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킥 고영욱과 쓸쓸한 젊은날의 오버랩

고시촌이야기 2011. 12. 13. 07:00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간만에 일찍 퇴근하여 티비를 보았다. 티비에는 '하이킥3'가 하고 있었다. 과거 하이킥 1,2는 재밌게 보았던 기억이 있지만, 최근에 방영한 하이킥3는 바쁜 업무탓인지, 재미가 없어서 인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

  오래간만에 본 하이킥3에서는 고시생으로 출연하는 고영욱의 슬픈 이별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잘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쓸쓸한 고시생 고영욱,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기에 사랑하는 이 앞에서도 당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고영욱은 절에 들어가기전 사랑하는 박하선을 위해 아르바트를 해서 번 돈으로 이것저것 준비하며 최선을 다하지만 박하선은 불편해한다. 그리고 자신이 박하선이 자신이 없는 자리에 더 행복감을 느낀다고 생각하고, 결국 박하선을 떠난다.

아무것도 잘하는 것이 없지만 참는거 하는 잘하는데.....라며 쓸쓸히 떠나는 고영욱을 바랍며 내 젊은날의 기억이 오버랩되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아마도 지난날의 나의 모습이 고영욱의 모습과 너무나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릴적부터 특출나게 잘하는 것이 없었던 나....그나마 공부는 좀 하는 편이었지만, 그것도 남들에게 자랑할 정도의 것은 아니었다...그러나 내세울 것이 없었기에, 세상에 맞서 싸울 용기가 없었기에 나는 고시생의 모습으로 신림동에서 수년간을 방황했다.

세상은 젊은이들에게 눈을 낮추어라, 평생을 고시생으로만 살거냐며 비아냥 거리지만, 젊은이들이 살아가기에 세상은 무정하기만 하다. 대학에 들어가면 행복이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하였지만, 대학등록금 걱정에 젊은이들은 캠퍼스의 낭만을 누려보지도 못한 채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고, 대학을 졸업해도 그들을 만족시킬 일자리는 없어, 수년간을 고시촌이나, 독서실을 배회하게 하는 고등룸펜으로 만들어 버린다.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세상은 그렇게 잔혹하게 다가 오는 것이다.

 신림동에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어느정도 자신감이 있었지만, 시간이 흘러가면 갈 수록 세상에서 고립된 채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점점 작아지는 내 모습을 쓸쓸히 나는 바라보아야만 했다. 그러나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나지 못하고 더욱 깊숙히 신림동 고시촌에 빠져들어야만 했던...슬픈 기억.....

점점 사라지는 희망과 자신감 속에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을 마음속으로 보내고 이별해야 했던 쓰디쓴 젊은날의 기억이 자신감 없는 고시생 고영욱과 오버랩되며 한때 잊고 있었던 신림동 고시촌의 차가운 늦 가을바람아래 쓸쓸히 불합격 통보를 받고 흐느껴 울던 나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어찌어찌하여 신림동 고시촌의 차가운 터널을 탈출할 수는 있었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삶은 가혹하고 힘겹게 다가온다. 해소될 것 같지 않은 빈부의 격차속에 개천의 용은 실종된지 오래고, 많은 젊은이들의 허울뿐인 비정규직의 굴레에서 88만원인생이라는 비참한 소리를 들으며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가고 있다.

특히 신림동 고시촌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몇몇 선배들과 후배들을 바라볼때 나의 쓰라린 가슴은 더욱 아파온다. 오래간만에 본 티비프로그램이 내 가슴속에 깊이 간직한 트라우마를 건드려 놓았다. 


  우리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자신감 없고 희망을 찾을 수 없는 고영욱 같은 슬픈 아픔을 가진 젊은이들은 어디로 가야만 하는 것일까...고영욱처럼...그렇게 절로, 고시촌으로,,도서관으로....비정규직으로...그렇게 떠나야만 하는 것인가...

웃자고 본 '하이킥3'가 이렇게 슬프게 다가올 줄이야.. 내일 재판을 위해 늦은 밤까지 기록을 보고 증인신문 사항을 준비해야 할 나는,,,오늘 쓸쓸히 떠나는 고영욱의 모습과 방황하던 내 젊은날의 모습의 오버랩에....오랫동안 잠을 못이룰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