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원에 입소한지도 이제3주가 지나갔다.
입소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주가 흘러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입소후 반원.조원들과의 회식,조MT,반MT,체육대회 예선.그리고 빠르게 진행되는 수업등으로 숨쉴틈이 없이 바쁘게 지나갔다.


 그렇게 바쁘다는 핑계로 그동안 운영해오던 블로그관리도 전혀 하지 못했다.간간히 찾아오는 분들께 나의 게으름으로 인해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한점 깊은 사과한다.

아직까지 연수원의 같은 반.조원사람들이 어색하기만하다.유난히 낯가림이 심한 나의 성격을 바꾸어 볼려고 노력도 했지만 천성을 바꾸기란 힘든듯하다. 한번 친해지면 나름대로 정도 많고 잘 챙겨주는 성격이라고 혼자만의 생각을 하지만;; 한번 친해지기가 참 어렵다;;

 그래도 어느덧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친해져가는 친구.나이어린 친구들이 있어 조금은 위안이 된다.

 연수원에 다니면서 한가지 미안한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국민의 소중한 혈세로 우리 연수원생들이 너무 많은 헤택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우수한 실력과 인품을 자랑하는 판사.검사출신의 교수님들로부터 질높은 실무수업을 듣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스스로도 이야기 하지만 이른바 '국립로스쿨'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춘 그야말로 실무의 최고 전문가인 교수님들로부터의 생생한 실무수업은 그 어느 로스쿨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천금과도 바꿀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교수님의 제자들에 대한 사랑도 각별해서 수시로 의문을 가지고 질문하는 젊은 제자들에게 귀찮아 하지 않고 정성을 다해 답변해주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가장 미안한 점은 국민의 혈세로 마련된 소중한 월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연수원에 입소후 지난 3월20일 처음으로 월급을 받았다. 첫월급은 약 118만원 정도였다. 어떻게 보면 작다고 말할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큰 금액이다. 또 훌륭한 시설과 또 각분야의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교수님으로 부터 생생한 실무교육을 받으면서도 오히려 수업료를 내가 지불해야만 할것같은데 국가로부터 월급까지 받는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미안했다.

 솔직히 월급이 입금된 통장을 처음봤을때는 그냥 즐겁기만 했는데 오늘 이렇게 늦은 새벽에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뻔뻔한 놈이 아닌가?하고 생각해보았다. 과연 나는 이러한 국민의 혈세로 마련된 월급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국가와 국민들께 미안함뿐이다. 그러나 이월급을 도로 반납할 용기도 없다. 어느덧 나이도 들고 혼자 살아가야 하니 이 소중한 돈이 나에게는 정말 생활하는데 큰도움이 된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국가와 국민에 대한 미안함을 상쇄시킬 방법을 찾던중 한달에 조그마한 액수라도 힘들게 사는 분들에게 기부하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그래서 기부할곳을 인터넷을 보면서 이곳저곳 찾던중 예전에 도너스캠프라는 곳에 조그마한 돈을 기부했던 기억이 나서 그곳을 다시 찾아가서 아주적은 금액인 5만원 정도를 기부했다.

도너스캠프라는 사이트는 어려운 이웃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회원들로부터 기부를 받아 그들을 지원해주는 사이트이다.(사이트주소:http://www.donorscamp.org/ )

 그곳의 여러사연을 읽던중 현경이.현수남매의 사연을 보게되었는데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기부하기로 마음을 정했다.현경이 현수남매는 2년 전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아빠는 돌아가시고 엄마는 그 후 얼마 못되어 위암 선고를 받고 투병을 위해 거의 병원에 계시며 11살로 보기엔 한참 어린 현경이(가명/3학년)는 오빠 현수(가명/5학년)와 함께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으나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부터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집도 없어서 친척집에서 살았던 현경이네 4식구는 기초수급권자로 국가의 보조금으로 생활하고있다.

하지만 어머니가 치료를 받는 동안 보조금의 대부분이 엄마의 치료비로 들어가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워 최소한의 비용으로 지내고 있으며 앞으로 치료는 물론 자녀 교육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막막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현경이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키가 작고 몸무게도 훨씬 적다. 오빠인 현수도 몸이 워낙 약하여 심각한 영양실조로 의사로부터 부실한 식사 습관과 균형있는 영양식을 섭취하라는 조언을 들은 적도 있었고, 작년에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심장이 약하다는 진단을 받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되는 딱한 사연이었다.

 더많은 금액을 기부하고 싶지만 지금 내사정이 허락하는 금액은 이정도 밖에 안되어서 미안함 마음을 금할수가 없다. 또 겨우 5만원을 기부하면서 무슨 생색을 그리 내냐고 묻는 다면 난 더이상 할말이 없고 부끄러울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밝히는 이유는 나스스로를 강제하기 위해서이다. 그나마 이렇게 공개를 해야만 스스로 강제가 되어 적은 금액이라도 매달 기부할수 있지 않을까 해서이다.  국민의 소중한 혈세로 마련된 월급을 받는 미안함에 대한 조그마한 고마움의 표현이라고 생각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연수원에서 최고의 시설과 최고의 판사.검사님들로 구성된 교수님들로부터 수업을 듣는 나에게 국가가 월급을 지급해주는 이유를 다시한번 곰곰히 생각했다.

그것은 결국 연수원에서 2년여의 기간동안 법률이론과 실무교육을 뼈를 깍는 고통으로 제대로 이수하여 법적분쟁에 있어서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어내지 말고 조금이나마 사회적 약자보호와 법적 정의 실현에 앞장서라는 국가와 국민의 뜻일것이다.

 연수원 수료후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할지는 모르겠지만.소중한 혈세를 지급해준 시민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은 내 뜨거운 가슴속에 심장이 식는 그순간까지 남아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