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매매 실행의 착수 시기와 무혐의 처분

마약범죄 2024. 5. 3. 15:15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필로폰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마약류이다. 따라서 필로폰 매매와 관련된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필로폰 등의 향정신성의약품을 매매, 알선, 수수, 사용, 관리, 투약, 제공한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

이처럼 필로폰 매매 범죄는 꽤 중하게 처벌하고 있는데, 매매로 처벌받기 위해서는 일단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어야 한다. 그 매매행위의 실행의 착수가 없다면 매매로 처벌받기 어렵게 된다. 그렇다면 언제를 실행의 착수로 볼 수 있을까? 필로폰 거래에 대해 서로 대화를 나눌 때? 매도인이 매수하려는 자의 청약을 수락할 때? 아니면 매매대금을 지급할 때? 그 실행의 착수시기를 언제로 인정할지 여부에 따라 처벌여부가 달라지기에 실행의 착수시기 인정여부는 중요한 쟁점이 된다.

 

이에 대해 제가 진행했던 사건 중에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정을 밝혀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이 있어 간단히 이 사례를 알아보겠다.

 

이 사건의 당사자는 사업실패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다가 마약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처음 필로폰을 접해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자였다. 그러나 한번 중독된 마약의 유혹은 쉽게 뿌리칠 수 없었다. 마약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어느 순간 다시 필로폰이 떠올랐고 자신도 모르게 텔레그램에 접속해 마약 판매상을 찾았다. 마약상은 자신이 고품질의 필로폰을 가지고 있는데 저렴한 가격에 주겠다며 필로폰 매수를 유혹했고 결국 당사자는 그 유혹에 넘어가 필로폰을 매수하기로 하고 200만원에 해당하는 비트코인을 송금했습니다.

그런데 코인을 보내면 필로폰이 은닉된 곳의 좌표를 알려주겠다는 판매상은 이후 핑계를 대며 좌표를 보내주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의뢰인의 범죄 혐의가 포착되어 수사를 받게 된 사안이다.

 

의뢰인이 필로폰 매매를 위해 텔레그램에 접속해 판매상을 물색하고 그 대금까지 주는 등 필로폰 매매를 시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실행의 착수를 인정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사건 당시 대법원은 마약류 판매의 실행의 착수 시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었다.

 

마약류 매매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매매행위의 실행의 착수가 있어야 할 것인데, 마약류를 매수하려는 사람이 마약류 구입을 권유하는 사람에게 그 대금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당시 대금을 지급받은 사람이 마약류를 소지 또는 입수한 상태에 있었다거나 그것이 가능한 매매행위에 근접·밀착한 상태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 이러한 대금 지급행위는 매매의 예비행위로 볼 수 있을 뿐 마약류 매매행위의 실행의 착수에 이른 것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2392 판결, 대법원 2015. 3. 20 선고 201416920 판결 등 참조)

 

이처럼 법원의 판례에 의할 때 마약을 매수하려는 자가 판매상에게 그 대금을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대금을 지급받은 사람이 마약류를 소지 또는 입수하지 않고 있거나 매매행위 근접하거나 밀접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매매행위의 실행의 착수에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에 본 변호인은 위 판례에 비추어 볼 때 의뢰인이 매매대금을 보낸 것은 사실이나 판매상이 대금만 받고 대금 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판매자가 필로폰을 소지하고 있거나 소지할 수 있는 상황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변론해 결국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정을 인정받아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필로폰 매매범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었는데 처벌을 면할 수 있어 다행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분은 필로폰의 유혹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필로폰은 한번 투약하면 그 중독성이 너무나 심해 벗어나기 힘든 마약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정신적으로 힘들고 괴로워도 마약류를 접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의뢰인도 이 사건을 계기로 강한 단약의지로 중독치료를 성실히 받아 마약에서 벗어난 삶을 살았으면 하는데 어디서 어떠한 삶을 살고 있을지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