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논란,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형법여행 2010. 3. 10. 09:28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최근에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낙태 근절을 위해 산부인과 의사를 고소한 사건으로 낙태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었다.사회의 반응은 일단 언젠가 터져야 할 사건이 터졌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국가는 산아억제정책의 일환으로 낙태를 은근히 장려해왔고,많은 산부인과는 낙태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왔다는 사실을 부인할수 없다.

 그러나 낙태는 우리 법상 모자보건법의 일정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형법 269조에 의해 처벌되는 엄연한 범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낙태에 관한 법조항은 실질적으로 사문화되어 거의 처벌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1.각계각층의 입장에 따른 낙태에 대한 견해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고발로 그동안 사회적으로 잠재되었던 낙태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었다. 곧바로 언론은 이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고 각 사회적 단체는 낙태에 대한 그들의 입장을 밝히며 논쟁은 가열되었다.

 낙태에 대한 입장은 그들의 처한 환경에 따라 찬반양론으로 나누어졌다. 우선 보수단체나 천주교단체등은 근본적으로 낙태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반면 진보적 단체나 여성단체는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어느 단체나 전면적으로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닌듯 하다.

 우리 법상 낙태를 허용하는 모자보건법의 예외조항이 지나치게 협소한것은 사실일것이다. 이에 따라 낙태의 허용범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2.태아는 생명권의 주체인가?

낙태의 허용여부에 앞서 과연 태아는 생명권의 주체인가?의 문제를 논의해야 할것이다.
생명권은 헌법상의 명시하지 않고 있으며 대다수의 헌법학자나 법조인들은 생명권 또한 우리의 헌법상의 중대한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생명권의 주체는 두말할 나위 없이 인간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태아는 과연 생명권의 주체가 될수 있는것인지가 애매하다. 태아는 인간인가?형법적으로 보면 태아는 우리가 말하는 인간 즉 사람이 아니다. 태아를 죽이면 살인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고 살인죄보다 형량이 훨씬 가벼운 낙태죄로 처벌할뿐이다.형법적으로 태아가 사람이 되는 시기는 산모가 진통을 느낄때로 본다. 민법상으로는 신체의 전부가 모체로부터 노출이 되었을때 사람으로 본다.

그러나 헌법상의 기본권인 생명권을 논할때 이러한 민법.형법상의 사람의 개념과는 분명 달리 논해야 할것이다. 이에 대하여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독일 기본법 제2조제2항 [누구든지 생명과 신체를 손상당하지 아니할 권리를 가진다]의 내용을 출생후의 인간뿐만 아니라 수정후 착상한 때부터의 모태로 성장하는 생명까지 보호하는 규정으로 해석한다. 즉 연방헌법재판소는 태아 자체가 생명권의 주체인지에 대하여는 판단을 유보하였지만 기본법 제2조제2항의 보호영역에 포함시켜 실질적으로 모태에 착상한 후부터 태아의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하고 있다.

 태아 분명 인격을 가진 일반적인 사람과는 구별되겠지만 인간의 생명은 출생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볼수 없다. 그것은 바로 수정후 모체의 자궁에 착상한 이후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어도 수정후 모체의자궁에 착상한 이후부터는 태아를 생명권의 주체로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할것이다.

3.여성의 Reproduction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의 충돌
 
 태아의 생명권의 주체성을 인정하였지만 여기서 여성의 리프로덕션의 자기결정권의 문제와 충돌이 일어난다.리프로덕션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여성의 자식을 가질것인가 아닌가를 결정할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여성이 임신을 하였다면 대부분 기쁘게 받아들이고 그 아이를 낳고 싶어 할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원치않은 임신을 하였을 경우에는 여성은 심각한 고민을 할수 밖에 없다. 성폭행.근친에 의한 임신,그밖에 미혼모의 경우에는 경제적 환경,여러가지 사회적 환경에 의해 아이를 낳을수 없는 상황에 처할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문제에 대해서 미국의 경우도 심각한 고민을 했던 사건이 있다. 이른바 Roe v.Wade사건이다. 1973년 이문제는 미국사회을 진보와 보수 여성과 남성으로 분열시켰던 큰 사건이었다. 심하게 말하면 내란직전까지 갔다고 할수 있을정도로 큰 양진영간의 논란이 있었던 사건이다. 당시 원하지 않은 임신을 했던 맥코비라는 여성은 낙태를 금지하고 있던 텍사스 주법에 대해 여성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위헌소송을 냈다.

이 소송으로 인해 미국사회는 진보와 보수양진영간의 극렬한 대립이 유발되었다. 보수단체에서는 낙태를 극렬히 반대하였고.진보단체에서는 여성의 사생활의 자유.자기결정권을 이유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러한 진보와 보수의 극렬한 대립에 연방대법원은 고민을 할수 밖에 없었다.양쪽의 입장을 어느정도 만족시켜주어야만 극렬한 대립속에 오는 사회적 파장을 조금이나마 방지할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고민의 고민끝에  태아의 생명에 대한 주의 중요하고 정당한 이익에 관해서는 태아의 생존능력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의 판결을 했다. 즉 임산기간을 3등분하여 임신 6개월이후의 태아에 대해서만 태아의 생존능력이 인정된다고 하여 그때에 태아의 생명보호를 위한 낙태규제를 인정하였고 그이전단계에서는 낙태를 폭넓게 인정하도록 하였다. 따라서 미연방대법원은 실질적으로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춘 임신 6개월이후부터 태아의 생명권의 주체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볼수 있는 것이다.

4.낙태에 대한 사회의 공감대적 가치확립이 시급

그동안 우리사회는 미국이나 독일같이 낙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었다. 그로인해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낙태가 공공연히 자행되어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낙태문제가 공론화 되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낙태문제에 대해 국민 전체가 공감할수 있는 공감대적 가치관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불법낙태가 판을 치고 여러가지 부작용이 속출할것이다.

벌써부터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고발로 인해 낙태비용이 치솓고 보다 은밀하게 낙태가 이루어지고 있다.우리 모자보건법상의 낙태허용범위가 지나치게 좁은 것도 사실이다. 반면 모체의 자궁에 착상된 태아도 엄연한 생명권의 주체로 보호받아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또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문제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결국 이러한 상충되는 가치관사회에 양측의 입장을 모두 만족할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