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함속에 긴장감이....

좌충우돌변호사일기 2015. 2. 8. 09:00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2월 첫주가 마감되어 간다. 2월은 다행히 법원인사이동, 설날 연휴 때문인지 재판기일이 별로 잡히지 아니하여 그나마 여유롭다. 2월 첫주도 재판이 전혀 없어 오래간만에 사무실에서 망중한을 즐겼다. 재판이 없고, 다른일도 없으면 미루어 두었던 판례공부도 하고, 민법책도 다시 한번 보고 싶건만 마음과 같이 되지는 아니한다.

  그러나 금요일 중요한 재판의 선고기일이 예정되어 있어, 마음이 한없이 여유롭지는 못했다. 시가 130억 상당의 마약 밀수사건에서 필로폰 판매책 물색 및 자금책 역할을 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맏아 진행을 하였다. 피고인은 자신은 절대로 필로폰 밀수 사건에 관여한바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다른 공범들 또한 억울함을 호소하며 무죄를 다투었지만 다른 공범들은 이미 징역 10년, 5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형사사건을 여러번 해보면, 이 피고인이 진정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인지, 변명으로 일관하는 것인지를 대충 감으로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피고인을 여러차례 접견하면서 이 피고인이 진정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구나 하는 확신을 가졌다. 그러나 알리비아 입증이 용이하지 아니하였다. 오히려 총책의 출입국 일자와 유사한 피고인의 출입국 내역, 피고인이 송금한 돈의 일부가 공범의 항공권 구매 자금등으로 사용되는 등 일부사항은 우리측에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더 고민이다. 차라리 자신이 죄를 저지르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그런 피고인을 변호하는 것이라면 유죄판결을 받아도 마음이 편하다. 그러나 진정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고인의 사건은 심적으로 괴롭다. 특히 사건의 진행이 점점 어려워지는 경우는 나로 인하여 이 무고한 피고인이 엉뚱한 처벌을 받지 아니할까 하는 괴로움이 나를 잠못이루게 한다.

피고인을 필로폰 판매책 물색 역할을 했다고 유일하게 진술한 이에 대한 증인신문은 생각보다 잘 진행되지 아니하였고, 사실조회 결과도 미흡했다. 피고인을 위한 최후변론을 하며 목소리가 떨려옴을 느꼈다. 피고인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고, 미흡했다고 생각했기에 그러했던 것 같다.

선고기일 약 2주전을 앞두고 변론요지서를 작성했다. 마지막 희망은 변론요지서 뿐이었다. 다시 한번 기록을 차분차분 한글자도 놓치지 않고 보려고 했다. 유일한 증인 진술의 신빙성 결여, 피고인의 알리바이 입증, 주범의 도주, 공범들의 피고인 관련성 부정 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며 약 4일에 걸쳐 신중하게 50여 페이지에 이르는 변론요지서를 신중하게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그리고 선고기일 아침, 과연 무죄가 선고될 수 있을까, 유죄가 선고되면 피고인의 그 좌절 스러운 모습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하는 긴장감이 맴도는 아침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다행스럽게도 무죄를 선고하였다. 변론요지서에 기재된 우리측 주장과 증거를 대부분 인정해 주었다.휴....하는 한숨이 나왔다.재판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진실은 그 당사자만 알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자신이 진실하면 재판에서 그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현실은 상당수의 진실이 재판에서 밝혀지지 못하고 어두운 그늘 속에 잠들어 버린다. 그나마 이번 사건에서 그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조그마한 노력의 결과가 이루어져 한숨을 돌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