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음주문화는 세계적이라고 할 수 있다. 회식이 있으면 3차, 4차 까지 가는 것이 기본이고, 다양한 폭탄주의 제조방법이 넘쳐나며 술을 부어라 마셔라 한다. 우리나라는 유독히 음주에 있어서는 관대하다. 형사재판에  있어서도 술을 먹고 실수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면 관대하게 용서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음주문화에 대한 관대함이 변하고 있다.

 

  사법기관은 주취폭력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약속하며 대대적인 주취폭력을 단속하고 있고, 회사의 끝까지 달리는 회식문화도 바뀌고 있다. 더이상 술을 마시고 실수로 그랬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 사회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사회는 술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마시고 이와 관련된 각종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술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마시고 용감하게 음주운전을 하여 사람을 다치게 하고, 때로는 무엇이 그렇게 억울한지 술의 힘을 빌려 폭행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사회는 술로 인해 고통을 당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한 피해자는 당연히 술에 취해 사고를 친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구하거나 형사 고소를 통하여 형사처벌을 요구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렇게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을 판매한 술집주인은 전혀 책임이 없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생각해보면 술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마시고 폭력을 행사한 사람이 책임이 있지 술을 판매한 술집 주인이 무슨 죄가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하기에 우리나라에는 술을 판매한 술집주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법률이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미국은 오래전부터 술에 취한 고객에게 술을 계속 판매하여 그 고객이 교통사고를 내거나 폭행 등을 저지른 경우 그 피해자가 술집주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미국의 대부분의 도시들은 조례로서 술에 취한 술을 계속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조례를 Dramshop Act라고 한다. 

 

따라서 위와 같는  Dramshop Act가 제정되어 있는 도시는 당연히 그 술로 인한 피해자도 술집주인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또 미국은 한발 더나아가 위와 같은 법규가 제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술집주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판례도 있다(ono v Applegate, 612 p. 2d 533).뿐만 아니라 미국법원은 고객 자신이 술집주인이 판매한 술을 마시고 사고를 당한 경우에도 일정한 경우 술집 주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의 위와 같은 법규와 판례에 의하면 술집 주인은 무서워서 술도 제대로 팔지 못할 듯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재 무절제한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지출이 너무나 크다. 대학 신입생 들은 학기가 시작되는 초기에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가정을 지켜야할 중년의 가장들은 과도한 음주로 인하여 가장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기도 하고, 주체할 수 없는 술로 인하여 폭력을 휘둘러 사람을 다치게 하고,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술취한 고객을 제지하지 아니하고 술을 판 주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미국의 Dramshop Act를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게 일정부분 도입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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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접촉사고 후 도주 처벌가능할까?

형법여행 2011. 1. 6. 12:08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살다 보면 가끔 황당하고 기분나쁜 일을 겪을 때가 있다. 그중에 하나가 주차장에 주차해놓은 그것도 새로 구입한지 얼마 안되는 귀한 차를 누가 긁어 놓고 아무런 연락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경우일 것이다.

 이른 아침 멋드러지게 새로나온 신형 중형차를 운전할 마음에 들떠 상쾌한 기분으로 주차장으로 향하다 눈에 확 들어오게 누군가의 차에 의해 긁힌 자국을 보면 어느덧 상쾌한 기분은 사라지고 입에서는 나도 모르게 욕설이 본능적으로 나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두번 겪어 봤을 일이다. 특히 주차장에서 이런 접촛사고가 빈번하고 그나마 예의바른 사람들은 접촉사고후 연락이라도 주는데 일부 몰염치한 사람들은 단순 접촉사고의 경우는 아무런 통지없이 그냥 사라지는 것이 부지기수다.

 그렇다면 이렇게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은 사람을 처벌할 수는 없을까?

뺑소니에 해당될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뺑소니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 3에 규정되어 있는 범죄이다. 

 
한마디로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이 죽거나 다치게 되었음에도 이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경우에는 그 사람이 사망에 이른경우는 무기징역 또는 5년이상의 유기징역에 또 상해에 이른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상의 벌금에 처하는 범죄이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말하는 뺑소니는 인명사고 후 도주한 경우에 처벌되는 범죄이다. 단순 주차장 접촉사고 후 도주한 경우는 이 법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

도로교통법으로 처벌이 가능할까?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처벌이 불가능하다면 도로교통법상으로 처벌이 가능한지 문제된다.

우선 고려되는 것이 도로교통법 148조(사고 후 미조치)로 처벌이 가능한지가 문제된다.
우리 도로교통법 제148조는 교통사고 후 아무런 조치도 없이 도주하는 경우를 처벌하고 있다.


그리고 두번째로 고려될 수 있는 것이 도로교통법 제151조의 재물손괴로 처벌이 가능한지 여부이다. 재물손괴죄는 고의범으로 과실범은 원칙적으로 처벌할 수 없으나 우리 도로교통법 제 151조는 예외적으로 과실로 인한 재물손괴를 처벌하고 있다.


자 이렇게 도로교통법에서 교통사고 후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하거나 다른 사람의 차를 과실로 손괴한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니 주차장 접촉사고의 경우도 충분히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나의 고귀한 새차를 긁고 도망간 사람을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하지만 도로교통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한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그 사고가 도로에서 벌어진 사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차장 특히 아파트 지하주차장 백화점 지하주차장 등이 도로교통법상의 도로에 해당될까?

이에 대해 우리 판례는 도로교통법 상의 도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도로라 함은 도로법에 의한 도로, 유료도로법에 의한 유료도로 그밖의 일반 교통에 사용되는 모든 곳을 말하고, 일반교통에 사용되는 모든 곳이라 함은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량의 통행을 위하여 공개된 장소로서 교통질서유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교통경찰권이 미치는 공공성이 있는 곳을 의미하며, 특정인들 또는 그들과 관련된 특정한 용건이 있는 자들만이 사용할 수 있고 자주적으로 관리되는 장소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2000두6909)

다소 어려운 말처럼 보이는데 쉽게 설명하면 불특정 다수인이 사용하고 일반 교통경찰권이 미치는 것은 도로교통법상의 도로에 해당하지만 특정인들만이 사용하고 특정인들을 위해 자주적으로 관리되는 곳은 도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파트 지하 주차장 백화점 주차장 등은 도로에 해당할까?

아쉽게도 도로에 해당하지 않는다.

아파트 주민들이 자주적으로 관리하는 아파트 구내 노상 주자창에 주차된 차량을 아파트 구내 지하주차장으로 옮기기 위해 운전한 경우, 운전한 장소가 도로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경찰관의 주취측정 요구에 불응한 경우 음주측정불응죄가 성립되지 않는다.(99도2127)

아파트 주차장은 도로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례이다. 이유는 아파트 주차장은 차단기 등이 설치되어 일반적으로 아파트 입주민 등만이 사용되고 그 이외의 차량은 출입이 통제되고, 또 아파트 측에서 출입통제 등 자주적으로 관리하여 일반적인 교통경찰권이 미치는 도로에 해당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백화점 지하 주차장도 같은 이유로 도로가 아니다.

결론은 아파트 주차장 등에서 접촉사고 후 도주한 자를 처벌할 수 없는 안타까운 사태가 발생하고 만다. 이에 대해 판례가 도로의 개념에 교통질서 유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교통권이 미치는 곳을 요건으로 포함시켜 대학구내 등에 경찰권이 미치지 못한 다는 이유로 음주, 무면허 등을 처벌하지 못하게 하여 인명피해의 위험성과 형평성상 부당하고, 도로교통법 문언의 범위를 벗어나는 해석이라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판례의 도로의 개념에 대한 정의는 변경되지 않았다. 결국 주차장에서 내차를 긁고 도망간 파렴치 한 자에 대한 형벌적 처벌은 불가능한 안타까운 사태가 초래된다. 새차를 사신 분들은 조심조심하는 길밖에 없다.물론 미세하게 차량이 긁힌 정도에 불과한데 형벌로 처벌한다는 것도 무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민사적 책임, 보험책임은 충분히 물을 수 있기 때문에 cctv를 뒤져서라도 차를 긁고 도망간 자를 찾아야 만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사고를 낸 사람이 스스로 상대방에게 연락하여 변상해주는 자동차 에티켓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