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족 늘어나는 고시촌

고시촌이야기 2008. 9. 10. 13:17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세무사 시험끝나고 합격을 확신하는지 펑펑놀며 독서실에 거의 나오지 않던 J형이 오래간만에 독서실에 얼굴을 보였다.하지만 오래간만에 얼굴을 비친 J형은 초췌한 모습이었다.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왔다.나는 반가운 마음에 한마디 건냈다.

" 형 왜 그렇게 피곤해 보여? 이제 발표얼마 안 남아서 긴장돼?"

" 아냐 그게 아냐..."

" 그럼 뭐때문에 그래? 무지 피곤해 보인다?"

" 응 어제 잠을 하나도 못잤어...;;"

 세무사 시험발표가 얼마 안남아서 그런줄 알았더니 그것이 아니란다. 그리고 형이 어제 통 잠을 못이룬 이유를 말씀해주셨다.어제도 독서실휴게실이나 피씨방등에서 대충 시간을 때우고 저녁에는 신촌에서 오래간만에 친구를 만나고 밤늦게 자신의 안식처 신림동 고시촌의 작은 고시원에 입성했다고 한다. 그리고 산꼭대기 고시원에 올라가다 보니 땀이 나서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고시원 옥상에 올라가서 서울야경을 바라보며 담배한대 피워 물고 합격하게 해주세요라고 하늘을 향해 기원후;; 내려와 침대에 편하게 누웠단다.

 침대에 누우니 피곤함이 몰려와 스르르 잠이 들려던 찰나에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창가를 타고 들려오더라는 것이다.그래서 자세히 창가를 타고 흐르는 소리를 들어 보니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다른 고시원에서 들리는 소리였단다. 그리고 그소리는 다름 아닌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소리라는 것이다....;;

 신림동 고시촌의 특성상 건물과 건물사이가 다닥다닥 붙어있고 여름이다 보니 창문을 열어 놓고 있어서 창문을 타고 들려왔던 모양이다.남녀가 오래간만에 사랑을 나누는지 참 그야말로 그 소리가 격렬하게 느껴졌단다.;; 그래도 뭐 남녀가 만나 사랑을 나누는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하면서 창문을 닫고 눈을 감으며 자연스럽게 잠을 청했단다.

 그런데 창문을 닫고 다시 스르르 눈이 감기려는 찰나에 이번에는 고시원 벽을 타고 또 남녀상열지사의 소리가 들려오더란다.이번에는 고시원옆방에서 남녀가 격렬한 사랑을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침대 맞은편 창가에서 또 고시원 옆방에서 서라운드로 들려오는 남녀상열지사에 형은 두손 두발 다들었단다. 그리고 그날밤 서라운드 입체 음향으로 들려오는 남녀상열지사의 소리를 들으며 고시원 한구석 외롭게 지내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긴긴밤을 허벅지 콕콕 찌르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는 것이다.

 J형의 약간의 과장과 유머를 첨가한 어제밤의 일화를 접하고 나와 M형,B군은 오래간만에 한바탕 크게 웃어버렸다.J형의 턱밑까지 내려온 다크써클은 안스러웠지만 오래간만에 크게 웃고 나니 그동안 쌓여 있던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신림동에도 동거하는 커플들이 많이 늘어난듯하다. 대학시설 신림동에 잠깐 있었을때에는 그렇게 많은 커플들을 보지 못했던것 같은데 직장다니다 작년부터 다시 들어온 신림동 고시촌은 대학시절의 고시촌의 모습과는 달라보였다. 같이 학원에서 분명 본 얼굴들인데 마트에서 둘이 다정하게 손을 잡고 생필품을 같이 구입한후 고시원이나 원룸에 같이 들어가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내가 살고 있는 원룸에도 바로 옆방이 이른바 동거 커플이다. 아침일찍 독서실로 출근할때나 밤늦게 독서실마치고 원룸으로 들어갈때나 남녀커플이 같이 들어가거나 같이 나오는것을 여러번 목격했다.이러한 신림동의 동거족들이 늘어나는 분위기에대해서 대체로 모두 동의 하는 모습이다.

CPA를 준비하는 M형도 자신이 사는 원룸에 최소한 동거커플들이 3쌍정도는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신림동에 오래있었던 막내 B군은 뭐 동거커플은 이제 신림동 고시촌에서 예사로 볼수 있는 현상이란다. 아무래도 혼자 공부하다 보니 외롭고 또 생활비도 많이 들어 동거를 택하는 이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외로움과 싸우며 혼자 공부하는 이들이 더 많지만 예전에 비해 동거족들이 많이 늘어난 것은 기정사실인듯하다. 남녀가 사랑하고 또 사랑하다보면 남녀상열지사도 나누고 또 동거도 할수 있고 그건 개인의 프라이버시문제라 개인적으로는 별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림동 고시촌의 원룸이나 고시원은 건축을 할때 철근도 몇개 빼먹고 벽두께도 몇센티 얇게 해 공사비 단가를 낮게 책정해 공사를 해서 그런지 몰라도 방음은 완전 제로이다. 그래서 옆방에 동거라도 하는 이들이 있으면 간간히 들려오는 남녀상열지사의 소리가 벽을 타고 생생하게 들려오니 참 J형같이 민감한 고시생들에게는 힘든모양이다...^^간혹가다 고시관련 사이트의 게시판등에 들어가보면 이런 하소연을 하는 이들이 보이니 말이다.

다행히 내가 사는 원룸은 방음은 잘되어 있는것 같다. 벽을 타고 옆에 사는 동거커플의 사랑을 나누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문에있다. 문의 두께가 너무 얇다 보니 문을 열고 나가면 간혹 들려올때가 있다. 특히 이커플의 특징은 아침에 사랑을 잘나누는것 같다. 아침에 독서실에 가기 위해 일찍 나올때 옆문에서 들려오는 상열지사의 소리를 간혹 들을 때가 있었다...;; 그래도 벽은 방음이 확실해 방에 있으면 들은적이 없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신림동 고시촌 B군의 말대로 이제는 동거족들이 많이 생겨난듯하다.그들이 동거를 하던 말던 별문제는 아니다. 성인이 된 남녀가 서로 결정해서 내린일이니 말이다.그러나 신림동 고시촌의 이러한 변화에 대학시절 잠깐 고시촌에 있어보았던 나로서는 많은 변화에 가끔 당혹스러움도 느낀다. 신림동 고시촌은 이제 고시원은 거의 산꼭대기로 올라가 버리고 개인생활이 편한 작은 미니원룸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그러한 개인적인 사생활이 가능한 원룸의 확산도 동거족들이 늘어가는 한 이유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한가지 바라는 것은 잠못드는 J형을 위해서라도 공사할때 철근좀 좀더 넣고 벽두께도 기준좀 지켜서 방음좀 확실히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오늘밤에 옆방과 창문을 타고 서라운드로 들려오는 남녀상열지사의 소리에 J형이 또 잠못드는 것은 아닌지 쓸데없는 걱정을 해본다;; 우리는 J형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독서실로 향했다. 그동안 올림픽 후유증으로 고생하던 B군은 슬럼프를 이제 극복한 모양이다. 다시 독서실에 나와 열공중이다. 그리고 모범생 M형은 항상 열공중이시다. 내년에 아마 CPA수석을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고시촌의 하루는 또 그렇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