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포근히 반겨주는 고향과 친구들

이런저런얘기 2009. 1. 25. 15:14 Posted by 채희상 변호사
고향에 내려왔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향이라는 단어가 더 친근하게 다가 오고 그리워진다는 것을 항상 느낀다.10대.20대 시절에는 그렇게도 시골 촌구석에 있는 고향을 떠나고 싶어했는데.어느덧 30대가 되어보니 고향.그리고 어릴적 빨가벗고 시냇가에서 물장구치구 돌던 고향친구들이 그토록 그리워 진다.일종의 회귀본능일까?..............

 고향마을은 언제나 변함없이 날 포근하게 반겨준다.고향마을은 엊그제부터 함박눈이 펄펄내린다. 소복소복쌓이는 하얀눈에 어느덧 마을은 설탕가루를 뿌린듯 하얗게 변해버렸다.하얗게 변해버린 고향마을을 천천히 거닐면서 왜 어릴적에는 이토록 아름다운 나의 고을 떠나고 싶어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날씨는 춥다고 하지만 하얗게 덮은 눈들이 마치 따뜻한 흰솜이불처럼 느껴저 전혀 춥지 않았다.고향은 언제나 포근한 나의 어머니같은 존재이다.

 어제저녁은 오래간만에 고향 친구놈들을 만나서 밤늦도록 재밌게 놀았다. 언제나 변한 없이 반겨주는 녀석들..고향친구놈들이 최고다.

시험에 합격후 여러 법조인 선후배들.향우회 모임등등에 자의반.타의반 참여하면서 이른바 잘나가는 선배.후배들에게 나도 모르게 이른바 눈도장이라도 찍을려고 있는말 없는말 지어내며 형식적인 안부인사.잘먹지도 못하는 술을 받아먹는 내모습이 정말 어색하고.이상했다.같이 모임에 참석한 친구놈들은 한국에서 사회생활할려면 어쩔수 없다.니가 그런 모습이 처음에는 어색하더라도 잘적응해야 한다고 말하지만...아직까지 어색한것은 어쩔수 없다. 결국 그런모임에 나가면 항상 긴장하고 실수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해서인지 모임이 끝나고 나면 극심한 피로가 몰려온다.

 그러나 고향친구들과의 만남은 일분일초가 아쉽고 헤어짐이 섭섭하다.이른바 잘나가는 친구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큰 출세를 한 녀석들도 아닌 공무원.공장근로자.작은 회사에 다니는 그런 평범한 녀석들이지만.난 그어떤 잘나가는 대학선배들보다 이녀석들이 제일 좋다.


 다시한번 시험합격을 축하한다는 그녀석들의 진심이 묻어나는 따뜻한 축하의 말과 함께 우리는 하얀 눈이 펑펑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술잔을 기울였다.어릴적 불장난하다 산불을 낼뻔한 추억.물고기잡아서 어죽끓여먹던 추억등등 이야기 봇다리는 끄집어 내면 낼수록 커져만 간다.

 어느덧 친구놈들은 결혼을 해서 아이도 있는 녀석도 있고.배도 뽈록 튀어나와 아저씨의 모습을 한녀석도 있지만.어릴적 추억을 이야기할때는 모두 어릴적 그 순수했던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다. 

 화이트 설날이인가보다.밤 11시가 넘었지만 하얗게 온 곳이 덮여 밤이 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건하게 술에취한 녀석들은 술집에서 나와 한참을 소복히 쌓인 눈밭을 걸었다. 그리고 어느순간 너나할것없이 그 어릴적 시절로 돌아가 눈을 뭉쳐 서로에게 던지기 시작했다.큰눈덩이에 맞아도 아프지 않고.눈뭉치를 뒤집어 써도 춥지 않고 행복한 웃음만이 흘러나왔다.그순간만큼은 모두 그 순수했던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행복한 시간은 그토록 시간이 짧게만 느껴진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헤어져야만 했다. 다음만남을 기약하고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헤어졌다.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데 다시 멈추었던 눈이 펑펑 쏟아진다.

내리는 눈속에 어릴적 친구들과 물장구 치고.겨울에 썰매타다 젖은 옷을 말리려 불을 피우며 친구들과 장난질하던 그시절 나의 모습이 보였다.그토록 해맑게 웃던 나의 어릴적 모습 이제는 영영 다시 돌아갈수 없겠지....하지만 난 어릴적 그 순수했던 나의모습을 추억하게 해주는 매개제 같은 고향친구녀석들이 있다.고향친구녀석들이 존재하는한 어릴적 모습으로 돌아갈수는 없겠지만 항상 난 그녀석들과 그 어릴적 행복했던 시간들을 추억할것이다.