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에 합격하고 들떠있을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2월달이 되었다. 이제 연수원에 입소하기까지 한달도 남지않았다. 합격후 여행도 많이 다니고 싶었고.이것저것 하고싶은것도 많았는데 어리버리 지내다 보니 어느덧 입소가 코앞으로 닥쳐 온거 같아 그동안 아무생각 없이 보낸 시간이 아쉽고 아까웠다.

 지난 일요일에는 오래간만에 신림동 고시촌에 찾아가 공부에 여념이 없는친구몇놈을 만났다.시험이 코앞으로 닥쳐와 녀석들의 몸과마음은 지칠대로 지친상태였다.간단히 녀석들을 위로해주고 영양보충을 시켜주기 위해 삼계탕을 시켜주었다.아무래도 영양보충을 위해서는 삼겹살보다는 삼계탕이 좋을거 같아서 같이 먹었는데 겨울에 먹는 삼계탕도 먹을만은 했다.

 간만에 찾은 신림동 나에게는 어느덧 아련한 추억의 장소가 되어버렸다.하지만 녀석들에는 탈출하고 싶은 유배지같은 장소일것이다. 부디 올해에는 녀석들이 좋은결과를 만들어내서 지긋지긋한 신림동을 탈출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시험이 얼마안남은 녀석을 위해 시험후 다시만남을 가질것을 약속하며 저녁식사후 바로 헤어졌다.

 연수원 입소전까지 한가지 해야할 숙제가 있다. 연수원에서 선정한 10권의 도서중 3권을 읽고 A4지3장 분량의 간단한 에세이를 제출해야 하는것이다. 사법연수원 홈페이지 배움터의 권장도서란을 보면 '사법연수원생이 꼭 읽어야 할 10권의 책'이라는 제목과 함께 10권의 권장도서 목록이 펼쳐진다.

 사법연수원생이 꼭 읽어야할 10권의 책의 선정은 연수원 원장님.부원장님.각  교수님. 사법 연수원 운영위원.외래강사등 각계각층의 추천을 받은 150여권의 도서중 심사를 거쳐 연수원시절에 꼭 한번은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 10권을 선정했다고 한다.

 소크라테스의 변명등 철학서에서 일본최고재판소이야기등의 법과 관련된 서적.열국지등의 소설등 이미 정평이 나있는 다양한 분야의 명서들이 선정되어있었다. 많은 책들이 이미 유명한 책이기 때문에 나또한 선정된 도서중 많은 책들은 읽은 경험이 있다.

플라톤이 쓴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고등학교 시절에 읽은 경험이 있고,라드부르흐가 쓴 법철학은 대학1학년때 읽어본기억이 있다.그밖에 간디자서전.죄와벌.열국지등도 어린시절 읽어본 기억이 있는 친숙한 책들이었다.

 그중에서도 플라톤이 쓴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으면서 어린나이었지만 플라톤의 스승 소크라테스가 신성모욕이라는 어이없는 죄를 뒤집어 쓰고 소크라테스의 적들의 선동에 의해 속아넘어가버린 아테네 시민들의 어이없는 재판에 희생되는 것을 그져 바라만 보고 있어야 만 했던 플라톤의 아테네 시민민주주의에 대한 염증을 이해할수 있던 책이었다. 스승 소크라테스의 어이없는 희생이 결국 플라톤이 그토록 강력하게 소수의 철인에 의한 정치를 주장하게 만든 계기가 아닌가 생각했었다.

 오늘날 대중민주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대중의 선택은 올을수도 있고 그를수도 있다. 결국 대중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것은 현명한 정치지도자의 몫이 아닌가 생각한다. 

 얼마전에는 마리 자겐슈나이더가 쓴 '권력과 양심의 파워게임,세기의 재판 50'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소크래테스의 재판에서부터 나치전범재판.O.J심슨재판등 시대를 흔들었던 대표적인 재판을 담은 책이다.

 권력은 사법을 그들의 권력유지를 위해 통제할려고 한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법과 적법절차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양심을 위해 그 권력에 대항하며 권력으로부터 사법을 보호하려고 투쟁하기도 한다. 때로는 권력에 굴복해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어내며 부당한 재판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목숨을 내놓으면서 권력에 맞서 싸워 시대를 이끌에내는 명재판을 만들어 내기도 하는것이다.

 이책을 읽으면서 나자신은 권력이 가해오는 공포에 맞서 싸울 용기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솔직히 자신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권력의 공포에 굴복한 이는 수많은 시간이 흘러도 본디오빌라도 같은 낙인이 찍인체 많은 이들의 역사적 비난을 받을것이고 그와 맞서 싸운이는 시대를 변화시킨 영웅으로 역사는 기록할것이다.

하지만 현세의 권력의 공포와 달콤한 유혹에 의해 앞으로도 재판에 있어 권력과 양심의 파워게임은 계속될것이다. 권력과 양심 결국 최종적인 판단은 법을 집행하고 판단하는 이들의 몫이다.그래서 그들의 양심과 소신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아무튼 대학졸업후 오래간만에 독후감 숙제를 받고 보니 막상 무엇을 써야할지 고민이 되고 있다.마치 초등학교 시절 겨울방학 숙제를 받은 느낌이다.

 사법연수원에서 선정한 사법연수원생이 꼭 읽어야할 10권의 책은 꼭 연수원생이 아니라도 법조인을 꿈꾸는 이들은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가을이 책을 읽기에 좋은 계절이라고 하지만 한겨울 잠들기전 따뜻한 차한잔을 마시고 따스한 이불속에 누워 마음에 드는 책을 읽은 재미도 나름 솔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