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들어 너무 바뻐 쉴 틈이 없었다. 평일에는 최소한 11시까지 사무실에서 두꺼운 기록과 씨름하다 녹초가 되어 퇴근, 그래도 일이 밀려 주말에도 출근.......하지만 밀린일의 양은 줄어 들지 않는다. 간신히 재판 기일 전날에 서면을 작성하여 마감에 쫓기는 작가처럼 법정에 당일 제출하는 일들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하루살이 인생같은 느낌이랄까....

  왜 이렇게 바빠진 것일까....그래서 내가 담당하고 있는 사건수를 세워보니..이건 뭥미.....75건......지금까지 내가 담당하고 있는 사건수를 정확히 세어보지 않고 그져  40건이나 50건 사이겠지 하고 추측만 했었는데,,,75건이란다......75건...내가 우리법인 탑이다. 사건 담당수로는.....;; 이제야 내가 그토록 바빠진 이유를 알겠다.....보통 한 변호사당 적절한 사건수는 30건이라고 한다. 그리고 좀 많이 배당받는다 싶으면...40건, 50건.....그러나 난 그 한계치를 뛰어 넘은 75건이란다.........그러니까 당연히 바쁠 수 밖에 없겠지....

당장 사무실을 박차고 나와 머리속에 가득찬 사건들의 향연을 끝내고, 에메랄드 빛 몰디브 해변에 내 몸을 맡기고 싶건만, 난 여전히 날 괴롭히는 사건들과 함께 고통스러운 왈츠를 추고 있다.

  오후에 있는 의정부 재판을 마치고 재빨리 사무실에 들어가 밀린 서면을 쓰려고 했건만, 2시 30분 예정인 재판은 앞에 사건진행이 밀려 3시 20분이 넘어서야 끝나고, 부랴부랴 차를끌로 사무실로 향하였건만,오늘따라 길은 왜 이렇게 막히는 것인가?, 짜증이 밀려오고 내 고운 입속에서 나도 모를 아름다울 쌍욕을 뱉어 낸다. 간신히 사무실 근처에 도착하니 벌써 5시가 다 되어 가고, 몸도 마음도 이미 지쳤다. 일할 의욕도 사라졌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핸들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그래도 이번주는 주말에 출근 안할거다라고 굳게 다짐했다. 물론 다음주 밤을 세워야 할 지도 모르겠지만...꿈속에 아름다운 몰디브 해변이 날 맞이해주길 굳게 기원한다. 출렁이는 파도소리에 스르르 잠이 드는 나의 낙원 몰디브여....언제 나의 낙원은 길을 열여 줄 것인가, 저 어둠의 괴물같은 사건들로부터 나를 구원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