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이유로 수혈거부시 부모의 죄책은?

형법여행 2010. 12. 13. 08:30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부모가 종교적 이유로 영아의 수혈을 거부해 수술이 이루어지지 못하여 영아가 사망한 사실이 밝혀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 9월6일 선천성 심기형 상태로 서울아산병원에서 태어난 이모양. 병원 측은 수혈수술이 필요했다는 진단을 내렸지만 수혈을 금기시하는 특정종교의 신도인 부모는 이를 거부했다.

병원 측은 아이의 생명이 위독하다는 판단으로 부모를 설득해 수술을 하려하였지만 부모측은 종교적 신념에 따라 수혈을 통한 수술을 완강히 거부하였고 이에 병원 측은 10월21일 법원의 진료업무 방해금지 가처분 명령까지 받아 수술을 강행하려하였으나, 이마저 물리친 이양의 부모는 아이를 서울대병원으로 옮겼으나, 이양은 1주일여만인 같은 달 29일 숨졌다. 이양의 부모는 같은 질환을 무수혈 수술로 치료한 적이 있다며 서울대병원으로 옮겼지만 정작 이양은 수술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 이사건은 다시한번 헌법상의 기본권인 부모의 종교의 자유와 영아의 생명권의 충돌의 문제에 대한 논란을 지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부모가 종교적 이유로 수혈을 거부해 영아가 사망하였다면 형법적으로 처벌가능성은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와 비슷한 사례에서 대법원은 그 부모에게 유기치사죄의 죄책을 인정하였다.

 즉 대법원은 1980년 9월24일 자신이 믿는 종교 교리에 어긋난다며 장출혈 증세가 심한 11세 딸에 대한 수혈 치료를 거부한 어머니에게 "종교적 신념을 내세워 의사가 권하는 최선의 치료방법인 수혈을 거부, 환자를 숨지게 할 권리는 없다"며 징역 1년6월에 2년을 선고했다.(79도 1387)

우리 형법 제 275조 제 1항은 유기를 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7년이하의 징역에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종교적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여 영아가 사망한 경우에 단순 유기치사죄가 아니라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많이 있다.

 즉  영아가 수술을 하지 아니하면 죽을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 부모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수혈을 거부해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부모도 영아가 수술을 받지 못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고. 또 그영아가 사망하더라도 종교적 신념에 따라 어쩔 수 없다는 의사 즉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충분히 인정되기 때문에 형법 제 250조의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부분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헌법상의 기본권인 부모의 종교적 자유와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종교적 자유중 신앙의 자유를 제외한 종교적 행사의 자유는 충분히 제한이 가능하지만 그 제한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그러나 종교적 자유를 영아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것 또한 타당하지 아니하다.

 이에 대한 해결을 모색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즉 부모의 종교의 자유를 지켜주고 영아의 생명권을 지켜줄 수 있는 그러한 방법이 없을까를 찾아야 한다.

우선 가장 먼저 고려되는 것이 서울아산병원이 취했던 방법인 진료업무방해 금지 가처분을 받아 영아를 수술하는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위에서 보았던 것과 같이 일정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다음으로 생각해볼만한 것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부모의 친권행사를 친권남용으로 보아 친권을 박탈하고 즉시 후견인을 선정하여 그 후견인의 승낙을 받아 수술을 시행하는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절차상의 시일이 걸린다는 점에서 급박한 상황에서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다소 급박한 상황에서도 즉시 친권을 박탈하여 영아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볼수 있다.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강제적으로 수술을 하는 방법이다. 이경우 그렇다면 의사의 형법상의 죄책이 문제될 수 있는데 이경우는 일종의 추정적 승낙으로 보아 의사의 위법성을 조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즉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부모가 수혈을 거부하는 것은 일종의 정당화되기 어려운 사유로 치료를 거부한 것으로 보아 친권남용으로서 영아를 위하여 승낙할 수 있는 지위를 상실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다른 후견인이나 영아의 의사에 따르면 수술에 대한 승낙을 핤것이 명백히 예견되므로 추정적 승낙이 인정되어 위법성을 조각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형법학계에서 논의되는 것이다. 이번 사안에서 안타까운 것은 영아의 생명이 위독한 경우였다면 병원에서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강행했으면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물론 법적으로 문제될 수 있겠지만 의사의 행위를 추정적 승낙으로 판단해 위법성을 조각시킬 수 있는 선례를 남겨 앞으로 이러한 경우에 영아의 생명권을 보호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사건은 결국 법정에서 그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으로 판단된다. 부모측에서는 당시 영아의 상태가 위독한 상태가 아니었고, 무수혈로 충분히 수술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고 주장하였기 때문에 그 영아의 사망과 수혈거부사이의 인과관계를 놓고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수혈을 거부하는 특정종교를 신봉하는 자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원은 영아의 생명권을 보호해주고 또 부모의 종교의 자유를 보호해줄 수 있는 근원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