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의 대략적인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의뢰인은 조선족 동포로 청소일을 하기 위해 매일 버스를 타고 직장으로 갔습니다. 사건 당일에도 의뢰인은 버스를 타고 출근했는데, 버스안에서 20대 초반의 여성 뒤에 밀착해 성기를 비비는 등 여성을 성추행했다며 고소하여 수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즉 의뢰인의 혐의는 버스에서 추행이 이루어진 것으로 공중 밀집장소에서의 추행이라 할 것입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는 대중교통수단, 공연ㆍ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公衆)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그 혐의가 인정되어 기소되면 범죄의 정도에 따라 실형의 선고도 가능한 사안이었습니다.
의뢰인은 자신은 절대로 버스에서 여성을 추행한 일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하였고, 이에 본 변호인은 사건을 면밀히 검토하여 대응하였습니다.
2. 변호인의 대응
여러분들이 아는바와 같이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수사기관에서는 강제추행을 입증할 특별한 증거가 없어도 피해자의 진술만 어느정도 일관되면 그 진술이 진실이라는 전재하에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이와 반대되는 증거를 제출하지 않으면 그 범죄혐의를 인정해 기소하는 것이 실무상 관례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이 사건도 피해자가 버스안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해 그 진술의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커 피의자측이 알리바이를 입증하지 않으면 기소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사안을 면밀히 검토하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했습니다.
이 사건은 다행스럽게도 버스에 당시 상황이 녹화된 CCTV영상이 남아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의뢰인이 피해자의 엉덩이에 밀착해 성기를 문질렀다고 진술하였는데, CCTV 영상에는 피해자의 머리와 상체 중 어깨까지 장면만이 확인되었을 뿐, 성기를 문지르는 장면이 없었습니다.
이에 수사기관은 피해자가 움직일 때 의뢰인도 함께 움직이는 장면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의뢰인이 피해자의 몸에 밀착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했으나, CCTV 영상을 자세히 분석하면 의뢰인이나 피해자 뿐만 아니라, 다른 승객들도 버스가 흔들림에 따라 같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즉 다른 승객들도 버스가 흔들림에 따라 같이 움직이고 있었던 것으로 이를 가지고 의뢰인이 피해자에게 밀착해 강제 추행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는 의뢰인이 버스를 타고 얼마 뒤부터 피해자 몸에 밀착해 성기를 계속 밀착시키고 발기가 되어 있었는지 몸에 강하게 밀착되어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 진술처럼 의뢰인이 발기된 성기를 꽤 오랫동안 밀착시키고 피해자가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면 당시 버스에는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있던 상황으로, 의뢰인을 피해 다른 공간으로 이동했어야 할 텐데, 피해자는 자리를 떠나거나 구조를 요청하지 않고 특별한 표정 변화 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또한 피해자는 의뢰인의 발기된 모습을 직접 보았다고 진술했는데, 당시 의뢰인은 통이 넓은 옷을 입고 있어 발기가 되었더라도 그 발기된 모습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이렇게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되자 이후 피해자는 의뢰인의 행동에 대해 긴가민가 하다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추행을 확인하고 화를 내며 뒤를 돌아보았다고 진술을 바꾸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의뢰인의 성기가 발기되었다는 것을 느꼈다면 바로 추행을 인식했어야 할 것인데, 시간이 지난 후에야 추행임을 알았다는 진술 변경은 피해자를 더욱 믿을 수 없게 만드는 것입니다.
또한 당시 CCTV 영상에 의하면 의뢰인은 버스에서 내릴 때 까지 휴대폰으로 영상을 시청하고 있었기에 피해자의 존재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을 밝혀냈습니다.
3. 무혐의 처분
다행스럽게 검찰은 이러한 변론을 받아들여 피해자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하였고 실체적 진실이 다행스럽게 밝혀져 의뢰인도 안도의 한숨을 내쉰 사건이었습니다. 의뢰인이 이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실형을 선고받게 되면 중국으로 추방될 수도 있었기에 걱정이 많았는데,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자 무척 기뻐했던 기억이 났던 사건으로 저로서도 뿌듯한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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