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서 느끼는 불황의 그림자

좌충우돌변호사일기 2011. 12. 20. 07:00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는 생각외로 오래간다. 미국을 벗어나 이제 유럽을 휩쓸며 전세계를 불황의 깊은 늪에 빠지게 만들었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수출을 대상으로 하는 몇몇 대기업은 불황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게 직원들에게 연말에 두둑한 성과급을 지급하며 돈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대다수의 시민들은 긴 불황의 늪에서 연말의 분위기 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며 하루하루를 걱정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불황의 깊은 그림자는 법원에서도 느낄 수 있다. 재판을 하러 법정에 앉아 담당 사건을 준비하며 법정을 바라보면, 많은 이들이 카드빚을 갚지 못하여, 채권양수기관으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하고, 어려운 경제적 형편상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보증기관으로부터 보증을 받아 사업자금을 마련하였으나, 사업의 부진으로 부도를 내고 보증기관으로부터 구상금을 청구당하는 빈번한 사례를 볼 수 있다. 



채권자로서는 채권회수를 위해 당연히 소송을 제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하지만 간간이 법정에서 고령의 노인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아들의 부탁으로 연대보증인 등이 되어 법정에 출석하여 그들의 사정을 하소연하는 모습을 바라볼 때 가슴이 아려오는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고령의 노인의 꾸부정한 모습으로 법정에 출두하는 모습을, 아들의 바라본다면 그 심정이 어떠할까?

정부에서는 무역1조달러를 달성하였고,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섰다며 호들갑 떨고 있지만 무역1조달러의 혜택은 몇몇 대기업에 국한되는 듯하다. 법원에는 여전히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하는 이들로 북적이고, 불황의 그늘을 견디지 못한 한때는 유망 중소기업이었던 기업이 파산신청을 하기위해 법원에 온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도 개인회생을 문의하는 전화를 하는 이들이 무척이나 많다.

경제난으로 회사에서 쫓겨나거나, 명예퇴직을 당한 아직 한창인 이들은, 자의반 타의반 자영업의 세계로 들어오고 결국 자영업의 공급과잉으로 많은 이들이 대출금을 변제하지 못하고 금융기관이나 보증기관으로부터 소송을 당하고 아들의 빚보증을 했던 백발의 어머니는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행방불명된 아들 대신 법원에서 그들의 사정을 하소연한다.

얼마전에는 법정에 아직 세상물정을 모르는 어린아이를 대동하고 사라진 남편의 빚을 탕감하여 달라고 울며 하소연 하는 젊은 여성을 보았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어머니의 하소연을 바라보는 어린아이는 무엇을 생각할까.


법원 앞은 많은 이들이 그들의 억울한 사연을 하소연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고, 오늘따라 법원은 유난히 춥다. 무역1조달러의 달콤한 과실은, 적어도 법원 안에서는 느낄 수 없는 눈앞에 보였다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것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