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동안의 사법연수원 생활을 마치며...

좌충우돌연수원일기 2010. 12. 10. 23:29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2년간의 사법연수원 생활도 내년 1월 수료식을 끝으로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2년동안의 생활이 무척이나 짧게만 느껴진다.연수원 처음 입소할 때에는 한없이 세상을 다가진 자처럼 우쭐해하며 마치 내가 지구라도 구할 사람처럼 정의감에 불타 법을 통해 세상을 구제할 것이라는 자만심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우수한 인재들고 같이 수업을 받으며 나의 법적지식과 논리가 얼마나 빈약하고 형편없는지에 대해 깨닭고 사회정의는 커녕 좌절감에 허덕이기도 했다. 끝없이 쏟아지는 과제물에 제대로 제대로 소장도 써보지 못하고 답을 베끼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어느덧 연수원 끝자락에 와서는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처럼 나도 모르게 제법 소장이나 준비서면 흉내를 내는 모습에 스스로 놀라기도 했다.

 모든 것이 힘겹게 다가오는 순간에 나에게 조그마한 마음의 안식을 찾게 해주었던 일산의 호수공원도 이제는 안녕이다.

  고민은 계속된다. 나의 진로는 변호사이다. 하지만 의뢰인에게 신뢰를 줄 수있는 진정한 능력을 갖춘 변호사가 될 자격을 갖추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연수원 동료들이 벌써 부터 그리워진다. 이제는 동료들과의 소중했던 기억들은 영원히 추억이 되어 낡은 추억의 앨범처럼 가끔가다 그리워지는 그 것이 될 것이다. 

 요즘 나는 한마디로 백수이다. 연수원은 한참 취업전쟁이다. 연수원 취업게시판에는 변호사 채용공고가 뜨자마자 많은 연수생들이 응시한다. 나또한 벌써 여러통의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보냈다. 먼저 취업하거나 개업한 선배 기수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법률시장이 어렵다고 하고 있다.

  난 아직 모르겠다. 현실감이 들지 않는다.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으니, 지금은 백수생활을 만끽하고 있을 뿐이다. 밤늦게 까지 영화, 미드를 보고 아침 늦게 일어나고, 취업게시판에 공고뜨면 자기소개서 보내고, 집근처 산에 올라가고, 그런 일과들이 반복되고 있다.

 또하나 요즘 식물을 기르는 재미에 푹빠져있다. 산세베리아. 산호수, 킹벤자민, 테이블야자, 관음죽, 토피어리, 금전수 요즘 내가 관리하는 식물들이다. 이녀석들에게 물을 주고, 잎파리를 하나 하나 정성스럽게 닦아 내면 그렇게 맘이 편해진다^^. 녹색이 주는 아름다움이 이제 날 편안하게 한다. 자연이 한없이 그리워 지고, 흙냄새가 그립다. 그리고 고향이.....이제 나도 나이를 먹어 가는 것일까...^^

언제까지 백수생활이 지속될지 알 수 없다. 가끔은 이 백수생활이 두렵기도 아직은 이 여유로움이 좋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사랑해야지 하면서도 그러지 못한체 증오와 분노를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나 자신에 대한 증오였다는 것을 깨닭는 순간 모든 것이 평온해진다.연수원 2년동안의 기간은 나에게 법조인은 아마추어가 아니고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냉혹한 프로의 세계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그동안 아마추어의 낭만적 망상은 잊어 버려야 한다.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아야겠지...

실력이 없는 법조인은 도태될 수 밖에 없고 또 의뢰인에게도 큰 상실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도전하자. 아직은 두려워 할 필요없다.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