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생들의 순수한 사랑...

좌충우돌연수원일기 2009. 5. 17. 13:12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추적추적 처량하게 비가 내린다. 어느덧 연수원에 입소한지도 2달이 넘어 3달째 들어가고 있다. 연수원은 이제 초반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넘어 본격적인 공부모드로 들어갔다. 이제1학기 시험이 40여일도 남지 안은 상황이기 때문에 많은 연수원생들은 잠을 줄여가며 공부에 몰두한다.

한때 TV드라마의 단골소재중의 하나가 힘든 환경속에 어렵게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고시공부할때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남자친구를 위해 모든것을 희생해가며 뒷바라지 해주었던 여자친구를 합격하자 마자 매몰차게 차버리고 이른바 잘나가는 집안의 처자와 결혼해 버리는 그야말로 고전신파같은 이야기였다.

물론 지금도 그러한 경우가 없다고 단정할수없다.그러나 많은 연수원생들은 그들만의 순수한 사랑을 지켜오는 이들이 많다. 우리반의 경우를 보더라도 고시생때부터 힘들게 가꾸어온 사랑을 지금까지도 지켜가며 장차 결혼까지 약속한 이들이 상당히 많다.

대학시설부터 문득 캠퍼스를 지나가는 한여인에 반하여 적극적으로 애정공세를 펼쳐 그여인에게 힘겨운 사랑의 승낙을 얻어낸후 지금까지 7년이상을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녀석도 있다.7년이상을 사랑을 해오면서도 아직도 자신의 여자친구를 보면 설레인다는 녀석은 많은 솔로연수생들의  질시를 받고 있지만 다른한편 나도 그런 사랑을 해보았으만 하는 부러움의 시선도 있다.

다른 녀석은 고시생시절에 역시 우연히 한여인에 큐피트의 화살을 맞고 열정적으로 찾아온 사랑을 주체할수 없어 고시생시절에 결혼을 해버렸다.그러나 자신과 결혼했던 여인을 세상에서 최고로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며 자신감이 넘쳤던 이청년은 연거푸 시험에 떨어지며 세상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몸소 느껴야 했다.

그러나 그친구의 힘든 시절에 묵묵히 녀석을 지켜주던 아내가 있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거라고 다짐했지만 어느덧 자신의 아내가 녀석을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었다.연거푸 시험에 떨어지는 힘겨움 속에서도 녀석의 아내는 녀석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며 녀석이 다시 일어날수 있도록 격려해주었다. 그리고 그러한 그들의 사랑은 마침내 녀석을 합격의 길로 인도했다.그리고 지금은 그러한 합격의 결실아래 연수원 근처의 작은 아파트에서 그들의 사랑의 결실은 귀엽고 소담스러운 아이와 함께 행복에 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고 아름다운 사랑을 지켜가고 있는 또다른 녀석 아니 여인(?)도 있다.신림동에서 함꺼 고시생생활을 했던 커플이었는데 둘다 최선을 다해서 공부했지만 아쉽게도 이여인이 먼저 시험에 합격해서 연수원에 입소하게되었다.흔히들 고시생 커플중 일부만 합격하는 경우에는 깨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반은 이들커플이 해피앤딩으로 끝날것이라는 것을 100%로 확신하고 있다.

남자친구가 힘겨워 하는 상황을 알고 주말마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고생하고 있을 남자친구를 생각해 항상 고시촌을 찾아가 남자친구와 함께한다. 사랑은 변한다고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영원히 변치 않을것 같다.남자친구를 볼때마다 존경심과 세상에 이러한 남자가 또있을까 하는 경외감마져 든다는 그녀는 영원히 남자친구에 대한 콩깍지를 던져 버리지 못하고 평생 남자친구와 행복한 사랑은 만들어 낼것이다.

또다른 녀석은 고시촌에서 함께 시험준비를 하다가 자신이 먼저 시험에 합격하자 1년을 연수원 유예를 하고 여자친구가 합격할때까지 여자친구의 공부를 도와주고 힘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여자친구가 합격하자 같이 연수원에 들어와 행복한 동화의 결말같은 결혼식을 올려 알콩달콩살고 있다.

과연 우리에게 행복은 무엇일까?
치열한 삶과 경쟁속에 우리는 때로는 우리가 사는 이유를 망각한다.우리가 사는 이유는 돈을 많이 벌기위해서도 아니고 명예를 얻기 위해서도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오랫동안 살아기기 위해서이다.

 이른바 사법고시에 합격후 자신을 뒷바라지 한 여인을 배반하고 잘나가는 집안의 여자와 결혼해 버려 그 비운의 여인이 한을 품고 복수한다는 고전신파같은 드라마의 소재들..어찌보면 예전의 소수의 법조인만을 선발하던 그시대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매년 1000여명의 법조인이 양산되는 상황에서 이제 사법시험합격그자체는 자격시험합격이상의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생각한다.많은 연수원생들은 그러한 구태의연한 드라마와는 다르게 그들만의 소중하고 순수한 사랑을 가꾸어 가며.공부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