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생에게 연애는 독일까?,약일까?

고시촌이야기 2009. 1. 6. 12:48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지금 신림동 고시촌은 모두 공부하느냐고 여념이 없다. 이제 각종 고시 즉 사법시험.행정고시등등의 1차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때만큼 고시촌이 공부에 집중하는 경우는 없다.

솔직히 많은 사람들은 고시생들이 하루종일 아침일찍 일어나 밤늦게 까지 공부만을 할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사람이다 보니 항상 공부만 할수는 없다. 일요일등에는 대부분 휴식을 하고 공부하다 힘들면 잠깐 게임방에 가서 게임을 한다거나. 디비디방등에 가서 영화등을 보면서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많은 고시생들이 여자친구나 남자친구를 사귀기도 한다. 또 각종 고시게시판에는 이성문제로 고민을 상담하는 많은 글들을 볼수있다. 고시생들 또한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다 보니 이성교재문제가 중요한 관심사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고시공부할때 이성교재를 하는 것은 이른바 장수생의 길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말이 있을정도로 공부기간에 이성교재를 금해야 할것으로 보는 이들이 있다.반면에 이성교재는 공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힘들때 많은 정신적 위안을 줄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약이 될수 있다는 이들이 있다.

고시생들에게 이성교재가 과연 독인지.약인지하는 문제는 오랫동안 논의되왔던 오래된 논쟁거리였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해답을 찾을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그도 그럴것이 이러한 논쟁자체가 하나의 답을 낼수 없는 우문현답같은 어리석은 논쟁이기 때문이다.

결론은 고시생에게 연애는 상황에 따라 독이 될수도 있고,약이 될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애가 고시생에게 독이되는 경우는 어떠한 경우일까?
대표적으로 독이 되었던 안타까운 사례를 난 몇몇 선후배의 일을 겪으면서 알고 있다.

 우선 지난번 글에도 쓴적 있지만 k형이 대표적인 경우다. 오랜시간끝에 1차시험에 합격후 2차시험을 보고 발표를 기다리던중 의도적으로 접근한 여성에게 한눈에 반한 k형.그러나 2차시험에 그형이 떨어지자 마자 그여성은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고 k형은 그충격에 몇날 며칠을 식음전폐를 하다 결국 고시를 접고 낙향했다.

또다른 케이스도 있다.대선배벌인 L형도 마찬가지였다. 그형은 대학시절부터 사귀어 오던 아주 오래된 연인이 있었다. 닭살커플이라고 할정도로 오래된 연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닭살스러운 애정행각으로 고시반의 많은 선배.후배.동료고시생들로부터 부러움과 질투의 눈초리를 받아왔던 커플이었다.

그형이 2차시험 준비를 위해 신림동 고시촌으로 갔을때는 그여자친구분이 서울에서 꽤 먼 지방에 거주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주 주말에 과일.보약등등 각종 먹을거리등을 싸와 함께 했던 그야말로 정성이 대단했던 그런 여자친구였다.

 하지만 그형이 번번히 2차시험에 낙방하자 어느덧 그형도 장수생의 반열에 올랐고 그여자친구도 혼인적령기를 넘어서자 결국 그형이 5번째 2차시험에 낙방한 어느 늦가을 그여자친구분은 이별을 통보하고 자취를 감추었다. 그형은 물론 그러한 이별통보에 깊은 충격을 받고 몇개월을 방황하다. 다음해 1차시험도 치루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다른 케이스는 막 달콤한 연애를 시작해서 시험을 망친경우이다. 바로 내동기 이야기다.대학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Y군 이녀석은 노는것도 좋아하고 성격이 정말 좋은 녀석인데 살아오면서 변변한 연애한번 해보지 못한 순진한 녀석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사법시험1차시험을 약 몇개월 남겨놓고 친구로부터의 소개팅으로 만난 직장여성에게 필이 확꽃혀 버렸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뒤늦게 시작된 사랑의 열기는 그야말로 활활타올랐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안았음에도 불구하고 시험은 안중에도 없는듯 여행을 다니고.쇼핑.영화감상등등 뜨거운 데이트를 하느냐고 여념이 없었다.

 결국 절친인 Y군은 그해 일차시험에 당연히 낙방했고.그친구가 낙방하자 언제 그랬냐는듯 뜨거운 사랑은 금새 식어버렸고 그여인과 몇개월후 이별을 했다.

 또 각종 고시2차시험이 발표되는 가을에 가장 많은 이별통보가 있는데.이경우 시험에 불합격후 이성친구로부터 이별통보까지 받은 이는 극심한 혼란과.괴로움에 다음해 1차시험을 날려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이렇게 고시생의 연애가 독이 되는것 만은 아니다.

신림동에는 같은 공부를 하는 고시생커플이 꽤 많이 있다. 이경우 물론 공부를 하지 않고 연애에 집중하여 독이되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 같이 공부를 하여 씨너지 효과를 낼수도 있고 서로 모르는 부분은 체크해가며 서로 정신적위안을 줄수 있어 좋은 결과를 가져 오는 경우도 많다.

 후배인 B군은 이른바 고시생커플이었다. 2차시험준비기간에 스터디를 하다가 눈이 맞은 커플이었는데.서로 많은 정신적 위안을 주고 노력하면서 같이 2차시험에 합격하여 연수원에서 결혼식을 올려 법조인 부부가 된 대표적인 연애 성공케이스였다. 

 또다른 케이스는 장수생 선배 M형의 경우이다. 그선배는 오랜시간동안 사법시험준비를 했지만 번번히 낙방하여 어느순간 집으로부터도 지원이 끊겨 고시원 총무.비디오방 알바 .독서실 총무등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히 공부를 해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고시원 총무를 하다가 어떻게 그고시원 실원인 여성분과 정분이 나고 말았다.그런데 더욱 놀라운것은 그선배와 거의 10여살 차이가 나는 아주 어리고 귀여운 여성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래서 그선배를 만날때 마다 형 정말 도둑님심보아냐 하면서 놀렸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여성분은 어떻게 보면 정말 착한 그형에게는 우렁각시같은 분이었다. 그형의 여자친구는 직장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형이 공부에만 집중할수 있도록 더이상 아르바이트를 못하게 했고 생활비를 대주었다.그형은 다시 한번 그런 여친에 감동을 먹고 이제 공부에만 집중할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 다시 2차시험에 낙방했다. 형은 낙방하자 그어린 여친이 떠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했지만 그우렁각시 같은 어린 여친은 떠나지 않고 그형을 믿었다.

 형은 다시한번 감동먹고 심기일전해 공부에만 전념을 했고 결국 다음해 2차시험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고.지금 둘은 결혼식을해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결혼식에는 보통 신부가 우는것이 보통인데 그 형의 결혼식에는 그형이 그렇게도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고시생의 연애 과연 독일까 약일까?

결론은 없다.스스로 연애를 하면서 자기를 잘통제하고 연애와 공부를 분리할수 있다면 공부기간에 힘이 되어주고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풀어줄수 있는 약이 될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통제가 어렵고 연애기간동안 싸움이 빈번하는등 서로에게 문제가 많은 경우라면 공부에만 집중할수 없어 독이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연애가 독이되느냐 약이되느냐는 자신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보면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