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무혐의 처분

승소판결 2024. 4. 19. 00:39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수행한 사건중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사건입니다. 사건을 각색해서 재구성하면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인 남성 필수씨는 오랫동안 결혼을 하지 못한 노총각인데 베트남 여성 아잉과 결혼하였습니다. 베트남 여성은 재혼인데 전남편 사이에 응우엔이라는 딸이 었었지요. 필수씨는 자신의 딸이 아니었지만, 응우엔을 자신의 딸이라 여기며 각별히 보살폈지요. 지금까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있으니....

그런데 아내가 갑자기 살고 있는 집과 상속받은 땅을 자기 앞으로 등기해달라고 요구하며 등기를 넘겨주지 않으면 떠나겠다는 겁니다. 필수씨는 당황했지요. 하지만, 가정을 잃고 싶지 않았어요. 땅과 집을 아잉한테 넘겨주었지요.

 

하지만, 땅과 집이 넘어오자 아잉의 태도는 갑자기 바뀌었어요. 그러디니 필수씨가 딸 응우엔을 수십차례 강제추행했다며 고소를 하고 필수씨를 집에서 내쫓았어요. 필수씨는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막막한 상황이었어요. 딸 응우엔이 경찰조사에서 필수씨가 수십차례 가슴을 만지는 등 강제추행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지요. 막막한 상황에서 필수씨는 변호인을 찾아왔습니다.

 

2. 변호인의 대응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수사기관에서는 강제추행을 입증할 특별한 증거가 없어도 피해자의 진술만 어느정도 일관되면 그 진술이 진실이라는 전재하에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이와 반대되는 증거를 제출하지 않으면 그 범죄혐의를 인정해 기소하는 것이 실무상 관례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이 사건도 피해자가 수십차례 강제추행이 실제로 있었다고 진술하였고 진술분석관을 통해 그 진술의 신빙성이 있다고 하였기에, 피의자측이 알리바이를 입증하지 않으면 기소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었습니다. 실제로 경찰에서는 피해자의 진술이 신빙성 있다고 판단해 필수씨를 송치의견으로 검찰에 보냈지요.

그러나 저는 사안을 면밀히 검토하며 피해자의 진술이 사실이 아님을 밝혀 냈습니다.

우선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특정 날짜에 피해자 응우엔과 아잉이 해외로 출국했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흔들 수 있는 하나의 계기를 찾아는 것이죠!

 

그리고 다행스럽게 필수씨의 핸드폰에는 응우엔과 아잉의 통화내역이 녹음되어 있었습니다. 통화 녹음 내역을 보면 강제추행이 있었다는 시기임에도 응우엔이 필수씨를 무척 따르며 아빠 언제 오냐며 보고 싶어하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아잉 또한 강제 추행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다정하게 대화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강제추행이 있었다는 시기에 촬영된 동영상도 있었는데, 필수씨의 형제들이 함께 모여 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필수씨를 응우엔이 졸졸 따라다니며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응우엔은 필수씨를 두려워하거나 피하는 등의 행동을 전혀 하지 않고 무척 따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일반적인 성폭행 피해자의 모습은 분명 아니었습니다.

더불어 필수씨는 아잉과 이혼 소송을 제기중이었는데, 이혼 소송과 고소장에 강제 추행일시, 경위 등이 서로 다르게 진술되어 있었습니다. 이를 강조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켰지요.

 

3. 무혐의 처분

다행스럽게 검찰은 이러한 변론을 받아들여 응우엔이 아잉의 지시를 받아 거짓 진술했을 가능성이 높아 그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하였습니다.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었고 필수씨는 사건이 진술이 밝혀진 것에 대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무척이나 기뻐했습니다. 저또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사건이었지요. 최근 대법원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헌법상의 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보다 우위에 있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물론 성폭행 피해자는 보호되어야 할 것이고 성폭행 사건은 증거 수집이 용이하지 않기에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기존의 판례는 존중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그 입증책임이 피의자에게 전가되어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기에 실무상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적용의 변화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 뭔가 어색했잖아. 우리....

한화이글스 2024. 4. 14. 02:33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그래! 무언가 어색했어!

너무 높이 있었어. 솔직히 우리 어색했잖아.

멀미도 났잖아!

 

이제야 익숙했던 우리 이글스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축하해!

 

투수가 버티면 타선 침묵!

타선이 터지면 난타 당하는 센스를 발휘해주시는 우리 투수님들!

경이로운 엇박자의 향연!

 

그래! 그거야. 우리 이글스!

 

그래도 행복했단다.

이게 몇 년만이야.

꿈을 꾸는 것 같았지.

 

. 다시 날아보자!

저 높은 곳으로.

법인격부인 소송 승소판결

승소판결 2024. 4. 13. 01:47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1. 사안의 개요

이 사건의 개요를 각색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주식회사 한국이라는 회사가 신용보증기금에 보금원금을 16,000만원으로 하여 은행에 대한 대출금 채무에 관해 신용보증약정을 채결하였고, 의뢰인은 위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한국이라는 회사가 채무를 변제하지 못해 보증사고가 발생하였고, 연대보증한 의뢰인이 그 채무를 떠안아 변제하게 되었습니다. 졸지에 거액의 채무를 떠안은 의뢰인은 한국에게 채무 변제를 요청하였으나 한국은 폐업하고 대한민국이라는 회사가 새롭게 설립되고 한국은 이미 폐업했으니 돈을 갚지 못하겠다고 버틴 사안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뢰인이 찾아왔고, 자초지종을 들은 저는 법인격부인 소송을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에 제기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여겨 소송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2. 법인격 부인의 성립을 입증하기 위한 변론

법인격부인론은 법인격 자체를 박탈하지 않고 그 법인격이 남용된 특정한 경우에 한하여 그 회사의 독립적인 법인격을 제한함으로써 회사형태의 남용에서 생기는 폐단을 교정하고자 하는 이론으로, 특정한 경우에 회사와 사원간의 분리원칙의 적용을 배제함으로써 회사와 사원을 동일시하여 구체적으로 타당한 해결을 기하려는 이론으로서,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그것이 배후자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이용되는 경우에는, 비록 외견상으로는 회사의 행위라 할지라도 회사와 그 배후자가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에게만 그로 인한 법적 효과가 귀속됨을 주장하면서 배후자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엄격한 요건 하에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으로 그 적용요건이 엄격해 소송을 제기하는 입장에서는 승소하기 무척 어려운 소송입니다. 그러나 의뢰인의 딱한 사정을 듣고 어려운 소송임에도 승소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사건입니다.

우선 저는 한국과 대한민국의 영업목적이 동일하고, 본점 소재지가 동일하며, 대표이사가 모두 동일한 사정을 입증했습니다.

 

또한 건강보험공단 등에 조회를 통해 한국의 직원이 모두 대한민국이라는 신설 회사로 이전된 것을 입증하였으며, 상호의 주요 부분이 일치한다는 사실또한 입증하였습니다.

 

나아가 금융거래 조회를 통해 한국이 거래처로부터 받은 거래대금 대부분이 대한민국의 계좌로 이체된 것을 입증하였으며, 과세정보 제출명령 등을 통해 한국과 대한민국의 거래처가 거의 동일한 사정까지 입증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설 회사의 설립일과 구회사의 폐업일이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비교적 짧은 사정까지 입증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3. 승소 판결

결국 법원은 저의 이러한 입증을 받아들여 피고 회사가 구회사의 채무면탈의 목적으로 설립된 사실 즉 법인격부인론을 받아들여 의뢰인이 대위변제한 금원을 피고회사가 갚아야 한다는 판결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승소 판결을 받고 의뢰인은 너무나 기뻐했습니다. 의뢰인에게 2억원 가까운 돈은 너무나 큰 부담이었는데, 이를 회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본안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피고 회사의 계좌를 가압류 하였고, 승소판결을 받은 후 이를 압류로 전환하여 판결에 따른 금원을 회수할 수도 있었기에 저또한 무척 만족스러운 사건이었습니다.

집행유예 기간 중 대마범죄에 대한 벌금형 선고

마약범죄 2024. 4. 9. 01:05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이 사건은 의뢰인이 2022년경 음주운전으로 징역 1년에 집행 유예 2년을 선고 받은 이후 그로부터 6개월 후 클럽에 갔다가 만난 외국인과 대마를 흡연해 기소된 사안입니다.

한편 의뢰인은 약 8년전에 대마흡연으로 기소되어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데, 8년만에 또다시 대마관련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런데 음주운전으로 집행유예 기간중이기에 이번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으면 집행유예가 취소되어 1년의 징역형을 추가로 살아야하는 난처한 상황이었습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3조에 의해 대마 또는 대마초 종자의 껍질을 흡연 또는 섭취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쳐해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의뢰인은 대마 흡연으로 처벌받았음에도 또다시 대마를 흡연하였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도 사실이고 사실상 징역형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본 변호인은 우선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단순 처벌은 일시적으로 교도소에 수감되었다가, 출소 후 그 중독성으로 인해 다시 마약류에 의존하게 되어 처벌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사실으로, 의뢰인이 구금되면 마약사범으로 교도소 내에서 일반 형사범들과 구분되어 마약사범들끼리 같은 거실에서 생활을 하게 되며,. 따라서 마약 사범들이 같은 거실에서 수형생활을 하며 서로 자신들의 마약경험을 공유하고 이 과정에서 마약을 좀 더 안전하게 구할 수 있는 방법과 인간관계를 획득함으로써 사회에 나와서 더욱 쉽게 또다시 약물을 접하게 되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즉 수형생활이 새로운 마약을 접할 수 있는 통로로 활용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기에, 따라서 단약의지가 높은 자에게는 단순한 처벌보다는 적절한 재활치료를 통해 단약의자와 실천의지를 강화를 통해 재범의 위험성을 낮출 필요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사정을 강조하며 의뢰인이 단약의지가 강해 재범의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사정을 입증하기 위해 판결전 양형조사를 강력하게 요청하였고, 다행히 재판부에서는 이를 받아들여 판결전 양형조사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 재범의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결과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피고인은 약 8년간 단약하다 우연히 만난 외국인의 권유를 이기조 못하고 대마를 한모금 정도 한 것으로 중독의 정도가 심하지 않고, 이후 자신의 잘못 진지하게 반성하며 마약퇴치 운동본부에서 주관하는 단약프로그램을 성실하게 이수하고, 또 의뢰인은 다른 마약 사범과 달리 직장을 다니고 가족간의 유대관계가 형성되어 재범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더불어 의뢰인이 공황장애 등 정신건강이 온전하지 못한 점을 변론하며 피고인에게 마지막 기회를 줄 것을 간곡하게 호소하였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이러한 변론을 받아 들여 의뢰인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해 의뢰인을 마지막으로 용서하여 주었고, 의뢰인은 집행유예가 실효되어 구금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의뢰인도 재판부에서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을 잘 알것입니다. 다음에 또다시 대마를 흡연하면 구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니 부디 단약치료를 성실히 계속 받아 다시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근 성인지 감수성과 무죄 추정원칙에 대한 새로운 대법원 판결이 있어 소개해드립니다.

 

여러분도 아시다 시피 2018년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그동안 법원은 성범죄 사건에서 다른 유력한 증거가 없다라도 피해자의 진술이 어느 정도 일관되고 믿을 수 있다면 그 범죄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성인지 감수성'이란 2018년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7709 판결)에서 등장했는데, 그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결국 성범죄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피해자에게 이른바 피해자 다움을 강요해서 쉽게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해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은밀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성범죄의 특성상 피해자의 진술이 일부 일치되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전반적으로 그 내용이 일관되면 그 진술의 증명력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되다는 것입니다.

 

위 대법원 판결은 일응 타당한면이 있으나, 그 판결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적용시켜 입증책임을 피고인이나 피의자에게 전가시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특히 경찰이나 검찰 같은 수사기관은 특별한 증거 없이 피해자의 진술만 어느 정도 일관되면 피해자의 진술이 진실이라는 전제하여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이와 반대되는 증거를 제출하지 않으면 그 범죄혐의를 인정해 기소하는 것이 실무상 관례처럼 자리 잡아 버렸습니다. 이로 인해 피의자나 피고인은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알리바아를찾아야만 했고, 알리바이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하면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피해자측과 합의를 해야 했습니다. 이는 사실 형사법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력화시키는 중대한 문제를 초래하고, 이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이러한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기존 판결의 문제점을 인식하였는지 무죄추정의 원칙을 강조하는 변화는 입장을 보여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피고인은 2021. 6. 24. 23:15경 부산도시철도 1호선 서면역에서 다대포 해수욕장역으로 운행 중인 전동차에서, 피해자(, 19)의 옆 자리에 앉아 피해자의 왼팔 상박 맨살에 자신의 오른팔 상박 맨살을 비비고, 피해자가 이를 피해 옆 좌석으로 이동하자 재차 피해자의 옆 자리로 이동하여 위와 같은 방법으로 대중교통수단인 전동차에서 피해자를 추행하였다.

위 공소사실에 대해 원심법원인 서울동부지방법원은 피고인 측이 제출한 소견서 등만으로는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의 지적 또는 의지적 상태가 자신이 한 행동의 사회적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의 상태에 해당한다고 볼 정도는 아닌 점, 피고인이 피해자의 맞은편에 앉아 있다가 피해자 옆으로 옮겨 앉은 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한 점에 비추어 자폐성 장애로 인한 상동행동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하여,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

 

위 원심법원의 판결은 기존의 성인지감수성에 대한 판결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여 판결한 것입니다. 이에 피고인이 상고하여 위 사건이 대법원에 가게 되었는데,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해 사건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야 하므로, 개별적ㆍ구체적 사건에서 성범죄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지만, 이는 성범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하여야 한다거나 그에 따라 해당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피고인이 일관되게 공소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직접적 증거가 없거나, 피고인이 공소사실의 객관적 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고의와 같은 주관적 구성요건만을 부인하는 경우 등과 같이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만이 유죄의 증거가 되는 경우에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더라도 피고인의 주장은 물론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 피해자 진술 내용의 합리성ㆍ타당성, 객관적 정황과 다양한 경험칙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기에 충분할 정도에 이르지 않아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피고인이 수사과정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였고 그 내용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 등에 관하여 증거동의를 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증거능력 자체가 부인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 내용이나 진술의 맥락ㆍ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그 중 일부만을 발췌하여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함부로 허용할 수 없다.

위 대법원 판결이 기존의 성인지감수성을 내용으로 하는 기존의 대법원 입장을 변경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성인지감수성의 형사법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보다 우위에 있을 수는 없다는 것으로 실무상 잘못 적용되고 있는 성인지감수성에 대한 적용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위 판결로 별다른 유죄의 증거 없이 피해자 진술만으로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거나, 무죄추정원칙에 반해 사실상 피해자가 무죄의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