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강도오인 총격 피스토리우스 처벌 가능할까?

형법여행 2013. 2. 17. 10:00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지난 2월 14일 장애를 극복하고 런던 올림픽에서 영웅적 모습을 보여주어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던 남아프리카의 육상영웅 피스토리우스가 여자친구를 살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에게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언론에  남아공 수사당국은 피스토리우스가 계획적으로 애인을 살해하였다고 판단하고 있는듯 하나, 피스토리우스는 애인을 강도로 오인하고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듯하다. 따라서 사건의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법정에서 피스토리우스의 주장처럼 애인을 강도로 오인하여 애인을 총격한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면 피스토리우스는 처벌이 될까, 아니면 정당방위가 인정되어 처벌되지 아니할까? 생각하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닐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살인범으로 처벌하기에는 무엇인가 일반적인 상식에 맞지 않다고 여겨질 것이다.

  그것이 정답이다. 법은 일반인의 상식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애인을 강도로 오인하여 살해한 사람의 경우 왜 살인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일까?

 형법상 범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고의, 위법성, 책임의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여 한다. 예를 들어 사람을 폭행하여 폭행죄나 상해죄로 처벌받기 위해서는 일단 그 사람을 때려서 상해를 입히겠다는 주관적인 의사가 있어야 하고, 그다음에 위법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이 강도여서 자기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 즉 정당방위를 하기 위해 그 사람을 폭행한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고의, 위법성이 모두 인정된다고 할 지라도,폭행한 사람이 형사상 미성년자, 또는 심싱상실자로서 그 비난의 가능성의 없는 경우에는 책임이 조각되어 또 처벌되지 아니한다.

  피스토리우스는 애인을 강도로 오인해서 총을 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정당방위 상황이 아닌데도 정당방위가 필요한 상황으로 착오를 일으킨 경우인데 이러한 경우를 좀 유식하게 말하면 위법성 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라고 한다.

  우리형법 제21조 제1항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라고 규정하여 정당방위를 처벌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피스토리우스의 주장처럼 정당방위를 구성하는 요건이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데도 이것이 존재한다고 오신하는 경우는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지 명문의 규정이 없다.

그렇다면 해석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일단 사람을 살해할려고 한 것은 맞기 때문에 구성요건적 고의는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살인죄의 고의범으로 처벌하기에는 좀 일반인의 상식에 맞지 않는것 같고, 처벌받는 사람이 억울해 보이기도 하다. 그래서 좀 말이 안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런 이론을 주장한다. 즉 애인을 강도로 오인하여 살해한 자의 구성요건적 고의는 당연히 인정되어 살인죄의 고의범의 성립은 당연히 인정되지만, 그 법효과 즉 처벌에서만은 구성요건착오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과실범과 같이 처벌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을 이른바 법효과제한적 책임설이라고 한다. 얼핏보면 말장난 같기도 한데, 그래도 이론구성을 할 필요가 있기에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형법학계는 이 이론을 지지한다.

  결국 피스토리우스의 주장처럼 애인을 강도로 오인하여 총격을 가한 것이 사실이라면, 일단 피스토리우스는 살인죄로 처벌받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실범으로 처벌은 가능하다. 따라서 피스토리우스가 우리나라에서 재판을 받게된다면 형법상 과실치사죄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