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고시생과 헝그리 고시생의 하루

고시촌이야기 2008. 9. 23. 07:32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서울대 주변 각종 고시학원과 고시원.미니원룸들이 모여있는 신림9동과 2동을 아우르는 영역을 우리는 신림동 고시촌이라고 부른다. 신림동 고시촌에는 사법시험.행정고시.공인회계사.세무사등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청운의 꿈을 안고 모여드는 곳이다.
 
 그러나 IMF이후 빈부의 격차가 눈에 띄게 늘어난것처럼 이곳 신림동 고시촌의 모습도 빈부의 격차가 보인다. 이른바 집안에 여유가 있는 럭셔리 고시생과 그렇지 못한 헝그리 고시생의 삶은 그야말로 천지차이다.


럭셔리 고시생의 하루

 강남에 살거나 혹은 집안에 좀 여유가 되는 럭셔리 고시생의 하루는 한마디로 공부할맛나는 하루이다. 그들 혹은 그녀들은 집이 강남쪽에 있는 경우는 직접 자신의 차를 끌고 신림동 독서실로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그들의 차는 국산 중형차이거나 일본의 도요다의 렉서등도 있다. 개인적으로 본차들은 한 여자 고시생이 독일의 폭스바겐을 타고 독서실을 출퇴근하는 경우를 본적이 있다. 얼굴도 이쁘게 생겼던데 많은 여자 고시생들의 질투의 대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얼굴도 이쁘지 공부도 잘하지 집안도 여유롭지 그야말로 행복자체일것이다.

 집이 먼곳의 럭셔리 고시생들은 신림동의 원룸에서 생활한다. 평범한 고시원형태의 미니원룸이 아니라 집면적이 15평이상되는 드럼세탁기.에어컨등 모든 편의시설이 갖추어진 대형원룸에서 전세 5000만원이상을 주거나 .월세 60만원 이상을 주며 편안하게 머문다.혹은 근처 아파트를 통채로 전세로 얻어 사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럭셔리 고시생들은 최고급독서실에 출근해 공부를 시작한다. 신림동 고시촌의 독서실은 이러한 럭셔리 고시생들을 겨냥한 최고급 독서실들이 속속생겨나고 있다.보통 신림동 고시촌 독서실의 가격은 10만원에서 12만원 사이가 대부분인데 최고급 독서실의 가격은 18만원이상을 호가하는 곳들이 많다. 이러한 최고급 독서실은 그야말로 쾌적한 환경을 자랑한다.모든 화장실에 비데는 기본적으로 설치되어있고.독서실책상안에 동영상강의를 듣기 쉽도록 최신형 LCD모니터를 장착한 컴퓨터가 설치되어있다. 또 책상도 이른바 스터디형 책상으로 상당히 넓직하여 공부하기가 상당히 편하다.그리고 각 열람실마다 최신식 공기청정시스템이 갖추어져 신선한 공기가 공급되는 쾌적한 곳에서 공부를 한다.

 독서실안에는 간단한 운동을 할수 있도록 헬스시설이 갖추어져있고 샤워실 또한 갖추어져있다. 그리고 휴게실에는 대형 평면티비와 안락한 소파 수면실등이 갖추어져 편안한 휴식을 취할수 있다.

 그렇게 최고급 안락한 독서실에서 공부를 한후 럭셔리 고시생들은 식사를 한다.식사는 그들도 대부분 고시식당에서 식사를 하지만 이미 고급입맛에 길들여진 그들에게 싸구려 식자제를 사용하는 고시식당이 입맛에 맞을리 없다. 따라서 고시식당 음식에 질리면 그들은 서울대 입구역에 있는 아웃백,빕스등의 패밀리레스토랑이나 씨푸드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식사를 한다. 식사후 테이크아웃점에서의 디저트로의 커피나 생과일 쥬스도 잊지 않는다.

 식사를 마치고 그들은 다시 쾌적한 최고급 독서실로 향한다. 그러나 일부 럭셔리 고시생들은 과외를 받으러 떠난다. 최근 신림동 고시촌도 과외가 유행하고 있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연수원생들을 선생님으로 하여 한달에 몇백만원이상의 고액의 과외료를 지불하고 연수원생들의 생생한 합격비법을 전수받고 있는것이다.이렇게 우수하게 합격한 연수원생들의 합격비법을 1:1과외로 전수받으니 그들의 합격률은 점차 증가할수 밖에 없다.

 연수원생과 함께 한 고액과외를 마치고 밤이 되면 럭셔리 고시생들은 체력단련을 위해 근처의 헬스클럽으로 향한다.한달에 약 4만원에서 5만원이 하는 시설에서 쾌적하게 갖추어진 각종 운동기구들로 열심히 땀을 흘리고 시원한 샤워를 한후 60만원짜리 원룸으로 향한다. 그러나 이미 한밤중이 되고 운동도 열심히 했으니 배속이 출출하다는 신호를 해온다. 그러면 그들은 출출함을 해결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일식초밥집에가서  전문일식요리사들이 맛있게 만들어준 9000원짜리 연어초밥이나 사케를 한잔하며 하루 일과를 마친다.그리고 강남에 사는 고시생은 애마 폭스바겐을 타고 집으로 향하고 쾌적한 고급원룸에 사는 이들은 원룸에 들어가 시원한 에어컨을 틀어놓고 달콤한 꿈나라에 빠진다.


헝그리 고시생의 하루

 헝그리 고시생의 하루는 신림9동 산꼭대기에 위치한 15만원짜리 닭장같은 고시원에서 시작된다. 최근에 신림동도 개인생활을 중요시하여 사생활이 보장되는 미니원룸들이 대세를 이룬다. 그러나 신림9동이나 2동 꼭데기에는 아직도 고시원이 많이 남아있다. 돈의 여유가 없는 가난한 고시생들의 마지막 안식처이다. 대부분 15만원정도의 저렴한 가격을 자랑한다. 그리고 좀더 산꼭대기쪽으로 가면 10만원짜리 고시원도 있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에어컨도 각방마다 있고 있을만은 하다. 그러나 방이 마치 닭장처럼 작다는 것이 흠이다.

 자기 몸하나 누울 공간이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헝그리고시생은 독서실로 출근한다. 독서실은 고시원근처에 있는 7만원짜리 독서실이다.18만짜리 독서실처럼 공기청정기에 각종 편의시설은 없는 볼품없는 독서실이지만 있을만은 하다. 그런데 아직도 낮에는 더워죽겠는데 독서실총무는 전기세를 아낀다며 에어컨을 잘틀어주지 않아 답답할푼이다.7만원의 독서실비를 낼여유조차 없는 이들은 근처의 관악구립독서실이나. 서울대 독서실로 향한다. 서울대생들의 눈치가 보이지만 궁박한 자금사정에 어쩔수 없이 그들의 신세를 질수밖에 없다.

 아침공부를 마치고 점심은 고시식당으로 향한다. 가능한 싼고식당을 찾아야 한다. 여러곳을 찾다가 간신히 식권 100장에 20만원을 하는 고시식당을 찾았다.워낙 저렴한 가격이다 보니 반찬이나 음식의 질은 형편없다.그래도 이것에 만족하며 맛있게 먹어야 한다. 워낙 싸구려 음식을 먹으니 속이 계속 더부룩하다.점심후 테이크아웃점에서의 아메리카노커피같은 것은 생각할수도 없다. 독서실 근처에 있는 3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빼 마시며 더부룩한 속을 달래본다. 

 쓰디쓴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점심식사후 몰려오는 잠을 쫓아가며 다시 독서실에 앉았다. 최근 시험에 나오는 핵심포인트만 찍어주며 강의한다는 인기강사의 강의가 오픈했지만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강사의 실강을 들을수 없다. 근처 중고서적을 파는 서점에서 최근판례나 개정법률도 업데이트되지 않은 2년전의 강의테입을 사서 강의를 듣는다. 혼자 강의를 듣다 보니 긴장감도 떨어지고 자꾸 졸려만 온다. 최근 신림동의 학원가는 그마나 강의테입도 잘 출시하지 않는다. 학원이나 강사에게 별로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강이나 동영상강의 수강료는 천정부지로 치솓고있다.돈이 없는 가난한 고시생은 인기강사의 강의를 듣고 싶어도 높은 수강료때문에 들을수 없는 처지이다.

 그렇게 철지난 강의테입으로 공부를 하니 어느순간 독서실 문닫을 시간이 다가온다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신림9동 동사무소 근처에 있는 신성초등학교로 향한다. 운동을 하러가는것이다.한달에 4만원이 넘어가는 헬스클럽은 상상할수도 없다. 그러나 운동은 해야 한다. 시험한달전에는 최소한 하루에 10시간이상 책상에 앉아있어야 하는데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버티지를 못한다. 특히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 2차는 4일이나 5일동안 시험을 보는데 대부분 시험기간내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체력이 따라 주지못하면 그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포기하게 된다.

 고시생들의 조깅코스 신성초등학교는 벌써부터 고시생들로 꽉차있다. 많은 고시생들이 운동장을 달리며 체력을 보충한다.밤10시가 넘어선 신성초등학교는 고시생들의 체력보강을 위한 종합운동장이 되어 버린다.

 약한시간여동안 땀을 흘리며 운동장을 달리니 그래도 기분이 상쾌하다. 그러나 역시 운동을 하니 출출함이 밀려온다. 초밥 생각할수도 없다. 근처 어묵이나 떡볶이를 파는 노점상으로 가 어묵몇개와 어묵국물로 배를 채운다. 싸구려 어묵에 불과하지만 운동후 먹는지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어묵으로 배를 채운후 다시 신림9동 산꼭대기 15만원짜리 고시원으로 향한다. 산꼭대기 원룸으로 향하는 발길이 무겁기만 한다. 많이 걸어 온거 같은데 아직도 한참이다. 경사가 스키장 활강코스만큼이나 오늘따라 급하게 보인다. 산꼭대기 언덕에 걸린 보름달을 바라보며 많은 고시생들이 그들의 안식처 고시원으로 향하고 있다.

 신림동 고시촌의 부익부 빈익빈도 점차 심해지고 있다. 더이상 신림동 고시촌도 가난한 자의 희망이 되지는 못하는것같다. 최고급 독서실.그리고 합격생들한테 수백만원을 주며 1:1 과외를 받는 럭셔리 고시생들의 합격률은 점차 높아만 진다. 유명강사의 학원 강의의 수강료는 점차 높아만 지고 있다. 강사의 강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수험정보 답안작성기술등을 배울수 없어 점차 합격에서 멀어질수 밖에 없다. 대학입학시험에서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사라진것처럼 이제 각종 고시에서도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사라질듯하다. 개천의 용은 점점 멸종되어 간다. 고시합격을 위해서도 자본의 도움은 필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