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된 것을 후회할 때...

좌충우돌변호사일기 2011. 12. 4. 09:00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어느덧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변호사 활동을 시작한지도 11월이 되어간다. 첫 재판에서의 긴장되었던 순간이 아직도 머리속에 생생하지만 이제 긴장되었던 법원도 제법 익숙하게 다가온다.

낯선 것들과 수시로 계속 되는 야근과 가끔씩 즐겁게 나를 부르는 주말출근, 밤샘근무가 어느덧 익숙해졌지만 가끔씩 괜히 내가 변호사가 되었구나 하는 후회와 회의감이 들때가 있다.

1. 쓰라린 패배의 경험

  변호사는 결국 소송의 승패로 말한다. 아무리 재판의 과정에서 치밀히 변론하고, 의뢰인에게 친절하였더라도 재판의 결과에서 지고 만다면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면목이 없을 뿐더러 스스로 자책하게 된다. 담당사건이 그래도 어느정도 패배가 예측되는 사건이라면 그 결과의 크게 아픔을 겪지 않겠지만,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이나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패배의 결과가 나왔을 때에는 참으로 당혹스럽고 슬프다. 마치 프로야구에서 다 이긴 경기를 망쳐놓은 마무리 투수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중요하고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의 경우 판결 선고기일이 다가오면 올수록 점점 잠을 잘 수도 없고, 때로는 재판에서 어의없이 지는  악몽을 꾸기도 한다. 나같은 경우는 얼마전에 재판에서 패소하면 더이상 담담 의뢰인이 우리법무법인에 사건을 주지 않을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 있었는데 선고기일이 다가오면 올수록 조금만 더 열심히 변론준비할 껄, 사실조회라도 더 해볼껄 그랬나... 아 참고서면에 이걸 좀더 강조해서 썼어야 했는데 등등 후회가 밀려오기도 하고, 밤에 잠이 오지 않는 것은 다반사였고, 회사에 출근해서도 그 사건 생각에 다른 업무를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선고기일에는 마치 사법시험 2차시험 발표를 기다리는 고시생이었던 시절의 두근거림과 긴장감이 나를 짓눌렀다. 다행히 승소판결을 받았지만 앞으로의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이런 경험을 수도 없이 해야 할 것이기에.....아무튼 쓰디쓴 패배의 아픔을 맛보는 순간 변호사로서의 깊은 회의감과 후회가 밀려온다.

2. 과중한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

  변호사의 업무는 많은 편이다. 우리사회의 경우는 보통 저녁 9시까지는 기본으로 일하고 일이 밀려있는 경우는 밤샘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주말출근도 많이 해야 한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이런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 대형펌의 경우는 더 하다. 새벽근무가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오전에는 원주재판을 갔다가, 오후에는 천안으로 가서 2시간동안 당사자들과 사건의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조정절차를 진행하였으나 조정은 불성립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사무실에 도착하니 저녁 7시...그리고 책상에는 결재해야 할 서류와 당장 내일까지 처리해야 할 의견서 2통과 준비서면이...그럴 보는 순간 깊은 한숨과 함께.....내가 왜 변호사를 했을까 하는 깊은 후회가 밀려온다...

3. 의뢰인과의 소통의 어려움

의뢰인과 소통은 변호사로서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의뢰인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해야만 사실관계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보다 재판진행을 수월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의뢰인과 소통이 어려울 때가 있다. 재판에 있어서 서로 생각하는 관점이 틀리고 의뢰인이 무리하게 법리에서 벗어나는 주장을 하거나, 변호사를 믿지 못하는 경우에는 참 변호사로서 난감한 경우가 있다.

4. 사건을 해결할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을 때


사건자체가 어려운 사건인 경우 사건을 해결할 답이 나오지 않을 때 변호사는 고민한다. 상대방의 준비서면은 우리의 약점을 잘도 찾아서 들어오는데, 우리는 이에 대응할 증거도 없고 오직 새로운 법리만을 개발하여야 할 것인데 뚜렷한 답을 찾을 수 없을 때 변호사는 괴롭다. 점심을 먹으로 가서도 항상 사건이 머리속에 빙빙 맴돌고, 잠을 자려고 누워도 사건은 머리속을 떠나지 않고 내 머리속을 유유히 유영하며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

 가끔 회사에서 선배 변호사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데 마치 좀비들 처럼 무표정으로 밥을 먹는 경우가 있는데,,,,이런 경우는 모두 머리속에 저마다 하나의 사건을 채워놓고 사건 생각을 하고 있는 경우이다. 도무지 답이 떠오르지 않는 사건은 변호사를 좀비로 만들어 놓는다.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되지는 않았지만, 변호사의 업무는 생각보다 스트레스도 많고 어려운 일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변호사로서의 일이 항상 힘들고 회의감만이 밀려오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사건을 노력끝에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 의뢰인들의 억울한 사정을 해결해주면 그 순간은 내가 세상을 모두 얻은 것처럼 깊은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

 초보변호사에게 앞으로 어떠한 태풍이 닥쳐 올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내가 정한 가치관에 부합하는 길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서는 것만이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