확률은 그만큼 낮다. 시험장소 선택에서 부터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왜냐 하면 신림동에서 아주 먼 고려대같은 곳에 걸리면 4일동안 시험장까지 가는 시간이 너무 낭비되고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되기 때문에 고시생들이 지극히 꺼려한다. 특히 시험기간 내내 1시간.아니 1분 1초가 아까운데 시험장소로 이동하는데 그런 소중한 시간을 낭비 하는것은 고시생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 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시생들은 간절히 중앙대에 걸리기를 바란다. 따라서 일단 시험장소로 중앙대에 당첨이 되면 환호를 하며 일단 운이 좋다는 징조로 받아들인다. 반면 신림동에서 먼 장소에 걸린 이들은 대학근처에 방을 잡아야 하나 통학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된다.


3.모범택시 예약하기 경쟁돌입

 이렇게 시험볼 장소가 정해지면 6월초나 중순정도가 되면 시험장소근처에서 숙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험장소에 통학할 모범택시를 예약한다. 이때되면 각 모범택시 업체의 전단광고가 신림동 고시촌에 많이 붙어있는 것을 볼수 있다.일종의 모범택시업계에서는 짭잘한 대목이라고 볼수 있다. 

 보통 4일동안 이용하는 모범택시 비용은 약 20만원후반대에서 30만원정도이다.아무래도 자신의 인생을 걸고 보는 4일간의 시험이기 때문에 고시생들은 그나마 안락하고 편안하게 시험장에 도달하기 위해서 모범택시를 이용한다.그러나 고시생들에게 약 30만원정도의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같이 시험을 보는 친구들과 비용을 분담해 같이 이용하거나 그런 친구들이 없으면 모범택시를 같이 이용할 고시생을 구하는 글들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 가능한 비용을 줄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수 있다.

 사법시험2차시험 당일날 신림동에 오면 신성초등학교에서부터 쭉 늘어선 검은색 모범택시 행렬을 아마 볼수 있을것이다.나는 시험장소가 신림동에 가까운 중앙대에 걸렸지만 고민끝에 중앙대 근처의 원룸을 구해 숙박했다. 그러나 경험상 중앙대의 경우는 신림동에서 가깝기 때문에 굳이 숙박을 할필요는 없을듯하다.


4.폭풍전야 같은 사법시험 전날(6월22일)

 드디어 대망의 사법시험 전날이 찾아왔다. 제 50회 사법시험 2차시험은 6월23일부터 26일까지 4일에 걸쳐 치루어졌다.드디어 피말리는 이른바 사시생들 사이에서 불리워지는 '지옥의 레이스'가 시작된것이다.

나는 현장적응을 위해 6월 20일 즉 금요일에 중앙대 근처의 베이스캠프 즉 미리잡아 놓은 원룸으로 이동을 했다. 그날 밤에 정리해놓은 책,옷몇벌,세면도구등 간단히 짐을 챙겨서 택시로 이동을 하는데 무엇인가 갑작스럽게 처량함이라고 해야할까 그런것들이 밀려왔다.

 마치 군대가기 전날밤의 그런 심정이라고 해야 할까? 다시 가면 영영 돌아오지 못할 그런 길을 떠나는것 같은 그런 묘한 느낌이었다.그렇게 다소 우울한 느낌을 받으며 베이스캠프에 도착해 짐을 대충 정리하고 방한가운데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데 무척이나 어색하고 낯선 기분이었다. 

 대학시절의 낙방경험.그리고 무작정 다시 도전해서 지금까지 온경험등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쳐갔다.  물론 내년한번이 남았다고는 하지만 마치 절벽끝에 누가 나자신을 밀어넣어 더이상 밀려날곳이 없는 막다른 인생의 고비를 맞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자신의 인생을 걸고 또하나의 커다란 도박을 벌이고 있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도무지 기분이 찹착하여 무작정 나와 중앙대로 향했다. 대학시절 재시를 볼때도 중앙대에서 시험을 보았기 때문에 눈에 익었다. 도서관이 어디인지도 알고 학교 식당도 알고 마치 모교같은 느낌이 들정도로 익숙했다. 중앙대 도서관 근처에 올라와 캔커피 하나를 자판기에서 꺼내 난간에 기대어 커피를 마시며 야경을 바라보며 내가 할수 있는한 최선을 다했다. 이제 마지막 힘을 내서 내가 준비한 모든 것을 쏟아 붇기만 하면 된다고 스스로 체면을 걸었다. 

 다시 원룸에 들어와 새벽녘까지 뒤척이다.간신이 잠이 든후 이른아침에 바로 중앙대 중앙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토요일날은 헌법을 정리했다.그동안 정리한 기본서를 바탕으로 이른바 눈도장 혹은 책을 스킵해야 한다.

 2차시험은 객관식 시험이 아니고 논술형 시험이기 때문에 즉 직접 자신이 글로 써야 하기 대문에 시험전날 그 두꺼운 기본서를 한번 대충이라도 읽지 않고 즉 눈도장을 찍지 않고 시험장에 들어가면 아무리 오래 공부했어도 답안지에 잘 현출이 안되기 때문에 밤을 새우는 한이 있더라도 대부분의 고시생들이 시험전날에 기본서를 다보고 들어가려고 한다. 

 나같은 경우는 토요일에는 시험 첫째날 첫과목으로 보는 헌법 그리고 일요일에는 행정법을 보기로 마음먹고 헌법공부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그동안 정리해온 과목들이고 하루의 시간을 잡았기 때문에 밤 10시정도 되니까 대충 정리가 되었다. 그래서 책을 정리하고 다시 베이스캠프로 왔서 대충 씼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일어났는데 영 몸이 찌뿌등하고 온몸이 쑤시고 열이 나는것이 느껴졌다. 감기몸살에 걸려 버리고 만것이다.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걸린 다는 그 감기가 하필이면 시험전날에 걸려버리는 참 황당하고 어이없는 결과가 발생해버렸다.온몸은 쑤시고 열은 나는데 나 자신도 어이가 없어서 쓴웃음만 흘러 나왔다.

 그래도 시험이 바로 전날이니 가까스로 몸을 추스리고 약국에서 감기몸살약을 구해 입에 털어 넣고 약기운으로 중앙대 도서관에 앉아 버텼다.머리에서 열은 나고 온몸은 누군가에게 두드려 맞은것처럼 쑤셨지만 꾸역꾸역 그렇게 책을 보았다.종착역 막바지에서 포기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드덧 시간은 흘러 밤이 되었고 시계는 밤 12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행정법도 마무리가 되어가는것 같고 더이상 무리해서는 내일첫시험조차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할것 같아 행정법 각론부분을 미쳐 다보지 못했지만 공부를 접고 터벅터벅 중앙대 도서관을 내려왔다.

 그리고는 베이스캠프에 도착해서 대충 씻고 잠자리에 누웠으나 몸은 피곤한데 잠이 잘오지 않았다. 머리속에서는 계속 오늘 보았던 행정법 책내용이 빙빙돌고 있고.몸은 쑤시고.걱정과 한숨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왜 하필 시험전날 이런 불상사가 생기고 만것일까 하는 허탈함이 계속 밀려왔다. 그동안의 수개월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것만 같은 두려움에 잠못이루고 계속 뒤척이다,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고,요란한 자명종 소리와 함께 부시시 눈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