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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무죄 판결

형법여행 2024. 8. 15. 21:51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안녕하세요. 올바른 변호사 법무법인 대운의 채희상 변호사입니다.

이번에는 제가 진행했던 소송중 기억에 남는 사건 하나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사건이 종결된지 꽤 되었지만, 아직도 머릿속에 사건의 개요와 쟁점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사건입니다. 아마도 수사단계에서부터 무죄 판결이 확정될 때 까지 5년 가까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치열하게 다투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에 이 사건을 간략히 사실관계를 각색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은 발레를 전공하고 유학까지 다녀온 후 대학에서 강사 생활을 했는데, 발레 레슨 수업을 병행하며 대학교수의 꿈을 키워왔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중년의 부모님이 자신의 딸이 발레를 전공하니 대합 입시 레슨을 해달라고 부탁했지요. 의뢰인은 부탁을 받아들여 대학 입시 레슨을 시작했습니다. 막상 레슨을 시작하고 보니 학생의 수준이 떨어져 이대로는 대학에 합격하기 어렵다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학생을 지도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학생은 대학 입시에 낙방을 했습니다. 최선을 다해 지도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의뢰인도 마음이 그랬지요. 그런데, 대학 입시에 떨어지자 학생의 부모님이 갑자기 태도를 돌변해 레슨 과정에서 학대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레슨비와 손해배상금을 주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나왔습니다. 의뢰인은 너무나 당황스러웠지요. 레슨을 열정적으로 했지만, 아이를 학대하거나 한 적은 전혀 없었는데, 아동학대라니.... 의뢴인은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어요. 그러자 결국 고소가 들어왔지요.

 

고소가 제기된 이후 의뢰인은 저희 사무실을 찾아왔고, 저희는 사건을 진행했습니다. 수사단계에서부터 고소인 측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고 증거자료를 제출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했지만, 수사기관은 수사기관의 진술만을 근거로 기소하였습니다.

 

솔직히 좀 허탈했습니다. 의뢰인도 마찬가지였지요. 그러나 법원은 수사기관과 다른 판단을 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의뢰인도 저희를 끝까지 믿고 형사재판도 함께 하기로 했지요.

 

피해자측의 주장의 요지는 간단합니다. 즉 의뢰인이 피해자 학생이 발레 동작을 잘 따라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소리를 지르며 머리채를 잡아 끌고 발로 가격하는 등 레슨 수업 20회 기간 내내 학대행위를 했다는 것입니다.

 

수사기관은 이러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모순이 없어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 학생의 진술을 부동의하여 법정에서 증인 신문을 통해 피해자의 진술이 그다지 일관되지 않고 모순되어 할 수 없다는 사정을 적극 변론 했습니다.

 

우선 피해자는 레슨을 한번도 쉰 적 없이 20회 모두 레슨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의뢰인 핸드폰의 구글 타임라인, 핸드폰 사진, 관련자의 진술 등을 통해 설날이나 추석 명절에는 예정된 레슨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 냈습니다.

 

그리고 이미 수사단계에서 제출한 레슨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법정에서 검증하는 시간을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CCTV 영상에 일부 의뢰인이 피해자의 배를 만지거나 팔을 잡는 모습 등 신체적 접촉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피해자의 주장처럼 의뢰인이 피해자의 머리채를 잡아 끄는 장면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또한 일부 신체적 접촉은 관련 교육 종사자들의 진술을 통해 자세를 교정해주기 위해 일어날 수 있는 통상적인 접촉으로 학대행위라 볼 수 없다는 진술을 이끌어 냈습니다.

 

이러한 CCTV 영상을 이미 수사기관에 제출했음에도 수사기관은 사건을 기소했던 것입니다. 물론 피해자는 일부 레슨은 CCTV 영상이 없고 영상에 잡힌 신체접촉이 자세를 교정하기 위한 것이 아닌 폭력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피해자의 진술은 전문 종사자의 진술로 이미 신빙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고 나아가 레슨 기간 내내 폭행행위 머리채를 잡는 행위가 있었다고 했는데 그러한 영상은 전혀 찾아 볼 수 없기에 그 진술은 더욱 신빙성이 결여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욱이 기소가 된 이후에야 수사기록을 복사 할 수 있기에 수사기록을 복사한 후 경찰이 작성한 수사보고서를 볼 수 있었는데, 수사보고서에는 담당 수사관이 CCTV를 보고 일부 신체접촉이 있었으나 이는 통상적인 지도 행위로 학대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기 까지 했습니다. 이처럼 담당 수사관조차 피해자가 문제제기 하는 영상을 보고 통상적인 지도행위라 판단한 것 같은데 왜 갑자기 의견이 바뀌어 기소하게 된 것인지 아직도 의문이긴 합니다.

 

어찌되었건 이처럼 CCTV 영상을 통해 피해자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는 사정을 밝혀 냈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피해자는 20에 걸쳐 지속적인 폭력과 폭언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나, 레슨 기간 동안에는 아무런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고 심지어 부모님에 조차 이를 말하지 않다가, 대학 입학 시험에 떨어지고 나서야 학대를 당했다고 부모님에 말한 사실을 부각 시켰습니다.

 

또한 실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대학 입시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다소 강도 높고 엄격한 레슨이 필요했는데, 피해자의 부모님도 이에 대해 동의하며 자신의 딸이 대학에 합격했다면 그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부모의 진술을 얻어 내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 학생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20회에 걸친 레슨기간 내내 학대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 학생의 부모가 수시로 레슨 현장을 방문하고 심지어 동영상 촬영까지 한 사실이 있음을 밝혀 냈습니다. 피해자 학생의 말처럼 레슨 기간 내내 폭언과 폭행이 있었다면 레슨 현장에 있언 피해자 부모가 이런 학대 행위를 인지했었을 것인데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피해자 보모가 촬영한 동영상에도 학대행위로 의심되는 영상을 찾아 볼 수 없었지요.

 

또한 의뢰인은 피해자 학생 이외에도 여러명의 학생을 레슨했었는데, 다른 학생이나 부모님들은 학대행위에 대한 항의 등이 일체 없었고 오히려 레슨 학생의 실력이 늘어 고마워 했었다는 점도 밝혀 냈지요.

 

이처럼 중요 쟁점을 다소 간략하게 적었지만, 여러 관련자 들에 대한 증인신문, 검증 등 절차를 진행하며 1심 재판이 거의 2년이 넘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선고 기일이 몇차례 연기까지 되었었지요. 아마도 재판부에서도 꽤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몇차례 선고기일이 연기되는 우여곡절 끝에 재판부는 마침내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장님의 무죄라는 말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의뢰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검찰은 당연히 항소했으나 항소심에서도 다행히 무죄판결이 선고되었어 재판은 그대로 확정되었고, 형사보상 청구까지 진행해 의뢰인은 일부 자신의 고통에 대한 손실을 보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의뢰인은 이 사건으로 다니던 직장도 잃고 몇 년간 악몽과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악몽과 같은 시간을 돈 몇푼으로 보상받을 수 없겠지요. 하지만 실체적 진실을 법정에서 밝혀내지 못하고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도 부지기수인바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 다행스러운 일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