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합격자 설명회를 다녀와서....

좌충우돌연수원일기 2008. 12. 23. 11:43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지난 10월 21일 사법시험 합격자 발표후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나서 정말 오래간만에 글을 쓴다.합격자 발표후 3차면접준비.각종 학교 모임.그동안 미루어왔던 친구들과의 만남.향우회.부모님과의 오래간만의 여행.연수원 등록 서류준비등등 여러가지 일들이 생겨 블로그에 포스팅할 시간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제 약 두달여기간동안의 분주했던 각종 모임들도 마무리되어 가고 다소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것 같아 그동안 방치해두었다고 해도 무방한 블로그에 들어와 글을 쓴다.

 지난 10월21일 사법시험 합격자 발표가 나고 3일후 모 신문사와 은행에서 주최하는 사법시험 합격자 설명회에 다녀왔다. 이합격자 설명회에서는 강화된 3차시험 즉 면접준비요령.앞으로 법조인으로서의 자세등을 자세히 설명해주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법시험 합격자 들이 참석하는 통과의례같은 것이다.

 갑작스럽게 사법시험 합격자 발표가 약 일주일정도 당겨서 났기때문에 주최측에서 많은 인원을 수용할수 있는 공간을 찾기 어려워 장소가 다소 협소한 공간을 정했기 때문에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좀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다는 친구로부터의 조언을 듣고 당초 시간보다 약 30여분 일찍 도착을 했다.


 그러나 일찍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설명회장소는 합격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설명회 장소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눈에 띈것은 설명회 입구에 쭉 늘어서 있는 신용카드회사들의 접수창구였다.각 신용카드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설명회장소에 들어가는 합격생들을 붙잡고 카드가입신청을 권유하고 있었다.

 가지고 있던 신용카드를 전부 해지했던 나로서는 연회비등도 면제해준다는 설명을 듣고 신용카드 하나에 가입신청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며칠후 또 다른 신용카드 회사에서 가입을 감사한다는 연락을 받고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 나도 모르게 아마 가입신청이 되어버렸나보다.;;

 참고로 사법시험에 합격을 하면 사법연수원내에 있는 신한은행에서 급여통장을 만들어주고 약 1억5천여만원까지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준다. 그리고 연회비가 평생면제되는 플래티늄카드를 만들어준다.무료항공권.무료 호텔숙박권등 각종 혜택이 많아 연수원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편인듯하다.

 아무튼 고시생 신분일때에는 신용카드 한장 발급받기 어려운 그져 고등룸펜 백수였던 신분이 합격후 담보없이 1억5천까지 사용할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주고 연회비가 평생 면제되는 플래티늄카드까지 발급되는것을 보니 많은 합격생들은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을 한다.

 많은 합격생들은 그렇게 받은 마이너스통장등을 연수원근처 오피스텔을 얻거나 더이상 부모님께 손벌리기가 어려워 생활비등으로 지출한다고 한다. 연수원에 먼저 간 친구들 말로는 연수원 한달 월급이 100여만원정도여서 월세.생활비등에 지출하고 나면 모자르는 경우가 많아 마이너스통장을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마이너스통장을 마치 자기돈인양 각종 유흥비로 흥청망청 쓰다가 연수원수료후 이자와 원금상환에 고생하는 선배들도 많다고 한다. 결국 자칫 잘못 사용했다가는 나중에 독이 되어 돌아올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듯하다. 벌써부터 합격후 친구나 후배들에게 한턱쏘고 생활비에 충당하면서 몇백만원을 썼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솔직히 그런 친구들은 좀 걱정되기는 한다.

 또 최근에 은행사정이 어려워서인지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상당히 높은 편이어서 나같은 경우는 만일을 대비해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긴 했지만 아직까지 사용하지 않고 있다.앞으로도 연수원월급을 가능한 아껴써서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지 않을 생각인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나도 장담할수 없다.

쓸데없는 이야기가 길어졌다. 아무튼 그렇게 카드회사가 접수창구가 줄지어 있는 입구를 지나 설명회장소에 들어섰다. 그리고 6시정도에 설명회가 시작되었다. 벌써 2달여가 지나서 잘기억나지는 않지만 간단히 앞으로 연수원생활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설명해주고 법조인 선배들의 축하 영상이 방영되었던것 같다.


 그리고 공부의신.고시3관왕.솔로몬의선택등에 출연했던 지금은 한나라당 국회의원인 고승덕 변호사께서 오셔서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다른것은 모르겠고 그분이 치열하게 살아왔구나 하는것은 느낄수 있었다.자신이 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정을 바쳐 지열하게 도전하는 삶 난 아직도 그것이 많이 부족함을 느낀다.

 그리고 여성 국제 변호사가 앞으로의 법조시장의 전망등을 간단히 설명해주었던것 같다. 그리고 작년 합격자가 11월에 있는 면접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경험담을 말해주었다. 그동안 통과의례로만 여겨졌던 면접시험이 작년에 10여명이상의 탈락자를 만들어 내며 강화되고 있는 추세여서 설명회에 모인 많은 합격자들이 가장 귀기울여 들었던것으로 기억된다.

 결론은 긴장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자신이 아는 한도내에서 성심성의껏 답변하고 항상 겸손한 자세를 가지고 오만하지 않게 답변하라는 것이었다. 여러가지 조언이 있었지만 혹시 나도 그 10여명의 탈락자에 속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긴장감이 들었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약 10여명이 면접에서 탈락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아직도 사법시험 3차면접시험의 그 팽팽했던 긴장감이 잊혀지지 않는다. 개별면접에서 나같은 경우는 3개의 법률지식질문을 받았는데 1개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해 노심초사하며 심층면접자 발표때까지 긴장하며 기다렸다가 심층면접 대상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기억은 아직도 또렷하게 내 머리속에 남아 있다.

그렇게 전년도 합격자가 면접에 대비하는 요령을 짤막하게 알려준후 공동으로 설명회를 개최한 은행측에서 카드와 마이너스통장개설 설명을 해주었다.그러나 최근의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해 과거처럼 사법시험 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주지는 않는 모양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경우는 그후에 마이너스통장개설을 거부당한 경우가 많이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설명회를 들으면서 다시한번 느낀것은 이제 사법시험합격만으로 성공을 보장해주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매년 1000여명의 사법시험합격자가 배출되고 있고 또 조만간 로스쿨졸업자가 매년 2000년이상 배출되는 그야말로 법조인 무한경쟁시대가 초래할것이다.따라서 더이상 사법시험 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어깨에 힘을 줄 필요도 없고 오만한 마음을 가질 필요도 없다. 무한경쟁시대에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법조인은 결국 도태되고 말것이다. 

  과연 나만이 갖출수 있는 경쟁력은 무엇인가를 최근에 곰곰히 생각해본다. 아직까지 뚜렷한 해답은 보이지 아니한다. 그리고 법적 분쟁을 현명하게 해결하고 방향을 제시할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갖춘 그런 자질있는 법조인이 될수 있을지 하는 두려움이 합격후의 나의 고민거리가 되었다. 2년동안의 연수원생활에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법적분쟁에 있어서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어내지 않는 그런 자질있는 법조인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