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의 휴가

좌충우돌변호사일기 2011. 7. 28. 09:21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이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지도 6개월이 넘어서고 있다. 이제 어색하게만 느껴졌던 법정도 적응이 되고 있다. 6개월의 기간동안 어려운 사건에서 짜릿한 승리의 기쁨도 보았고, 뼈저린 패배의 아픔도 느꼈다.

  변호사의 업무는 과중한 편이다. 보통 변호사들은 오전 9시나 10시경에 출근해서 오전 오후는 재판준비나 재판에 참석하고 재판을 마치고 와서는 다시 재판을 준비하기 위해 서면을 쓰거나 기록을 분석한다.

  나같은 경우는 보통 오전 9시 30분 경까지 출근해서 기일이 잡힌 재판에 참석을 하고 재판을 마치고 사무실에 오면 법률자문 계약을 체결한 회사에서 법률자문 질의를 해온 질의서가 2건정도 와 있어 급하게 의견서를 작성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게 의견서를 작성하면 어느덧 퇴근시간인 오후 6시가 다가오지만, 칼퇴근은 꿈꿀 수 없다. 다음기일 재판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6시에 맞추어 동료 변호사들과 저녁식사를 급하게 하고 다시 사무실에 와 다음 재판을 위해 상대방이 제출한 서면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반박서면이나 새롭게 들어온 사건의 의뢰인과 상담을 하고 소장 등을 작성한다. 

나의 실질적인 업무는 실질적으로 오후 6시 이후에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과시간에는 재판진행, 기타 잡무 등으로 서면 작성 등의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야근을 시작하면 운좋게 일찍 일을 마치면 저녁 9시, 늦게까지 일하면 보통 10시 혹은 11시경에 업무를 마칠 수 있다. 급한 업무가 있으면 당연히 퇴근시간은 더욱 늦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업무가 밀리면 주말에도 출근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변호사에게도 여름 휴가는 있다. 변호사의 여름휴가는 법원의 여름휴가와 일치한다. 보통 법원의 경우 7월 마지막 주와 8월 첫째 주, 즉 2주간에 걸쳐 판사 및 직원들의 여름휴가를 위해 대부분의 재판을 쉰다. 즉 여름휴가를 위한 휴정기간이다. 이에 맞추어 변호사들도 대부분 휴가를 잡는다. 각 로펌 변호사들은 2개의 팀으로 나누어 일주일간 휴가를 잡는다. 

  변호사들이 1년 중 유일하게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기간이다. 이 기간에는 출근을 하여도 법원에 재판이 없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른바 칼퇴근도 할 수 있다. 아마도 변호사들이 1년 중 가장 기달려지는 시기가 이 시기가 아닐까 한다. 변호사들은 업무스트레스가 상당히 심한 편이다. 재판에서의 결과에 따라 의뢰인들의 일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재판의 진행과정에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상상 그 이상이다. 어려운 사건의 경우 항상 그 사건이 머리에서 맴돌고 어떻게 상대방의 논리를 깰까, 우리에게 보다 유리한 판례는 없을까 등등 사건의 잔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러한 업무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변호사들에게 일주일 간의 휴가는 그 무엇보다 달콤한 것이다. 

   변호사들은 휴가 기간에 대부분 여행을 떠난다. 선호하는 지역은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동남아의 휴양지나 유럽 등등이다. 그러나 그 휴가 기간에도 갑작스럽게 기일이 잡히거나 하는 경우에는 휴가를 접고 재판에 참석해야 한다. 나같은 경우는 이번주가 휴가 기간인데 금요일날 급작스럽게 사전처분의 심문기일이 잡혀 재판에 출석해야만 한다. 보통 휴가 기간에 재판 기일이 잡히는 경우는 상대방 변호사의 동의를 받아 기일 연기신청을 하고 재판부도 변호사들이 유일하게 쉴 수 있는 기간임을 참작하여 기일 변경 신청을 허락해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의뢰인의 의사가 중요하다. 의뢰인이 조속히 사건을 종결시키기를 원하여 기일변경을 원하지 않는 경우는 당연히 재판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 금요일에 진행하는 사건도 의뢰인이 재판을 진행하여 줄 것을 원하기에 기일변경을 신청할 수 없었다.
 
  변호사들의 일주일 간의 휴가는 다른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오래만에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일주일 간의 휴가가 끝나면 다시 밀려있던 폭풍같은 재판과 업무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