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체력을 회복하기 위한 안간힘

모범택시등을 타고 각 시험장을 힘겹게 빠져나간 고시생들은 그들의 안식처인 신림동이나 각 대학 고시반에 도착한후 잠깐동안의 휴식도 제대로 취하지 못한체 다음날 시험을 위해 다시 두꺼운 법서를 독서실에 앉아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미 첫날 모든 열정을 시험에 쏟아 부은 그들이기 때문에 몸과 마음은 지칠대로 지친상태이다. 따라서 그들은 마치 방전된것 처럼 축늘어지는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2차시험 4일동안의 승패는 바로 4일동안 쓰러지지 않고 버틸수 있는 체력이 큰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고시생들은 2차시험 4일동안 대부분 하루에 2시간이나 3시간의 잠을 자며 버틴다.또한 그들의 일생이 달려 있는 중요한 시험이기에 그어떤 시험보다도 심적.체력적 소모가 극심하다.

 따라서 일부 고시생들은 조금이나 떨어진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병원에서 링거주사를 맞기도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포도당주사를 맞는 고시생도 많이 있고 또 다소 비싼 잘은 내가 모르겠지만 마늘주사.그밖에 체력회복에 효과가 좋다고 소문난 링거주사를 맞는 이들도 많이 있다.

 예전에 같이 공부했던 대학후배녀석도 신림동 고시촌에 있는 개인병원에서 시험치기 이틀전에 다소 비싼 체력회복 링거주사를 맞은적이 있는데 그녀석 말로는 효과가 자기가 상상했던것보다 좋았다고 한다.

 나같은 경우는 그 흔한 포도당 주사도 안맞아 봐서 그 효과가 어떠한지 잘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링거주사를 맞고 4일동안 시험을 보는 고시생들도 꽤 있는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고시생은 체력회복을 위해 홍삼액.녹용.영양제등을 먹는다.또 시험보기 직전에 잠을 제대로 못자 비몽사몽한 정신을 깨우기 위해 그 유명한 박카스^^ 부터 시작해서 각종 드링크제를 먹는 고시생도 꽤 있고.대학선배 하나는 비몽사몽인 정신을 깨우는데는 숙취해소 음료를 마시는것이 최고라면서 티비에서 광고를 엄청하는 여명808을 시험보기 몇분전에 마시고 시험을 보는 경우도 있었다.

또 그밖의 고시생들은 고시촌 약국에서 파는 각종 엠플들을 사먹는 경우도 있다. 약국에서 각종 집중력 강화.체력회복등의 효과가 있다고 선전하는 엠플들을 많이 파는데 시험때가 다가 오면 특히 많이 팔린다. 나같은 경우는 시험보기 며칠전 후배녀석 하나가 바이오톤이라는 엠플을 사주었다.성분을 보면 로얄제리에 뭐 이것저것 섞인거라고 하던데..집중력향상 체력회복에 좋다고 후배녀석이 말해주면서 시험기간동안 먹으라고 사주었다. 가격을 물어보니 하나에 오천원정도 한다고 하던데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놀랐다.
 
마치 스타크래프트에서 적들의 공격을 받아 체력이 떨어질때로 떨어진 마린하나가 죽기 직전에 메딕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나는것같은 느낌으로 고시생들은 여러가지방법으로 조금이나마 지친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2.새벽 달빛 바라보며 하는 눈물나는 새벽공부

첫날 시험을 마친 고시생들은 독서실에 앉아 다음날 공부를 시작한다. 시험보는 날부터 4일내내 긴장을 한상태이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힘든 상태이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기도 하지만 본능적으로 책상에 앉는다.

또 다음날 시험과목은 양많기로 소문난 민사소송법과 상법이기 때문에 많은 고시생들이 이차시험기간중 둘째날을 가장 힘들어 한다. 이전글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2차시험은 논술형식으로 치루어지기 때문에 시험보기 전날에 각과목의 기본서를 대충이나마 한번은 눈에 찍고 들어가야 답안에 쉽게 현출이 되기 때문에 많은 고시생들은 잠을 못자는 한이 있어도
시험보기전까지 다음날 있는 과목의 기본서를 다보고 들어갈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말이 쉽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각 과목 기본서의 경우 보통 700여페이지 이상이 되어 두과목을 다볼려면 1500페이지 이상의 분량을 하루에 다보아야 하는데 어찌보면 불가능해 보일수도 있는 무모한 도전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고시생들은 그 무모할것만 같은 도전을 밤을 새우는 한이 있어도 이루어 낸다.그러한 마지막 정리를 위해 그들은 1년여 기간을 책에 밑줄도 긋고 쉽게 책을 보면 바로 정리가 될수 있게 그들만의 방법으로 책을 그들의 마지막 무기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본서에 문제의 제기 부분은 빨간색 형광펜으로.학설의 대립중 다수설은 녹색 형광펜으로.소수설은 빨간색 형광펜으로 판례는 파란색 형광펜으로 또 판례를 암기 하기 위해 그들만이 알기 쉬운 두문자를 만들어 놓는등의 방식으로 책을 보면 바로 정리되어 눈에 들어오도록 정리하고 또 정리한다.

 그렇게 정리한 책을 가지고 고시생들은 책상에 앉아 책을 순간순간 넘긴다. 넘기는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게 넘어간다. 이미 1년여동안 수없이 보아왔던 책이었기 때문에 페이지에 정리한 핵심문구등을 눈으로 스킵하면서 빠르게 넘겨도 책의 내용이 기억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신림동 고시촌의 독서실과 대학 고시반의 독서실은 고요한 침묵속에 책장넘기는 소리만 들려올뿐이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12시를 넘겼고 시계는 새벽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아직도 민사소송법하나도 제대로 못끝낸거 같은데 시간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는 고시생의 마음은 죽고 싶은 심정이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어 주었으면 하고 바라지만 그럴수록  야속한 시계바늘은 짹각짹각 소리를 내며 빠르게 돌아간다. 볼책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지 시간은 흘러가지 이때부터 고시생들은 누구나 할것없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쥐어 뜯는다.

 한마디로 울고 싶은 심정이다.민사소송법을 간신히 마치고 시계를 바로보니 새벽1시가 이미 넘어 2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런데 아직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고 상법이라는 괴물이 잡아먹을듯 노려보고 있다. 상법은 총칙.회사법.어음법.보험법.해상법등으로 이루어져 엄청난 분량을 자랑하는 과목이다. 하지만 시간은 얼마남지 않았지 상법은 시작도 못했지 그야말로 눈물이 찔끔 흘러나오고 깊은 한숨이 계속 터져나오기만 한다.

 내가 공부하는 중앙대 도서관의 경우도 2차시험을 준비하는 몇몇 고시생들이 끝까지 남아 졸린 눈을 비비며 책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도 중앙대 근처에 아마 숙소를 잡은 모양이었다.

 나또한 민사소송법을 끝내고 잠깐 쉬기위해 도서관을 나와서 난간에 기대어 새벽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상법은 남아있고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깊은 한숨만이 흘러나왔다. 새벽하늘을 바라보며 내가 왜 다시 공부를 시작한것일까 하는 생각부터 갑자기 고향집이 그리워지기도 하고 온갖 청승은 다 떨며 우울한 표정으로 세상에 혼자 버려진 고아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쓰디쓴 자판기 커피한잔으로 잠기는 눈을 억지로 깨운후 다시 도서관으로 향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법을 다보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하고 회사법.어음법의 주요부분만 보기로 했다. 다행히도 상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전부터 다 못볼거 같다는 생각을 해서 간단히 서브노트 비슷한 것을 회사법하고 어음법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약 2시간에 걸쳐 다볼수가 있었다. 또 다소 시간이 남아 보험법의 주요부분도 보고 나니.시계바늘은 새벽4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난 보험법까지 책을 보고 나서는 곧바로 베이스캠프로 향했다. 몇시간이라도 잠을 자야 했다. 잠을 하나도 못자면 정신이 비몽사몽 오히려 시험에 약영향을 줄수 있다는 것을 나자신이 알기 때문에 잠을 청해야만 했다.

 그러나 일부 체력좋은 고시생들은 밤을 새우는 이들도 꽤 있다. 가장 부러운 이들이 그렇게 밤을 새워도 끄떡 없는 에너자이저같은 체력좋은 고시생들이다.^^

 어두운 새벽길을 따라 베이스캠프에 도착해 씻는 것도 포기하고 바로 물에 젖은 스펀지처럼 축늘어져 쓰러져 버렸다.온몸을 감싸는 피곤함과 졸음이 확밀려왔다.


3.헛구역질과 긴장감으로 시작되는 두번째날시험

눈을 감자마자 얼마안된거 같은데 또 요란한 자명종 소리에 눈을 떴다. 다행히 감기는 떨어져 나간거 같은데 잠을 별로 못자서 그런지 알수없는 피곤함이 몰려왔다. '내가 무슨 영광을 누리겠다고 이런생고생을 하는거냐 '라고 또 혼잣말을 하고 걸레쪼가리 같이 너덜너널해진 몸을 간신히 일으켜 샤워를 하고 또다시 고사장으로 향했다.

  많은 고시생들이 벌써 고사장을 들어서고 있었다. 둘째날에도 어김없이 모범택시.학원버스 행렬이 어우러져 큰 혼잡을 이루고 있었다. 고사실에 들어선 고시생들은 첫째날보다 훨씬 피곤하고 초췌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표정들이다.

둘째날부터 많은 고시생들이 잠을 제대로 못자고 또 엄청난 긴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헛구역질에 시달리며 힘든 시험일정을 시작한다. 일부 마음약한 여자고시생들은 힘든 상황에 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모두 그러한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신력으로 이겨 낸다. 고시생들은 어김없이 법서를 꺼내 책을 보고 있었다.


4.불의타에 당해버린 둘째날 시험

드디어 둘째날 시험이 시작되었다. 둘째날 시험은 오전시간에는 상법 오후시간에는 민사소송법 이렇게 두과목시험이 치루어진다. 

감독관들이 입실하고 다시 법전과 답안지를 나누어 주었다. 법전을 받자 마자 나는 평소에 해오던 대로 상법이 있는 파트를 펴놓고 자주 나오는 주요조문을 보기 쉽게 표시해두었다. 답안지에 수험번호와 이름도 썼다.벌써 이차시험을 몇번째 치룬 경험이 있지만 시험시간 몇분전이 그토록 긴장된다. 가슴은 콩닥콩닥띄고 손은 떨려서 수험번호와 이름도 제대로 써지지 않는다. 

 이시험 몇번만 더보았다가는 아마도 평균수명 10년이상은 줄어들겠다라는 허망한 생각을 했다. 

 결국 문제지가 배부되고 긴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시험이 시작되었다. 고요한 침묵속에 연필이나. 볼펜으로 문제지를 읽으며 초안을 잡는 소리가 들려올뿐이다.

2차시험에 출제된 문제가 고시학원강사들이나.자신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출제되는 경우를 고시촌에서는 이른바 '불의타'라고 한다. 자신들의 예상을 깨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출제되어 출제위원으로 부터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는 의미이다.

 둘째날 상법시험에서 고시생들이 원하지 않는 이른바 불의타가 출제되었다.상법 50점짜리 1문은 전형적인 회사법문제로 대부분의 고시생들이 풀수 있는 쉬운 문제였다. 그러나 문제는 30점과 20점짜리로 출제된 2문제였다. 


 대부분의 고시생들이 전년도 시험에 어음법이 출제되지 않았기 때문에 2008년도 시험에는 분명히 어음법이 출제될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수험생들의 예상대로 어음법이 출제되긴했지만 수험생들이 전혀 대비하지 않은 어음개서부분에서 문제가 나와 버린것이다.

 나같은 경우는 솔직히 이제와서 그문제가 어음개서를 묻는 문제인줄 알았지 시험당일에는 도무지 무엇을 묻는 문제인지 몰라서 당황한체 한참을 문제를 바라본 기억이 있다. 
상법1문은 전형적인 문제라 초안도 잡을 필요없이 일사천리로 자신감있게 써 내려갔는데
2문의1 즉 어음법을 묻는 문제를 바라보니 갑자기 숨이 막혀왔다.어음법이 출제될거라는 예상을 하고 기본서에 어음법 사례집을 여러번 보면서 대비해왔지만 전혀 생각하지도 안은 문제가 떡하니 출제되어 당황했기 때문이다.

 문제를 계속 바라보고 있어도 도대체 무엇을 묻는 문제인지 몰라 어느덧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고.올해시험도 이렇게 날라가는구나 하는 생각들이 밀려왔다. 도무지 아무리 보아도 무엇을 묻는 문제인지 알수가 없어서 결국 마지막으로 풀기로 하고 다음문제로 넘어갔다.


 다행히 마지막 문제는 20점짜리 문제였는데 보험법이 출제되었다. 많은 수험생들이 전년도에 보험법이 출제되어서 이번년도에는 안출제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잘 대비하지 않았다고 하는데.난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해서 보험법도 보았는데 그나마 보험법에서 대비해온 문제가 출제되어 어음법에서 당황했던 순간을 잊고 일사천리로 답안을 작성했다.

 보험범 문제의 답안을 작성하고 시계를 보니 이제 시험종료시간까지 약 20여분이 남아있었다. 20여분동안에 30점짜리 문제를 써야만 했다.보험법문제를 자신있게 써나가고 나서 다시 어음법을 보니 또다시 숨이 막혀왔다.

 다시 문제를 보아도 무엇을 묻는문제인지 알수가 없었다. 당연한 것이 어음개서는 공부할때에도 전혀 보지 않았기 때문에 무슨개념자체인지도 몰랐다.시험이 끝난후에야 어음개서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지금생각해도 한심하다.

 그래도 답안은 작성해야 한다. 사시생들 사이에서는 전혀 모르는 이른바 '불의타'가 나왔을 때에는 '소설'을 쓴다고 한다. 즉 기존의 법률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이 아는한도내에서 창작을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무조건 이상한 소리를 쓰는것이 아니라 기존의 법리적 지식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일관적이고 타당하게 창작을 해야만 그나마 기본점수라도 기대할수 있다.

 나또한 그동안 알아왔던 어음법의 기본개념을 바탕으로 이른바 '소설쓰기'작업에 착수했다. 열심히 준비해왔기 때문에 분명 나만 모르는 문제가 아니고 대부분 수험생이 모르는 문제일것이기 때문에 이문제는 당락에 영향을 안줄꺼야라며 자기위안을 하며 열심히 창작을 했다.

 시간도 부족했고 잠도 부족하여 비몽사몽의 상황에서 집중력도 현저히 떨어져 갔지만 그래도 열심히 써야 했다. 시간은 점점 다가 오고 이제 글씨는 도무지 나자신도 알수 없는 악필의 수준을 넘어서는 흘림체로 글을 써나갔다. 점점 시계의 분침은 빨리 돌아가고 종료시간이 다가 오면서 등줄기에는 긴장의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급하니까 글씨도 틀려서 답안지에 쭉쭉 두줄을 긋고 지우고 한마디로 걸레같은 답안지가 되어갔다.

 결국 종료소리를 알리는 긴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오고 나는 간신히 답안지 작성을 완성할수 있었다. 답안지 작성을 마치고 내가 쓴 답안지를 바라보고 있으나 참 답안지가 형편없었다. 시간에 쫓기어 지우고 두줄긋고.흘림체에 도무지 알아볼수 없는 답안지였다. 과연 채점교수님께서 이답안지를 제대로 읽어 줄까? 하는 걱정이 드는 형편없는 답안지 였다.


5.시험마친후 술렁이며 떠나가는 고시생들

 그러나 오후 시험인 민사소송법은 대부분의 고시생들이 쉽게 쓸수 있는 전형적인 문제가 출제되었다.나도 대부분 대비해왔던 문제라 쉽게 쓸수 있는 문제들이었다.오후 시험문제가 쉬었기 때문이었는지 오전시험에서 당황하던 고시생들의 모습과는 다르게 대부분 만족해하는 표정들이었다.

 그렇게 둘째날 오후시험을 끝으로 둘째날의 대정정도 끝났다.시험을 마치고 고사장을 떠나는 고시생들은 같이 시험을 본 선배들이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었다.대부분의 대화의 내용은 역시나 오전에 있었던 상법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많은 고시생들이 나처럼 어음법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는 표정들이었다.또 보험법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보험법마저 제대로 쓰지 못한 이들이 일부 있는 모양이었다.

시험을 마치고 바쁘게 많은 고시생들을 헤치고 고사장을 빠져나가려는 순간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형...."
형이라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예전에 같이 사례스터디를 했던 후배였다. 몇달간 사례스터를 하다 스터디후 연락을 못하던 녀석이었는데 그녀석도 중앙대에서 시험을 본 모양이었다.간만에 아는 사람을 만나니 나도 반가웠다.

" 어....너구나...오래간만이다.....시험을 잘봤어?"
"망했어요 상법....;; 그래도 민소법은 대충 쓴거 같은데 보험법도 안나올줄 알고 공부 전혀안했는데 ....보험법도 망한거 같고..형 근데 어음법은 뭐 물어보는거에요?;;"

속으로 '이녀석아 낸들 알겄냐;;'라고 생각하며 

"나도 모르겠다.나도 그냥 소설쓰고 나왔다.근데 대부분 모르는거 같으니까 신경쓰지 말고 내일시험이나 잘 대비해"

라고 말하며 그녀석과 시험후 만날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고사장은 다시 수험생을 태우기 위한 모범택시.학원버스들이 뒤엉켜 혼란을 이루었다.난 바로 베이스캠프로 향했다. 몇분 걷지도 않았는데도 찌는듯한 무더위에 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대충 샤워를 하고 몸을 식힌후 내일 볼 형법과 형사소송법책을 가방에 챙긴후 중앙대 도서관으로 향했다.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책상에 앉아 형사소송법책을 꺼내 정리해온 부분을 보았다. 그나나 내일있는 형사소송법.형법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들이라 부담이 적었기에 둘째날보다는 마음이 편안했다.그러나 가슴한편으로는 오전에 치룬 상법 어음법문제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무엇을 쓴건지도 잘모르겠고.또 글씨가 개판이라 과연 채점위원이 보고 읽어주기나 할까 하는 걱정이 밀려왔다.

 책을 펴고 얼마간 각종 형광팬.포스티잇등으로 너덜너덜해진 법서를 바라보니 시험내내 느껴졌던 긴장감이 풀리고 피로가 밀려오는지 눈이 서서히 감기기 시작했고 나도 모르게 책상에 엎드려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